이것이 네덜란드식 출산이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끝이 좋았으니 다 좋았다.
어찌 됐든 우리 아가가 건강하게 잘 태어났으니까 말이다.
△ 출산 과정은 위 글 참고
일단 네덜란드에서는 자연분만을 한 경우 대개 3시간 뒤 퇴원을 한다.
이 3시간 동안 산모와 가족들이 겪게 될 여섯 가지 일을 살펴보자.
캥거루 케어는 아기와 직접적인 피부 접촉(skin-to-skin)을 함으로써 아기가 부모의 품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간단한 확인을 거치고 태내 분비물을 닦아낸 다음 바로 내 품에 안겼다. 약 1시간 동안 그렇게 함께 안고 있으면서 수유 자세도 취해보는 등 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아기와 함께 조금 쉴 수 있었다.
지금 와서 드는 아쉬움이지만 남편에게도 이런 식으로 아기를 안겨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순간을 나만 독차지한 것 같아 조금 미안하다.
앞서 말한 캥거루 케어를 하고 있으면 간호사 두 명이 들어와서는 식사를 권한다. 처음에 나는 지치기도 해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거부를 했는데 '따뜻한 음식도 있다'며 뭐라도 좀 먹을 것을 권유했다. 보통 샌드위치 같은 것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근처에는 한국인이나 일본인들도 많아서 그런 건지 제법 식사다운 식사가 나왔다.
그래도 딱히 먹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으깬 감자 몇 입만 맛봤다.
잠시 뒤에 아기의 체중 등을 측정하기 위해 간호사가 분만실로 들어왔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체중'만 재어 줬다는 게 유머. 키라든가 머리 둘레 같은 건 재지도 않은 모양인지 나중에 받은 서류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아기의 성장 추이를 체중 하나에 의존해서 확인해야 하다니, 역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병원 진료다 싶다.
아기 신체검사가 끝난 후 간호사는 분만실에 딸린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라고 권유한다. 이때가 거의 분만 후 2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여러 다른 블로그 글에서 봤던 적이 있어서 당황하지는 않은 채 친정 엄마와 함께 샤워실로 향했다. 혹시라도 쓰러질까 봐. 머리도 감을까 싶어서 샴푸와 린스도 출산 가방에 챙겨 왔지만 아뿔싸, 헤어 드라이기를 챙기는 것을 깜빡한 것. 그래서 몸만 대충 따뜻한 물로 헹구고 나왔다. 한국 정서상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정답은 없으니까'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샤워를 하는 동안 간호사는 아기에게 첫 옷을 입혀준다. 나는 여름이라는 생각에 아기 옷을 50, 56 사이즈의 얇은 옷들로만 챙겼는데 간호사가 '아기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니까 더 두껍고 옷을 많이 입혀야 해요.' 라며 옷을 더 달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바지가 없냐며 물어봤는데, 배냇저고리와 바디수트만 챙겼던 나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참, 모자도 신생아용 사이즈(50)로 꼭 하나 챙기기를 바란다. 지난 베이비페어에서 예쁜 모자를 사서 챙겨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커서 훌렁훌렁 벗겨지곤 했다. 아기 보온도 보온이지만 그 큼지막한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너무 어색해서 그때 사진을 볼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다음 날 늦게나마 남편이 급히 집 앞 Hema에 가서 신생아용 모자를 사 왔는데 2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말 잘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산모가 화장실을 잘 가는지, 즉 소변을 잘 보는지를 확인하고 퇴원 허가를 해 준다. 아까 식사도 별로 안 한 데다 물도 별로 안 마셔서 이 과정에서 조금 시간이 걸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물을 엄청 마셨을 텐데.)
그렇게 우리는 저녁 9시 반쯤 퇴원을 하게 되었다. 6시 반에 아기를 봤으니 딱 3시간 만이었다. 산후조리사가 집으로 오는 건 다음 날 아침이었기 때문에 방금 막 세상에 나온 아기와 함께 첫날밤을 우리끼리 보내게 되었다. 간호사는 체온 측정, 기저귀 교체 등 밤중에 하게 될 일을 이야기해 주고 '잘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우리를 응원해 줬다.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더 병원에 눌러 있자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막상 그 순간이 되니 익숙한 집으로 가고 싶긴 했다.
다행히 첫 밤에는 아기가 대부분 잠만 자서 생각보다 비교적 조용히 지나갈 수 있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 글에서는 집으로 돌아오고 1주일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