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겐, 옥문강, 육안 그리고 시스템이 된 자아
1. 하나로 작동하는 세 개의 장치
주술회전을 다시 보면서 그에 연결되는 비유할 만한 개념이 떠올랐다. 이런 내 생각이 다소 얼토당토않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 글로 정리해서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주술회전 3기 3회에서 텐겐은 사멸회유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세계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텐겐은 자신이 500년 이상을 살면서 주령의 존재에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텐겐의 존재 방식을 보며 기능은 나뉘어 있지만 하나로 작동하는 구조, 흔히 삼위일체라 부르는 개념이 떠올랐다.
텐겐, 성장체, 육안 이 세 가지는 인과로 연결되어 있다. 텐겐은 이제 개인의 자아는 사라졌고 천지 자체 즉 세상이 자신이라고 말한다. 또 팬들이라면 기억하겠지만, 텐겐은 앞 시즌에서 성장체와의 동화를 통해 진화하려고 했지만 소녀가 죽고 말았다. 이제 텐겐이라는 존재는 누구와도 동화가 가능하도록 진화했다. 다만 이제 주령의 존재에 가까워져서 주령 조종술에 의해 흡수될 수 있는 존재로 진화되었다.
사멸회유는 텐겐과 인류의 동화 이전의 길들이기 과정이다. 또한 사멸회유는 주술사(플레이어)의 주력과 결계와 결계의 경계를 이용해 인류를 피안으로 건너가게 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이때 피안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내 생각에 피안이라는 단어는 어떤 목적지인 동시에 행위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행위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의식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현대사회의 입시 영역의 이야기로 환원하면, 합격, 학벌사회로의 진입 정도일까?
옥문강에는 뒷문이 있다는 설명을 듣다가, 뒷문이라는 단어에는 ‘우라'라는 단어로 표현되는데 보통 일드에서 ‘우라'는 검은 속내를 의미하기도 한다. 시스템의 우라는, 시스템의 보이지 않는 폭력성이나 인간의 사유를 제거하고 기계적인 출력을 통해 규격화된 결과를 생산하는 입시의 이면과 닮아 있다.
육안이라는 단어는 고죠 사토루와 바로 연결된다. 육안은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동시에 통제도 가능하다. 육안의 존재가 있으면 세상은 일정한 규칙과 원리로 다스릴 수 있다. 주술회전에서 어쩌면 켄자쿠가 원하는 건 육안의 역할은 아닐까? 그렇기에 켄자쿠는 텐겐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나 그를 먼저 봉인하거나 흡수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텐겐의 존재 자체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지 않았던 것. 그렇지만 육안은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통제 가능한 규칙과 원리로 지배가능한 세상에서 집단지성이란 획일성을 가지며, 개인의 자아가 부재한다면 더 쉽게 통제하기 쉽다. 그럴 때 육안의 권한은 강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2. 선택한다는 착각
여기까지 다다르자 다시 생각한 것은 바로 이런 세상은 지금의 입시와 연결되었다. 입시란 대학 입학을 위해 줄을 세우는 과정이다. 집단지성에 기반해 사람들이 지식을 평가하며, 이 시스템은 사람들의 사고구조도 바꾼다.
이런 시스템에서 개인의 자아와 정신은 이미 육안에 의해 감시당하고 통제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의 의지가 작동하여 자율성을 손에 쥐고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정도의 최소한의 의지는 허용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에서 저항하며 물들지 않는 것은 가능한가도 생각했다. 시스템에 균열을 내야 한다. 균열이라는 건 이미 그 자체로 영향력을 가진다. 시스템 바깥에 있다는 의식은 그 자체로 사람들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선택이란 단어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의지가 필요하며, 그럴 때 비로소 육안의 통제가 작동되는 게 아닐까?
인간은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때 거부감을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안전하며 자유롭다고 여긴다. 유명한 성경구절인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처럼. 진리라는 것은 단 하나여야 성립하지만, 이제 진리마저 상대적인 세상이 된 듯하다.
3. 낯설지 않은 이 세계
우리는 디스토피아를 꿈꾼다. 법과 정의가 공정하고 공평하게 작동하며 통제되거나 감시당하지 않는 자발적인 의지와 자유로 살아가는 세상을 원한다.
나는 주술회전 3기의 사멸회유를 보면서, 특히 정교하게 짜인 세계관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켄자쿠야말로 디스토피아를 꿈꾸는 이상적인 인간이 아닌가 생각했다. 물론 그의 디스토피아는 모든 이가 꿈꾸거나 그려본 미래는 아니다. 그렇기에 디스토피아가 아닌가 싶다.
고죠 사토루와 그의 육안은 주술 세계 최강이다. 입시도 지금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최강이다. 이런 식의 연결은 다소 내키지 않지만, 이야기를 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주술회전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내게 보이는 세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주술회전 3기에서 보이는 정교한 세계관에 놀랐다. 무엇보다 만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될 줄도 몰랐지만 꽤 재미있었다. 지금의 이 글은 팬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의 상상력과 생각을 엮어 쓴 글로 너그럽게 읽어 주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