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의 위기
내 몸에서 가장 예민한 곳은 바로 위장이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반응이 곧장 나타난다. 이상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일수록 더 집요하게 지켜보다가, 먹고 난 뒤에야 괴롭힌다. 그 결과, 나는 늘 위장상태의 불편감을 느낄 때가 많다. 이게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겠다.
때때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잘 먹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나도 식탐은 있지만, 과식한다 싶으면 탈이 나버린다. 물론, 그럼에도 먹을 걸 자제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떡볶이나 라면 등을 먹는 걸 제어하지 못한다. 먹고 나서 후회할 때도 많다. 몸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대체로 맛이 없다.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가 없다.
위장이 예민해서 나타나는 가장 최악은, 아마 여행을 갈 때가 아닌가 싶다. 여행 가는 날 위장이 어떤지에 따라 하루의 컨디션과 일정에 엄청난 변수가 생긴다. 좀 잠잠할 때도 있지만,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거나 압박감을 받으면 더더욱 민감하기 짝이 없다. 그럴 때는 며칠이고 괴롭다. 어리기만 할 때와 다르게 밀가루 음식을 많이 줄였는데도 여전히 내 위장은 초예민하다. 그러다 보니 살이 찌진 않았으나, 때로는 차라리 무엇이든 잘 먹고 소화하는 체질로 살았으면 싶다.
더 어릴 때는 먹어도, 스트레스를 받아도 몸에 그 영향이 미치는지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인식할 수 없었다. 지금은 내 정신과 몸이, 음식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음을 순간순간 자각하고 있다. 체력이 국력이고,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뜻인지 몸이 아프거나 쉽게 지치는 횟수가 누적되고 나이를 먹고 나서야 분명하게 깨달았다.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 1위는 떡볶이. 스파게티, 수제비 등 밀가루 음식이고 포기하지 못했다. 예전에 어떤 책 제목에 떡볶이가 들어가서 꽤 인기를 끌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제목에 꽤 공감했었다. 마음을 다스리면 몸의 부대낌도 좀 사라질까? 혹 그렇다고 해도 죽기 전까지도 내 마음을 어쩌지 못할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뿐 아니라, 내 몸이 좋아하는 음식에도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언젠가 내 위장과도 평화 조약을 맺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