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함에 대하여

말랑한 경계 위에서

by 숨은결


흐린 날 하늘 사이로 언뜻 비치는 한 줄기 햇빛을 마주할 때의 기분.


화창한 날의 푸르른 하늘이 아닌데 뿌연 하늘 사이로 얼굴 내민 한 줄기 햇빛에 대한 아쉬움과 답답함.

이런 기분, 종종 느낀다. 좋지만, 허전함이 마음 한편에 쌓이는 순간들. 그런 애매모호한 감정으로 하루를 지낸다. 그 아쉬움과 허전함을, 한낮의 커피 한 잔으로 달래 보려고 시도한다. 커피잔 속에 든 얼음은 어느새 녹아서 흐릿한 모습을 보이고, 그 순간 입속에 느껴지는 커피의 맛은 밍밍하다.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가 그린 바닷가 풍경을 떠올린다. 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이 저 멀리 보이는 바다의 수평선 경계마저 덮어버릴 듯한 화면은, 내가 마시던 커피와 묘하게 겹치며, 그 애매한 마음의 경계를 위로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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