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읽기
1. 읽기에서의 텍스트와 나
종종 수업할 때 만나는 학생들 중에는, 본래 수준에 맞는 텍스트보다 늘 높은 학년들이 소화할 만한 책만 고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책을 엄청나게 열심히 읽은 것도 아니었다. 일주일에 한 권 읽는 책도 겨우 소화하기 바쁜 정도였다. 그럼에도 소위 지적 허영심이 있었다. 부모 또한 그들의 그런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물론 내게도, 혹은 우리 모두 그런 허영심 정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의 읽기는 성인과는 또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성인은 잘 읽든 아니든 누가 간섭할 수 없고 그런 일도 잘 없다. 학교라는 공간이 아닌 이상.
적절한 수준의 읽기 텍스트를 선택하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늘 자신이 소화할 수 없는 것만 골라서 힘들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건 좋지만,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대체로 자신의 읽기 수준보다 조금 더 어려운, 쉽게 말해서, 내가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정독했을 때 책의 내용을 7-80프로 이해할 만한 수준이 적절하다고 본다.
보통 영어 원서 읽기에서도 한 페이지에 모르는 영단어가 몇 개 이상 있다면 이해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말들을 떠올려 보자. 실제로 내 경우에도 모르는 단어가 5개 넘어가면 그 페이지의 내용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전체 맥락을 알지만 단어만 모르면 이해되는 것도 있지만, 보통 처음 읽는 텍스트에서 본 적 없거나 뜻을 모르는 단어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많다면 어려움에 봉착한다.
2. 읽기를 끌어올리는 텍스트를 선택하자
다들 책 많이 읽는다고 공부 잘하는 건 아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 독서는 어떻게 읽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저 글자를 넘기면서 줄거리를 안다고 읽기 능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늘 우리가 줄거리를 아는 데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 보자. 물론 기본 줄거리를 모르고서 이야기를 즐기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단순한 줄거리 파악이 곧 읽기 능력을 보여주는 건 아닌 것이다.
내 읽기를 끌어올리는 텍스트를 선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너무 어렵지 않게, 내가 전체 텍스트의 맥락을 알 수 있는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 좋다.
그랬을 때 읽으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좌절감만 느끼는 읽기는 곧 포기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누가 재미없고 이해도 되지 않는 글을 읽으려고 하겠는가?
문학 읽기는 이럴 때 아주 유용한 텍스트이다. 문학은 누구나 경험할 법한, 상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때로 그것이 다소 추상적이고 복잡하더라도 그 이야기의 맥락은 우리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작품 속 이야기를 파악하고 주인공의 마음을 읽어 보고 상황과 맥락을 알아가려고 읽는 문학 읽기는 의외로 독서 능력을 올려주는 히든카드이기도 하다.
3. 문학은 보물지도이다.
내 경우에도 어릴 때부터 읽은 문학이 삶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또 그 시간들의 쌓임으로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
평생교육원이나 도서관 강의에서 문학작품을 텍스트로 선정한 것은 이런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선택인 동시에, 대학원 박사과정을 지나오는 동안 깨달음에서 온 것이기도 하다.
문학은 피상적인 수준에서는 그냥 이야기에 불과하나, 심층적인 차원에서는 보물지도와 같다고 생각한다. 보물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원래 보물이란 숨겨져 있다. 그 지도를 아는 자에게만 허락된 공간이다. 그러니 그 지도를 손에 넣지 못한 자에게는 기회가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는 열린 지도가 존재한다. 또한 그 지도에는 문학이라는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명백하게 알려준다. 심지어 깃발도 꽂혀 있다. 표지를 따라가면 그 장소에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다.
4. 단편 소설에서 시작하자
지금은 많은 이가 긴 분량의 책을 읽기 어려워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난 대중적인 장소에서의 수업임을 고려해서 비교적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이해할 만한 텍스트를 선정했다. 물론 그 작품들 중에는 가이드가 필요한 작품들도 존재한다. 누구도 이해 못 할 작품이 아닌, 삶의 맥락에서 알아갈 만한 내용들이기에 선택했다. 처음 한 발을 떼는 건 어렵지만, 같이 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한결 수월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걸 해석해 주는 강의는 아니다. 여태 난 그걸 지양해 왔다. 가는 방법은 알려주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달해서 깃발을 뽑는 건 스스로 해야 한다. 그래야 그다음 목표지로 갈 만한 원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읽자. 그게 가장 중요하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지 않는가.
단편소설은 분량이 적어서 읽기의 부담은 적다. 그만큼 압축적인 이야기들도 있지만, 소설의 묘미는 그걸 파헤치는 데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5. 읽기의 태도를 위해서
마음먹기는 참 어렵다. 늘 내가 원하는 대로 마음먹는다면 세상살이가 훨씬 수월할 것 같다. 그렇기에 마음먹은 일은 주저하기보다 우선 실천하는 게 필요한 순간들이 존재한다.
읽기의 태도를 기르는 일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저 누구나 다 하니까 하게 되진 않는다. 이런 때는 함께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곳으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읽기의 태도를 위해서 작심삼일이라도 마음먹고 행동해 본다면, 몇 줄, 몇 개의 문장이라도 읽을 수 있다. 어느 걸 읽어야 할지 모른다면 문학에서 시작해 보자.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아주 한순간에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