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의 기쁨:읽기가 변하는 순간

텍스트에서 날아오르기

by 숨은결



1. 무채한 읽기

소수의 사람들은 공감각이 발달되어 있어서, 소리나 말을 색으로 본다는 이야기는 드라마, 영화, 책에서 자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특히 일드를 좋아해서 이런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보았다. 왜 그들은 모두의 공통 언어인 소리며 말을 색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 신기하고 궁금했다.

평범한 감각을 가진 내 눈에 활자는 텍스트로, 소리는 음악 그 자체로 보고 듣는 것만 가능하다. 그러다가 내가 깨닫게 된 것은, 꾸준한 독서의 시간 속에서 그 밋밋한 풍경을 다채로운 색으로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2. 이해가 몸에 닿을 때

박사과정 중에는 매 학기 기말과제가 연구계획서 작성이다. 모든 과목은 예외 없이 이 페이퍼를 작성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즉 일종의 소논문이다. 진학하고 거의 1년 정도는, 어떤 주제를 내 것으로 삼아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했다. 뭔가 할 만해 보여서 정해도 교수님께 피드백받는 순간 컷 당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헤매기를 1년여 정도 한 후에야 비로소 난 내가 할 수 있는 주제를 발견했다. 바로 매체 비교분석. 이전부터 분석을 좋아했고, 무엇보다 늘 내가 선택하는 텍스트가 소설이었기에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 이 주제로 정한 후에는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공부했다. 하지만 취미로 좋아하는 것과 달리, 학문적 접근은 복잡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텍스트를 선정하고 이론을 적용해서 비교 분석하면서 재미와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이론의 벽은 무척 높기에 담장을 한꺼번에 훌쩍 넘었던 적은 한 번도 없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 높은 담장 앞에서 늘 좌절하고 한계를 느끼는 와중에도 소소한 기쁨과 희열이 존재했다. 이론을 적용해서 텍스트를 바라본다는 것은, 현미경이나 돋보기로 오밀조밀한 텍스트를 크게 볼 기회를 얻는 것과 같다. 그렇게 만난 텍스트 중에는 좋아하는 시인 에밀리 디킨슨도 있다. 한 번은 시와 예술작품을 선택해서 분석하면서 무척 즐거웠다.

3. 이미지가 떠오르던 순간

그럴 때 나는 공감각이 뛰어난 사람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무채색의 이해에서 비로소 잠시 고유한 색을 가진 순간이었다. 텍스트와 텍스트가 연결되고 무엇보다 내 머릿속에서 그것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그려진다. 어쩌면 이론적, 학문적으로는 그다지 연결성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내 안에서는 누구도 보지 못한, 나만의 풍경이 그려진다.


소설, 시, 영화, 드라마는 모두 이미지를 갖는다. 그 고유한 이미지에는 색채가 숨어있다. 누구나 그 색채를 자신만의 것으로 불러오는 일이 가능하고, 그럴 때 세상에는 없는 고유한 컬러가 만들어진다.

이해한다는 일은, 단순히 문자상의 이해를 넘어 내 삶의 맥락과 배경, 상황으로 바라보며 알게 된다는 말이 아닐까? 또한 그 이해에서 이미지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뜻깊은 것이 될 수 있다.

4. 나만의 컬러를 찾아

박사과정을 지나면서 가장 크게 체감한 것은 배움과 깨달음의 희열이다. 이것은 내가 평생 추구하며 찾아다니는 나비이기도 하다. 잠시 앉았다가 어디론가 가 버리는 게 일상인 나비일지라도, 내 속도로 그 나비가 보이는 곳까지 굽이진 길을 가는 일은 그리 나쁘지 않다. 오히려 내 시야에 언뜻 보이는 그 나비는 내게 기쁨을 주고 다시 걸어갈 수 있게 한다.

가는 도중에 느끼는 그 기쁨과 희열과 헛헛함, 혹은 결핍감은 도리어 그 나비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배가하고, 내 눈으로 포착한 고유한 색을 더욱 생생한 컬러로 만들어줄 것이다.

추신) 예약시간 오류가 있었어요.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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