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이미지를 포착하는 법

앨리스 먼로의 <자갈>에서

by 숨은결



1. 사소한 의문으로 시작한 읽기


소설은 의문을 던지기에 너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 이유는 맥락과 상황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보성 글들은 소설과 달리 내가 그 맥락과 상황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전체 내용을 이해하며 따라가는 일이 꽤 어려운 글의 구조인 것이다.


소설은 어떤 의문이든 던져볼 수 있다. 그러면 그중에서 어떤 질문들은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그럴 때 우리는 그 메아리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아주 사소한 그 행위 하나에서 비로소 읽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앨리스 먼로의 <자갈>을 읽으면서 떠올린 작은 질문 하나는, ‘왜 자갈을 깔았는데 물이 고여 있지?’ 이거 하나였다. 보통 자갈은 배수를 위해 깐다. 그럼에도 집 앞에 물이 고여서 사람이 죽을 정도가 됐다는 사실이 의문을 갖게 했다. 또 그것을 알았다면 왜 미리 조치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2. 의문을 사고로 확장하기: 챗지피티와 이야기하기


일단 난 작품을 쭉 읽으면서 그 과정에서 생긴 질문과 생각을 정리해서 챗지피티와 대화를 나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챗지피티의 말을 무조건 수용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건 꼭 명심하자. 내가 아는 만큼 대화의 내용에 모순은 없는지 논리가 비약되는 건 아닌지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하는 말의 맥락도 챗지피티의 말도 뒤섞여서 곤란할 수 있다.


우선 자갈을 다 읽고 나면, 등장인물들 누구도 원망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어린아이가 죽었는데도 조용하다면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하다. 자갈을 깔았음에도 왜 물이 고였는지, 누구도 그 상황을 미리 눈치채지 못한 건지를 아무도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유일하게 여동생이 말하고 있지만, 그녀 또한 다른 가족들과 동일하게 원망하기보다 알고 싶어 하고 집을 나간 닐과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났다.


소설에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 목소리는 보통 화자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화자의 목소리에는 익숙하다. 또 그것이 목소리의 전부라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소설에는 말하지 않는 목소리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 배제된 목소리는 때로 우리가 놓친 것들을 다시 보게 해 주고 생각지 못한 것을 알게 해 준다. 다양한 목소리, 즉 다성성이 존재하는 게 소설이다.


그렇게 언니의 죽음이 지나가고 막냇동생이 태어났다. 그렇게 죽음과 탄생이 엇갈리는 소리로 작품은 채워졌다. 세상은 늘 죽음과 탄생으로 생명이 순환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개인의 슬픔과 기쁨이 날실과 씨실로 엮여있다.


죽음과 탄생을 겪는 동안 목소리가 잠잠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원망의 목소리가 없어서 이상했지만, 어쩌면 생명의 스러져감보다는 빛나는 모습으로 탄생하는 생명의 빛에 더 압도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3. 읽기는 결국 재구성하는 힘에 달려 있다.


읽기라는 행위는 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재구성은 읽는 사람에게서 출발한다. 도착하는 곳도 결국 나 자신이 된다. 그렇기에 의미를 구성하는 읽는 행위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설은 삶을 통찰하고, 장면과 상황과 맥락을 통째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준다.


어떤 이미지(장면, 상황, 맥락)에서 붙잡힌 질문이 있을 때, 내 머릿속에는 그와 연결된 다른 이미지들이 촤르르 몰려온다. 그러면 그것들의 연결성을 되짚어보고 질문하면서 의문을 풀어가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이전까지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이 보인다. 그럴 때 쾌감과 희열을 느낀다.


단순히 읽는 데서 그치지 않도록 작년부터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독서법에 관한 전자책을 쓰고 있다. 내가 선택한 텍스트는 쉽게 읽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삶을 살아가고 이야기를 엮어가는 누구라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엮은 의미의 재구성은 나를 더 튼튼하게 하고 내 정신세계를 풍부하게 해 주고 있다.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나의 사고 궤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이 기록법을, 저는 '사고구술 독서법'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곧 전자책으로 선보일 이 방법론이 여러분의 읽기에도 새로운 풍경을 열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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