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사명이라는 위험한 프레임

게토 스구루의 선택에 대해

by 숨은결
게토 스구루



1. 옳다는 것은 무엇인가?

주술회전 2기를 다시 보던 중에, 게토의 이야기에서 새롭게 생각한 것이 생겨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게토는 시즌2에서 츠쿠모와의 대화에서 주령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이런 생각의 흐름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비주술사, 즉 인간을 없애는 것인데 이를 위해 인간의 진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었다.

게토는 주령을 없애고자 주술고전에서 나와 적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켄자쿠에 의해 육체를 빼앗긴 개조인간이 되었다. 이렇게 그는 주령이 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주령을 없애고자 선택한 그 방법은 되려 그를 동일한 존재로 추락시켰던 게 아닐지.

2. 사명이라는 프레임 속의 게토

인간을 죽이고 주술사만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 게토는 그 본질은 사라지고 육체만 남았다. 하지만 애초에 그가 하려던 일은 켄자쿠에 의해서 더 확장되고 주령에 의한 세상을 만드는 이들의 사명이 되었다.

상상을 해 보자. 세상에서 문제를 일으켜 사회를 어지럽히는 이들이 사라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평화로워질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 문제가 되는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누구에게 옳은 방법인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시부야 사변에서 스쿠나와 마지막 대결을 하던 죠고는 불에 타 죽는 순간에, 스쿠나로부터 ‘너는 강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죠고가 원하는 것은 존재가 인정받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에 다다랐다. 주령이 자신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건 그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세상으로부터 부정당하고 악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게토도 처음에는 인간을 주령으로부터 구하는 일을 자신의 사명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인간의 약함과 추함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선택한 길이 그에게는 최선이었다고 해도, 그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겨서 혼신을 다한다고 할지언정, 옳은 일일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결국 사명이라는 건 누구의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서 악이 되기도 하고 선이 되기도 하는 게 아닌가에 도달했다.

3.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일침

결국 게토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한 소크라테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게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렇기에 소크라테스의 이 한 마디가 강력하게 지금까지 많은 이를 통해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시즌2의 시부야 사변 막바지에 이르러, 마히토와 유지가 싸우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마히토는 유지에게 ‘서로의 옳음을 강요하는 전쟁이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의라는 게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이미 마히토조차 이 사변에 숨은 맥락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4.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

게토는 디스토피아를 꿈꾸었던 인간이 아닌가 싶다. 다만 그가 꿈꾼 디스토피아는, 애초에 문제가 되는 원인을 말끔하게 차단하고자 하는 데서 시작된, 자신의 위험한 사명에 갇힌 데서 출발했다는 데 있다. 그곳은 누구나 갈 수 있는 장소도 공간도 되지 못한다.

줄리언 반스가 최근에 출간한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초반에, 때로 자신이 너무 지겹다는 말을 했다. 이 말에 너무 공감하면서 읽었다. 또 나이 들수록 점점 확신하는 것들도 줄어든다고 했는데 이 말 또한 사실이다.

인간 존재의 가치가 강함이나 약함에 있지 않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오늘도 자신을 잘 보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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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근 방영에 후시구로가 각성한 모습을 보고 시즌2를 다시 봤어요. 그러다가 문득 게토의 모습을 보고 글을 썼어요.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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