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우며......

by 파란 해밀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 직원들에게 공지할 사항이 있어 전체 메일을 보냈다. 보내기를 클릭하기 무섭게 튕겨나오듯 반송 메일이 왔다. 무언가 싶어 열어보았더니 작년 말일 자 기준으로 퇴직한 직원 앞으로 보내진 것이 되돌아온 것이다.

참, 기계라는 것이 얄짤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소록에 명단을 넣어 두었는데 퇴직한 지 겨우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여지없이 되돌려 보낸 것이다. 사람 사이에 하는 흥정이나 덤, 인정머리라곤 조금도 없다. 주소록으로 들어가 리스트에서 그 직원의 이름을 삭제했다. 이젠 더 이상 업무 시스템 어디에도 그녀의 이름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사라진다는 것이, 떠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잠시 헛헛해진다.


© kellysikkema, 출처 Unsplash



그 직원은 알까? 그녀가 떠난 뒤 자신의 이름을 지우며 누군가 가슴 먹먹해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떠난 후에도 누군가 내 이름을 지워내며 잠시라도 나를 생각이나 할까? 떠난 후 혹시라도 쓸데없이 나뒹굴 나의 부스러기는 없을지 괜스레 이리저리 생각 언저리를 걸레질로 훔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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