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 씨께: 제게도 봄이 왔어요.

호크니의 그림에서, 봄을 마주하다

by 숨은결


안녕하세요! 호크니 씨.
몇 해 전부터 당신 작품을 처음 마주한 이후로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그림은 제 마음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도록을 한 권씩 모아가며, 당신의 색채와 시선이 이룬 세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에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당신의 작품 전시회를 보러 다녀왔어요. 힘든 일상에서 벗어난 아주 짜릿한 시간을 2박 3일 도쿄에서 보내고 왔죠. 아, 그곳에서 산 도록은 매우 마음에 들어서, 어느 날은 잠들기 전, 한참을 넘겨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호크니 씨의 작품은 아름다운 색감의 조화가 뛰어나서 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초기에 산 도록 중에, 고흐의 작품과 당신의 작품이 함께 실린 책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작품집 또한 마음에 들어 주위에 추천하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호크니 씨께서는 어떤 작품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쓰신 저서 중에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를 통해, 노르망디로 이주해서 살고 계신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이지만, 어떤 곳인지 무척이나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사계절의 순환은 당연한 이치인데도, 그 문장은 제게 삶의 변치 않는 진리처럼 다가왔습니다.

이 편지를 쓰는 까닭은, 바로 이 책의 제목과 관련이 있습니다. 호크니 씨의 도록에서 발견한 ‘봄의 도래, 볼드게이트, 이스트요크셔, 2011년'은 처음에는 책장을 가볍게 넘겼던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이 최근 제 삶과 맞물리는 점이 있다는 통찰을 얻었습니다. 이 통찰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숲 한가운데 난 자줏빛 길은 숲 속 한가운데로 이어져서 그 끝은 보이지 않았지만, 초록으로 물든 나무는 큰 키를 자랑하며 위로 시원하게 뻗어서 울창한 그늘을 만들었더군요. 길 양옆의 진한 노란빛 꽃들은 마치 나그네를 환영하는 듯했고, 길의 한쪽에는 빗물이 고여서 작은 웅덩이가 되었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봄은 참 시끄럽게도 오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나무와 꽃들, 자줏빛 길, 물 웅덩이…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만들어졌을 리 없겠지요. 아마도 오랜 시간이 겹겹이 쌓여, 봄이 길을 완성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봄을 맞이한 숲은, 그 요란하게 등장하는 봄을 맞이하며 환호를 질렀겠구나 싶었습니다.

최근 제게도 이런 봄이 왔어요. 아니, 이제 저 멀리서 봄이 오는 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저런 시끄러운 일이 제 인생에도 너무나 많았기에, 언제 겨울이 끝나는지 아득하기만 했습니다. 꽤 길었던 겨울이 끝나고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 놓치고 있던 것들이 조심스럽게 제 손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인생이란 얼마나 놀라움의 연속인지요!

호크니 씨, 이제 제게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작품이 주는 색감들에서 받은 위로 덕분에,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편지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당신의 아름다운 작품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5년 7월 31일. 멀리서 봄을 맞이하고 있는 한 독자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편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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