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의 진심이란

진심을 알아차리는 순간.

by 숨은결


석사 때보다 박사과정 공부는 훨씬 고되고 치열했지만,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오히려 더 끈끈함이 있었다. 게다가 다들 성격이 좋고 잘 놀았다.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노는 것도 참 잘하는 유쾌한 이들이 많다. 시험과 발제가 있는 날에는 서로 간식도 사다 주고 격려해 주면서 지냈다. 또 시험이 끝나면 같이 치맥을 즐기면서 수다도 떠는 그런 나름의 전통도 있다. 덕분에 박사과정 2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특히 내가 속한 과는 공부가 힘들고 어렵고 학교 내에서도 그런 소문이 알게 모르게 있다. 보통 박사과정은 종합시험을 한 번에 다 보지만, 우리 과는 나눠서 본다. 그런 이유로, 나도 이제야 종합시험을 모두 끝냈다. 종강 후 쉬었던 머리가 시험을 보려니 아우성쳤지만, 학기 중의 컨디션보다는 훨씬 나았다. 시험을 앞두고 응원을 보내는 선후배들이 있었다. 시험 보는 날, 학교에 와서 먹을거리도 사 주고, 시험 끝나고 같이 저녁도 먹고 뒤풀이도 한다.

문득 나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했다. 바쁘고 자기 일도 많은데 무리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나도 모르게 시간이 많은가 하고 묻기도 했다. 그런데 전혀 힘들지 않은 얼굴로 괜찮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정성이나 마음이 쉽게 생기는 게 아님을 순간, 깨달았다.

난 그동안 이심전심이라는 네 글자를 믿고 있었다고 착각한 게 아닐까. 시험 관련 모든 일정이 다 끝나고 집에 와서 문득, 그런 모든 행동이 단순히 마음과 정성이 아닌, 진심임을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항상 진심은 아니다. 때로는 살짝 포장하고 아닌데 그런 척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은가?

내가 하지 못하는 행동이라고 해서 그것이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닌데, 왜 그렇게 받아들였을까. 어쩌면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일 수도 있겠다. 혹은, 그렇게 귀찮은 일을 굳이 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관계가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석사부터 알고 지낸 사람도 있고 박사에 와서 알게 된 이들도 있지만, 확실한 건 늘 화기애애하기도 하고 유쾌한 관계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친구들보다 대학원 사람들과 대화가 좀 더 원활할 때가 많다. 무엇보다 학문적인 이야기가 통하는 공동체라는 것도 한몫한다. 모두의 관심과 응원 덕분에, 시험조차 즐거운 시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여러분들께도, 함께 하면 즐거운 공동체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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