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본능인가, 학습인가?

찰스 다윈,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에서.

by 숨은결

서문-3장까지 기록)

1-3장까지는 표현의 일반 원리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표현은 감정 표현을 가리킨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을 상세하게 다루기 전의 일반론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미 이 장들에서 기본적이고 뼈대가 되는 원리들을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그가 주장하는 감정표현의 기본 이론들은 현대에도 여전히 적합하고 유용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기도 하다. 다윈의 꼼꼼한 기록과 관찰 덕분에, 서문에서 3장까지 읽는 동안 새롭게 깨달은 부분들을 중심으로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먼저 서문에서는 다윈이 참고로 삼았던 다윈 이전의 학자들과 그들의 연구를 언급했다. 이중에는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인물과 연구 내용이 있었다. 먼저 프랑스의 해부학자인 루이 피에르 그라티올레의 연구이론이다. 핵심만 정리하자면, 그라티올레는 고도의 사고는 감정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지금에도 유효한 내용이다.


또 독일의 생리학자이자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하네스 페터 뮐러. 이 사람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감정을 표현할 때 완전히 다른 표정을 짓는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의 감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감정의 구성주의로 볼 수 있다. 즉 감정은 사람들의 개별적 해석에 따라 달라짐을 의미한다.


다른 책에서 이미 감정의 구성주의에 대해서 읽으면서 오! 했었는데, 다윈의 책에서 다루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사실 감정이 사람마다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도 꽤 신선하면서도 수긍이 가서 신기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볼 줄 몰랐다.

1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습관적으로 행했던 혹은 연계됐던 습관들을 후손에게 물려주게 되면서 사라지지 않고 보존되어, 오늘날 우리의 감정 표현과도 이어진다고 다윈은 설명한다. 또한 고도의 복잡한 본능은 기존의 변이 된 본능이 보존되고 그것은 자연선택을 통해서 발달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아마 이것이 우리가 상식처럼 배웠던 적자생존을 설명한 부분일 것이다. 환경이 계속해서 변화하기에, 여기서 살아남는데 필요한 본능은 그에 맞게 변형되고 적합한 조건을 갖추게 되면서 점차 발달하고 그것이 오늘날로 이어진다는 말과 상통한다.

2장에서는 감정과 행동이 때로는 정반대 되는 방식으로 결합한다고 말한다. 예로, 사람이 어깨를 들썩이는 것은 불능감과 유감을 표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고양이가 친근감을 표시할 때 꼬리를 수직으로 치켜세우고 귀를 세우고 등을 활처럼 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오히려 싸울 때의 고양이 몸짓은 꼬리를 살랑거린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이런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해서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2장에서 말하고자 한 바는, 우리의 감정 표현이 우리의 의지로 제어되는 것이 아닌, 몸의 신경계의 발현으로 이루어진다고 한 것이다. 또한 그렇기에 의도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감정 표현만을 위한 얼굴 근육은 없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인간이 제어하지 못하고 근육의 수축과 이완함을 설명한다. 감정과 행동이 반대로 표현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것이 나의 오랜 습관 혹은 인류가 긴 시간 축적된 습관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3장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결론을 볼 수 있지만 새롭게 발견한 것들도 있다. 우선 감정 표현은 신경계의 구성 방식과 감각 중추의 작동, 그리고 연계된 습관을 통해서 이루어짐을 말한다. 즉 감정이라는 것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에 만들어진 습관적 행위들, 그리고 몸의 신경계와 감각 중추의 결합에서 태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다윈은 예로 극심한 두려움을 들고 있다. 조류가 두려움에 떨면 부리의 일부가 창백해지거나 때로는 의식을 잃고 기절한다고 말한다. 또 인간의 경우에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점차 기력을 잃고 무기력해지는데, 이때 누군가가 힘을 내라고 하면 근육이 움직이고 뇌가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이 부분은 꽤 새롭게 다가왔다. 뇌는 명백하게 몸과 연결되어 있고, 이것은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인류 공통의 어떤 보편적 습관들, 예를 들어 슬프면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있는데, 이것이 사람마다 모두 동일하게 나타나기보다 개별적 차이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었다. 다윈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3장까지 읽고 나서 또 생각한 것은, 의지의 허상에 대해서였다. 보통 의지와 관련해서 흔히, 작심삼일을 언급한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의지가 작동하는 영역이 아주 미비하다는 걸 깨달았다. 인간의 의지가 박약한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윈은, 화가들은 감정의 보조도구 없이는 질투, 분노와 같은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는데, 그다음 문장에 특별한 추가 설명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하길, 당시 화가들이 보조도구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자연과 관찰 정도를 떠올렸다. 얼굴 표정만 보고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를 상상하는 것은 오도할 수 있다고, 다윈도 말한다.

감정 표현의 일반론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이미 오래전에 살았던 학자들이 지금 시기의 이론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과 다윈 또한 앞선 학자들의 연구에 힘입어 그의 이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내가 감정에 관해서 알고 있는 몇 개 안 되는 이론과 관련된 사실들은 이 책에서 이미 언급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 년간 여러 책을 전전하면서, 혹은 논문 조사에서 알게 된 나의 적은 지식은 다윈의 책에서 다 본 것 같다.

이전부터 시튼 동물기를 읽으면서 궁금했던, 해소되지 않았던 질문들이 있었다. 이제 4,5장은 동물의 감정표현에 관한 내용이기에 기대하고 있다. 과연 내 오래된 질문에 답을 줄지, 아니면 새로운 힌트를 남겨줄지 무척 기대된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미 무덤에 있는 이들은 정말 천재가 아니었나 싶다.

여러분은 감정 표현을 배워서 사용하시나요? 아니면 타고난 성향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편인가요?

이전 02화눈 감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