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호스 American Horror Story

오늘의 이야기 <되풀이되는 악몽, AHS>

by 무아

* 웹 매거진 LiiS에 기고 중인 아티클입니다. 원문은 LiiS 웹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오늘의 이야기 <되풀이되는 악몽, AHS>


앞서 기묘상점에서는 괴담이나 도시전설처럼 허구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콘텐츠를 소개해 왔다. 이번에는 드라마다. 몇 해 전, 늦은 밤이면 홀린 듯이 찾아보던 미드가 있었다. 호러 장르라고는 하지만 무섭기만 한 건 아니었다. 시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 가며 특유의 매력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American Horror Story〉가 그 주인공이다. (이하 '아호스')


아호스를 *앤솔로지 형식으로도 분류하는데 각 시즌이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앤솔로지와는 조금 다르다. 한 시즌은 하나의 테마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전 시즌의 인물이나 설정이 다시 등장하거나 특정 사건이 교차하기도 하면서 느슨하게 연결된다. 예를 들어 시즌8 <아포칼립스 Apocalypse>는 시즌1, 시즌3의 설정과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진다. 매번 새롭게 빠져들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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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게 전부일까?

아호스는 2011년 첫 시즌 <Murder House>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2개 시즌이 공개된 장수 시리즈다. 공포를 주류로 다루지만 귀신이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하거나, 살인마에게 쫓기는 전형적 전개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 역사적 트라우마, 종교와 정체성의 문제, 사회적 금기와 같은 묵직한 주제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래서 무서움보다 불편함, 씁쓸함이 강하게 밀려올 때가 있다. 아호스는 호러 장르에 사회 풍자와 시대적 성찰을 담아낸 기이한 현대극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아호스 시리즈의 묘미

누군가는 아호스 시리즈의 인트로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시작 버튼을 누르자마자 강렬한 이미지가 쏟아지며 이 드라마가 대체 어디까지 보여주려는 건지 두려움, 궁금증이 동시에 밀려온다. 마치 각오하고 시작하라는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전 시즌이 청소년 관람 불가일 정도로 욕설, 폭력, 범죄 묘사가 적나라하게 등장해 수위가 높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숨어있는 작은 유머 장치 덕에 피식 웃게 되기도 한다는 게 또 다른 매력.


아호스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배우들의 반복 출연이다. 동일한 배우가 시즌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로 등장하는 건 아호스 시리즈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다. 제시카 랭, 사라 폴슨, 에반 피터스처럼 팬들 사이에 믿고 보는 얼굴로 불리는 배우들이 중심을 잡는다. 사라 폴슨은 기자, 마녀, 정신병원 환자, 약물 중독자를 오가며 시즌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다.


단점도 분명하다. 서사의 힘이 부족한 시즌은 후반 스토리가 늘어지고 장면과 아이디어를 과하게 얹어 뇌절처럼 보일 때가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것조차 아호스의 특징으로 받아들일 정도다.


American Horror Story: All Intros (1-12) *시청주의*




아호스가 만든 얼굴들

아호스는 배우들의 새 얼굴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시카 랭에겐 커리어 2막을 열어줬고, 사라 폴슨과 에반 피터스에겐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기회를 줬다.


특히 제시카 랭은 이미 영화 <Tootsie> 로 1983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Blue Sky> 로 1995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대배우다. 이후 아호스로 골든글로브와 에미상까지 거머쥐며 TV 드라마 분야에서도 건재함을 증명했다.


사라 폴슨과 에반 피터스 역시 아호스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은 뒤, 각각 <피플 v. 오제이 심슨> 과 넷플릭스 <다머> 로 연이어 수상하면서 입지를 넓혀갔다.


레이디 가가는 <호텔 Hotel> 의 백작 부인 역을 통해 본격적인 연기 행보에 나섰고, 이 역할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타이사 파미가는 초기 시즌으로 얼굴을 알린 뒤 <더 넌>, <파이널 걸스> 같은 극장용 호러에 출연하며 장르의 새로운 얼굴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캐시 베이츠, 릴리 레이브, 프랜시스 콘로이처럼 노련한 배우들이 시즌을 채우며 극의 밀도를 높였고 빌리 로드, 핀 위트록, 코디 펀 등 젊은 배우들은 아호스를 계기로 이름을 알리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같은 배우가 시즌마다 다른 인물로 변신하는 덕분에, 이번엔 어떻게 달라질까 지켜보는 재미가 이어진다.




제작자와 연출 스타일

아호스는 라이언 머피와 브래드 팔척이 만들었다. 두 사람은 이미 미드 <글리> 로 음악과 드라마의 결합을 성공시킨 바 있지만, 아호스에서는 전혀 다른 결의 세계를 구축했다.


라이언 머피는 장르를 한정 짓지 않고 공포, 스릴러, 멜로, 풍자를 뒤섞어 기괴한데도 빠져드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탁월하다. 시각적으로는 강한 색 대비와 비정형적인 구도를, 사운드에서는 불협화음과 고전 음악을 절묘하게 믹스해 불안감을 극대화한다.


그의 연출은 과하다는 평과 과해서 좋다는 평을 동시에 받는다. 장면 하나하나가 정밀하게 계산된 듯 보이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전환과 과감한 속도 변화로 시청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시즌마다 사회적 금기나 역사적 사건에 맞물리게끔 주제를 설정하는 것도 특징이다. 덕분에 아호스는 일반적인 호러가 아니라 공포라는 틀 안에서 시대와 인간을 깊숙이 파고드는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입문자라면?


어느 시즌부터 봐야 할지 고민된다면, 우선 아래 세 가지 시즌을 먼저 시청하길 권한다.


시즌 1 <머더하우스 Murder House> 2011
저주받은 집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가족 서사와 유령의 저주라는 고전적 서사에 아호스 특유의 기괴한 미장센이 더해졌다. 이후 시즌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요소가 있어 첫 관문으로 적합하다.

로튼 토마토 72% 84%
메타크리틱 62/100, 8.1/10
왓챠 3.6


시즌 2 <어사일럼 Asylum> 2012
가장 높은 평을 받은 시즌 중 하나. 종교, 과학, 권력, 광기를 복잡하게 엮으며 아호스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더 넌> 처럼 종교적 공포물에 흥미가 있다면 추천한다.


로튼 토마토 84% 90%
메타크리틱 65/100, 8.4/10
왓챠 3.9


시즌 4 <프릭 쇼 Freak Show> 2014
기괴함에 대한 내성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는 시즌. 서커스단의 프릭쇼를 무대로 각 인물이 품은 비극과 욕망을 촘촘히 따라간다. 외형적 기형과 사회적 편견이 얽히면서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돋보인다.


로튼 토마토 77% 69%
메타크리틱 69/100, 7.0/10
왓챠 3.4



아호스, 이렇게 보면 편하다

아호스는 한 시즌에 많은 인물과 복잡한 설정이 등장한다. 처음부터 모든 걸 쫓아가려다 보면 금방 지친다. 이번 시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먼저 감을 잡아 두면 시청이 수월하다. 예를 들어 <어일럼 Asylum>은 광기와 권력을, <코번 Coven>은 마녀들의 세력 다툼과 연대를 중심으로 보면 된다. 시청 중에는 자잘한 떡밥보다 반복해서 나오는 장면이나 상징을 눈여겨보자. 뜬금없어 보이던 전개가 나중에 퍼즐처럼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온다.


시즌마다 시대와 무대는 달라지지만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다. 호러 장르라는 포장지 안에 다른 색깔의 메시지가 숨어있는 걸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그럼, 다음엔 또 어떤 기묘한 콘텐츠로 돌아올지 고민하며 오늘의 기묘상점은 여기서 문을 닫는다.










❗️트리거 체크 필수❗️

폭력, 성적 묘사, 종교 및 정체성 관련 불쾌감 유발 소재가 잦다. 소개글을 먼저 읽고 시청하면 호흡이 덜 끊긴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줄거리를 미리 훑는 것도 방법이다.



전시즌 통합 평점

IMDB 7.9/10
로튼 토마토 77% 66%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65/100, 유저스코어 7.5/10



시즌 한 줄 가이드


시즌 3 <코번 Coven> 2013
마녀들의 이야기와 여성 연대, 화려한 의상과 미술이 돋보이는 시즌.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어 대중적 인기도 높다. 마녀 학교 배경 덕에 젊은 여성 팬층이 증가했다고.



로튼 토마토 85% 76%
메타크리틱 71/100, 7.6/10
왓챠 3.5


시즌 5 <호텔 Hotel> 2015 3.2
중독과 불멸, 집착을 둘러싼 이야기가 기묘한 호텔 안에서 반복된다. 영혼이 떠날 수 없는 호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로튼 토마토 64% 61%
메타크리틱 60/100, 7.1/10
왓챠 3.2


시즌 6 <로어노크 Roanoke> 2016
재연 프로그램 형식을 빌려 액자식으로 구성했다. 미국의 도시전설 중 하나인 로어노크를 소재로 한다. 잔혹한 장면이 많아 시청에 주의가 필요하다.

로튼 토마토 74% 57%
메타크리틱 72/100, 7.1/10
왓챠 3.7


시즌7 <컬트 Cult> 2017
선동과 공포가 일상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그린다. 현대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사회 문제가 대거 등장하며, 이전 시즌들과 결이 달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로튼 토마토 73% 52%
메타크리틱 66/100, 5.8/10
왓챠 3.6


시즌8 <아포칼립스 Apocalypse> 2018
말 그대로 종말을 다룬다. <머더하우스 Murder House>와 <코번 Coven>의 세계관이 이어지고, 이전 시즌의 주요 캐릭터가 다시 모인다.

로튼 토마토 79% 74%
메타크리틱 63/100, 7.3/10
왓챠 3.7


시즌9 <1984> 2019
레트로 슬래셔 무비를 오마주해 가볍게 시작한다. 중반 이후에는 장르 재현과 더불어 이 이야기를 소재로 삼게 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로튼 토마토 88% 76%
메타크리틱 -/100, 6.7/10
왓챠 3.4


시즌10 <더블 피처Double Feature> 2021
전혀 다른 존재가 등장하는 두 개의 챕터로 구성되었으며, 두 가지 이야기를 한 시즌에 담은 시도 자체가 포인트.

로튼 토마토 80% 50%
메타크리틱 -/100, 5.1/10
왓챠 3.0


시즌11 <NYC> 2022
1980년대 뉴욕의 그늘을 다큐처럼 따라간다. LGBTQ+와 연쇄 살인이 소재로, 진득함을 가지고 집중해서 봐야하는 시즌

로튼 토마토 71% 41%
메타크리틱 -/100, 3.0/10
왓챠 2.3


시즌12 <델리케이트 Delicate> 2023
등장인물이 대거 교체된 시즌. 임신, 욕망, 정치가 얽힌 이야기를 다룬다. 멜로톤 호러라는 독특한 분위기를 감상할 수 있다.

로튼 토마토 77% 66%
메타크리틱57/100, 6.7/10
왓챠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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