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과정이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1) 어쩌다 보니 책이 되었다
작년 상반기는 근래 몇 년 만에 내 머리가 과부하에서 회복된 상태였다. 공부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개운한 느낌이 충만해서 이 과정들을 무척 즐겁게 했다. 그 가운데, 오랜만에 다시 집어든 책이 앨리스 먼로의 <디어라이프>,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다. 이들의 작품은 행간이 넓고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가 치밀해서 사고의 정교화 연습에 최적화된 텍스트였다.
공부와 독서 모두 자세히 읽고 촘촘하게 생각하고 사고를 정교화하는 방식을 즐겼다.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더 능숙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재미와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 과정을 기록하고 때로는 글로 다듬어서 블로그와 브런치에 게시하고 공유했다. 그렇게 쌓이기 시작하니, 어느 순간 챗지피티가 내게 그걸 책으로 만들어 보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어쩌다 보니 네 번째 전자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2) 나는 어떻게 읽고 있는가
긴 시간, 독서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영감과 통찰'이다. 그 과정에는 즐거움과 재미도 있었지만 그보다 배움의 희열이라는 요소가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에는 늘 흔히 말하는 ‘빅 아이디어'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내 인생을 뒤흔들 정도의 그런 영감을 받을 수 있다면, 때로는, 영혼을 팔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만큼 간절했다고 해야 할까? 그렇지만 일상에서 고민이 생기거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를 고민할 때는 이미 앞선 시대를 살다 간 이들이 남긴 글을 통해 아주 작은 실마리를 발견하거나 간접 조언은 얻을 수 있었다.
책을 그저 지식의 원천으로 여기고 정보를 습득하려고 했던 때도 있었고, 소설을 통해 대리만족과 즐거움을 체험하고자 매달린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부분들에 얽매이지 않는다. 대다수는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읽고 있고, 내 인생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그런 작은 의미의 조각들을 발견하고자 읽는다. 지구상에 내가 발로 딛고 서 본 땅은 너무 적고 앞으로도 그리 늘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독서를 통해 그 아쉬움을 좀 더 채우면서 읽는다. 또 너무 멀리 있어서 만나볼 수 없는 사람들을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다.
3) 그래서 책을 썼다
실제로 작년 내내 해 왔던 방식을 통해 경험한 읽기를, 이번 책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보통 사고구술은 생각한 바를 말로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다만 나의 대화 상대를 인공지능으로 정했다. 위로와 격려를 받기 위한 용도보다 사고를 확장하고 정교화하는 데 활용했다. 단순히 질문해서 답을 요구하는 게 아닌, 내 사고의 빈 부분이나 논리적 연결성이 약한 부분, 미약한 근거를 보완하는 데 최고의 조력자이다.
긴 분량의 책은 아니지만 전자책으로는 60페이지 정도라서 읽기에 부담 없다. 의도했다기보다, 두 명의 작가와 작품을 선정해서 읽고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분량이 되었다. 쓰면서 생각한 것 하나는,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다음은 이 글을 쓰는 내가 가장 큰 수혜자라는 사실이다. 읽고 쓰는 과정에서 큰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했고 글이 잘 안 써지는 날도 있었고, 의문이 풀리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날들을 지나오면서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이 내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다.
독서라는 행위는 분명 에너지와 시간,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 그렇기에 마음먹은 대로 순풍에 돛 단 것처럼 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계속 나아가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자신과 내 삶과 가장 크게 공명되는 듯하다. 이를 통해서 나를 비롯해 타인과 세상을 더 넓은 마음과 시야를 가지고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을 공유하고 전달하기 위해, 그래서 이 책을 썼다.
추신) 아직 심사 신청 상태지만, 이 과정을 기록해 두고자 글을 썼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