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힘든 순간이 없을 수 있을까? 에 대한 나만의 답
최근 회사에서 팀원들과 회의를 하다 눈물을 주르륵 흘려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동안 맡은 프로젝트가 얼추 마무리되고 회의 자리에서 무엇이 힘들었는지 얘기하다 동료가 '얼마나 힘들었어'라고 마음을 알아주는 말을 건네니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나와버린 거다. (너무 부끄러웠다 하하)
'일하면서 힘든 순간이 없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 질문을 7년 전 나도 똑같이 던졌다. 스타트업 3개월 인턴십이 끝나고 완전히 지쳐버린 그때. 일의 괴로움과 어려움을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공무원 시험을 시작했다. 시험만 통과하면 이후엔 큰 고민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시험은 붙고 면접은 떨어졌다. 근데 시험공부를 다시 하지는 않았다. 공무원이 된 나를 상상해 보니 그 사실이 문득 족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이런 종류의 상상은 내 욕망을 아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일도 아닌데 한 번의 결정으로 평생의 일이 정해진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무서웠다.
2018년의 나는 일에서 오는 괴로움과 정면 승부하지 않고 곧바로 피해버렸다. 괴로움을 없애기 위한 도피처로 시험을 덜컥 골랐으니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뒤늦게야 이 사실을 알게 됐지만.
핸드폰 앨범에서 예전에 곽정은 작가님이 인스타 무물로 회사에서의 고민에 남긴 답변을 캡쳐한 사진을 봤다. 요약하면 '원치 않는 상황으로 괴로운 건 일과 직업의 속성이다. 어려운 상황으로 낙담할 건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성찰하고 성장할 건지. 답은 나와 있다.'
일에서 괴로움을 느낄 때마다 곧바로 피해버리면 당장은 편해도, 괴로움에 대처할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와도 피하기만 하지 않을까. 어려움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으니까.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어떻게 대응할 건지, 여기서 무얼 성찰하고 배울 건지는 오롯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였다.
2018년에서 7년이 흐른 지금의 나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냥 확 퇴사해버릴까. 그럼 당장 생활비는? 모아둔 돈 쓰면 되지' 이런 마음이 들다가도 '정말 힘들면 그만둬도 되지만 최선의 선택인지는 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마음이 치고 올라온다.
최근 대학원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늘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원을 간다면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 상담심리 대학원을 갈까 고민했다. 이제는 내게 인풋을 주고 싶었고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대학원 생각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대학원을 가고 싶다는 마음을 두고 계속 바라봤다. '왜 가고 싶은지, 무엇을 공부할 건지, 정말 상담심리사가 되고 싶은 건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서서히 솔직한 마음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금의 욕구는 순수한 배움과 성장을 원하는 마음보다 대학원 합격이 곧 퇴사의 명목이 되어주고 진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으니 대학원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또다시 도피하려고 한 것 같다는 게 나름의 결론.
회사 다니면서 대학원을 준비해 합격하고 퇴사 후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했다면.. 극적인 이야기가 됐겠지만 오늘도 회사로 출근할 준비를 한다. 당장의 현실만 놓고 보면 크게 바뀐 것이 없지만 이번에는 피하고 싶은 마음과 정면 승부 했다는 사실이 다르다면 다르다.
괴로움과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원에 갔다면 언젠가 '내가 왜 이 공부를 하고 있지? 진짜 하고 싶은 게 맞을까?' 고민했을 것 같아서. 대학원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있지만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좀 더 천천히 살펴보려고 한다. 도피가 아닌 순수한 성장이 목적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때 공부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마음 먹었지만 다시 헷갈리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겠지. 그럴 때마다 어려움을 끌어안지 못해 결정을 저지르기보다 천천히 생각하고 이유가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