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화석처럼 살아간다는 것

by 숨은결


레이먼드 카버 <보존> 리뷰

남자는 실직한 뒤로 거실 소파에서 지냈다. 남자의 아내는 그런 남편을 보고 ‘소파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했고, 거실에서 산다(living room)는 말로 그를 설명했다. 문득 이 단순한 문장 하나에 무척 공감하는 나를 발견했다. 일단 소파와 한 몸처럼 지내는 그를 이해할 수 있었고, 영어 단어 living room 자체에 이미 ‘살아가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음에도, 작가는 거실에서 산다는 말로 표현한 것에서 어폐를 느꼈다.

냉장고가 갑자기 고장 난 일은 부부 모두에게 낭패스러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냉장고에 있던 음식들이 전부 상하기 직전이었다. 여자는 당장 냉장고가 필요하니 중고 경매장에 가 보자고 말을 꺼냈지만, 남자는 시큰둥하며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경매장과 관련해서 죽은 아버지와의 그리운 추억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가고 싶었는데, 남편은 의지가 없어 보여서 씁쓸해하는 모습이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외출 자체가 부담스러웠으리라.

냉장고에서 꺼낸 음식들은 이미 먹기 어려웠음에도 여자는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 재료들을 사용해서 저녁상을 차리려고 했다. 그녀는 필사적이었다.


그런데 식사가 차려지고 남편이 그 앞으로 다가왔을 때, 그의 맨발 옆에 물이 고였다. 단순히 음식재료만 상하기 시작한 게 아니라 어디선가 물이 새고 있었다. 남편은 꼼짝하지 않았다. 여자는 그의 맨발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마도 그녀는 꽤 복잡한 마음이었을 것 같다.


이걸로 더 이상 남편은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가 다시 소파로 돌아가서 화석처럼 굳어버리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았을까. 이런 걱정은 남편의 실직과도 연결됐을 것이다.

작품 제목은 보존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존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하는가를 묻는 것일까? 이 소설에서는 여자가 어떻게든 부부의 일상을 되돌리고자, 그들의 평범한 생활을 보존하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았다. 남자가 보존하려던 것은 무엇일까.


한편, 나는 내 모습도 보였다. 2년여의 시간 동안, 내가 고정된 곳은 탁자와 의자였다. 박사과정을 지나오는 동안 붙박이처럼 앉아 있었다.


또 최근에는 집수리로 인해 내 공간이 사라져서 갈 곳이 없어졌고 그래서 식탁 근처가 주로 생활하는 공간이 되었다. 아무리 임시 거처라고 해도 불편하고 어수선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남자가 소파에서 좀처럼 떠나지 못하는 것이 내 일처럼 보였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여자의 마음은 얼마나 심란할지는 뻔했다.

이번에도 카버는 내게 묻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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