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작은 동양여자의 생존법.
올해 5월 도착한 이곳, 쌀쌀하고 추웠다. 5월이면 봄인데 런던에선 느껴지지 않았다.
약 6년의 장거리 연애를 마치고 우리는 드디어 새로운 도시에서 다시 만났다.
꿈에 그리던 삶일 것이라, 7년간의 연애 중 6년을 떨어져 있었고 코로나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의 힘겹고 대단한 시간은 이제 아름답고 행복하게 그려질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나는 매우 안정되고 행복한 신혼 생활 중이다. 적어도 우리 얘기는 그렇다.
이 행복을 깨닫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 그건 내 마음가짐의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겠다.
7개월째가 된 런던 생활, 이제 누군가 런던이 어떠냐 묻는다면 나는 떠나기 싫다, 좋은 것 같다고 답한다. 불과 1개월 전까진 한숨부터 나오는 질문이었다. 뭔가 너무 살기 싫어죽겠다는 아니지만 힘들었다. 겁 많고 예민하고 안전제일인 동양 여자에게 이곳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더러운 공공장소, 대중교통은 말할 것도 없고 약에 취한 홈리스, 그냥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고 위협이 느껴지는 행동을 하는 사람, 그러다 런던에 온 지 3주 차 대낮에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멀쩡한 길을 지나가다 모르는 남성이 괴성을 지르며 눈앞까지 와 팔을 힘껏 올려 나를 때리려고 한 사건까지 당했다. 그냥 겁을 주려고만 한 건지 다행히도 맞진 않았다.
그 남자는 당시 미쳐 보였다. 약을 한 건지 그냥 정신병자인 건지 "What the fxxx are you doing in my country?"라고 소리를 질렀었고 그놈이 뱉은 말로 봐서는 일종의 혐오 범죄인 거다. 체구가 작은 동양 여자가 만만해 보이니 내가 타깃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주변 사람들의 고마운 도움으로 나는 진정을 하고 집에 올 수 있었고 이후 이 일은 경찰에 신고가 되어 경찰관이 우리 집 방문까지 하게 되었다.
당시엔 어이없네 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화가 났지 엄청 무섭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근데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자 더더욱 그 기억은 선명해지고 트라우마로 자리 잡혔다. 내 뒤에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이유 없이 심장이 쿵쿵 내려앉는 일도 허다했다. 집 앞을 나갈 때도 호신용 알람을 꼭 쥐고 다니며 모든 것을 경계했다.
이러다 내가 정신병자가 될 것 같았다.
런던, 좋아하고 싶어도 좋아할 수 없었다. 그게 이곳의 첫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