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런던에는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 2020년 3월 초에 놀러 온 적이 있다.
나도 관광객으로 왔을 땐 런던에 반했었던 것도 같다.
아니, 그때부터 나와 맞는 곳이 아니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
원래 일주일만 머물고 가려고 했던 곳인데 코로나가 시작되어 내가 살던 싱가포르에 입국 제한이 생겼었다. 꼬여버린 절차 때문에 런던에서 거의 3주를 지냈었다.
그땐 길거리의 홈리스도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그냥 잘 놀다 갔나 보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이곳이 많이 변했다는 것이 체감된다.
"아, 드디어 집이다."
싱가포르에 살던 때, 한국이나 다른 나라 여행을 갔다가 창이공항에 도착해 집에 가는 택시를 타면 항상 새어 나오는 마음의 소리.
그리고 런던에 와서 몇 번의 여행으로 공항을 들락날락해 보니 비로소 석 달쯤 되었을 때 같은 마음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런가 보다. 인간은 역시나 적응한다.
이곳이 비로소 내 집이 되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맘 놓고 다니지 못하는 곳. 해가 지기 전에 무조건 외출에서 돌아오게 되는 곳. 바깥에 나가서는 핸드폰을 사수해야만 사는 곳.
그렇게 내 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