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기반 독서와 몰입의 경험
나는 종종 특히 소설을 읽을 때 몰입 현상이 강하게 일어날 때가 있다.
작년,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나이다'를 읽는 동안 이런 몰입을 경험했다. 그 이야기 세계에는 상상 속에서 만날 법한 괴물도 나왔고 그런 괴물이 존재하는 세상이 펼쳐져 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난 줄곧 그 공간 속에서 관찰자로 존재했고 그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관찰하고 생각하면서 이야기 흐름에 몸을 맡기는 동안 내 몸은 물리적으로는 현실 속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구름 속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혀서 멍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그 몰입은 이어졌다. 며칠 동안 그 세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채 지냈다.
이 이야기를 경험한 후에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이걸 말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 세월 이어진 내 독서에 어떤 특징이 있었는지 이것이 어떤 이론과 맞닿아 있는지 무지한 채 살다가 박사과정 공부에 와서야 이런 현상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알게 되었다.
긴 세월, 난 독서를 이해력, 독해력 등이 필요한 인지적인 작업과정이라고 여겼다.
몰입은 내 삶에서 특별히 별다른 영역이 아니라 너무 당연해서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 몰입은 몸으로 한 독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몸으로 하는 독서를, 이론가들은 감각적 상상력에 기반한 신체 기반 독서라고 말한다. 신체 기반 독서에는 감각적 상상력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단순하게 '머릿속 이미지'를 떠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텍스트 속 공간을 구현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고차원적인 인지적 활동에 속한다.
읽는다는 행위는 단지 눈으로 텍스트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 몸으로 반응하며 경험하는 것이다. 감각적 상상력은 텍스트를 읽고 그를 바탕으로 텍스트 공간을 구현하면서 등장인물의 경험을 마치 내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시뮬레이션하는 행위에는 독자들마다의 상이한 배경지식, 사회문화적 관습 등이 모두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똑같은 책을 읽고도 해석에 차이가 날 수 있다. 이건 오래전부터 사회 구성주의를 주장하는 학자들에 의해서도 이미 주장된 바이며 이는 다양한 이론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몸으로 독서하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물을 것이다.
1. 적극적인 자세로 읽기
단순히 줄거리만 따라가는 독서가 아니라, 이야기 세계에 적극 뛰어 들어간다는 마음으로 텍스트를 마주해야 한다.
2. 내 몸의 자동 반응 알아차리기
책을 읽다가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손에 힘이 들어가거나, 무섭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모두 이미 체화된 반응이다. 몸은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고 있다.
3. 감각적 상상력 연습하기
처음부터 몰입이 잘 되는 사람은 없다. 여러 책을 읽으며, 이해력을 높이고, 상상력을 조금씩 확장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4. 독서하는 나에게 귀 기울이기
독서 중 내 몸이 어떤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자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 어떤 독서 상태에 있는가’를 관찰하는 연습은 깊이 있는 몰입으로 이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독서하다 보면, 책을 읽는 즐거움은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생활이 된다.
몰입하는 독서를 경험하다 보면, 독서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게 바로 텍스트이기도 하다. 그 세계로 얼마나 깊이 있게 뛰어들지는 바로, 독자인 내가 결정한다. 그리고 뜸 들이면서 깊이를 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마땅히 감수해야 한다. 즉, 각오가 필요하다.
당신이라면, 기꺼이 각오하실 수 있으신가요?
그렇게 한 번, 몸으로 책을 읽어보세요.
이야기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당신 안에 머무는 순간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오늘, 한 권의 책을 골라 ‘몸으로 읽는 독서’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만의 독서 여정이, 지금부터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니까요.
덧: 이 신체기반 독서에 관련된 이론은 박사과정에서 배우면서 커다란 재미와 흥미를 느꼈어요. 그래서 마지막 4학기차는 아주 즐겁게 보냈습니다. 이 과정을 더 공부해서 학문적으로, 삶으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앞으로 공부하면서 알게 될 보물 같은 이야기를 여러분께도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