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1주일간 교육을 다녀왔다. 나의 빈자리가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필수적으로 가야 하거나, 꼭 필요한 교육이 아니면 선뜻 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2015년이 마지막이었다. 퇴직을 앞두고 공부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 같이 가자는 동기의 꼬드김에 적극적(?)으로 넘어갔다. 아마도 거의 2년 동안 코로나로 집을 떠날 일이 없었으니 그에 대한 갈증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모처럼 탄 열차에서 바라보는 가을은 생각보다 많이 익어 있었다. 집과 회사로만 돌던 콘크리트 동선에 갇혀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을 그저 달력으로만 느끼고 있었다. 이른 아침 열차를 타야 해서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는데도 동기와 나는 소풍을 나온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몇 년 전, 둘이서 페루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철도를 탔던 그때처럼 우리는 마냥 들떠 있었다.
코로나로 집합교육을 거의 하지 않다 보니 교육생이 없어 넓은 교육원이 더 휑해 보이기는 했지만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교육원은 여전했다. 열띤 토론을 했던 강의실, 하나라도 더 익혀보려고 모니터 안으로 들어갈 듯 코를 박고 작업했던 전산 강의실도 그렇고, 강의를 듣는 학생이 아니라 내가 강의를 했던 자리의 무게도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교육기간 동안 점심을 먹고 나서 운동장을 걸었다. 체육대회의 뜨거운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저 자리 어디쯤이 우리 구역이었지....., '
'사물놀이 회원들과 장구를 치며 곳곳을 누비고 다녔는데.....'
올 때마다 조깅을 했던 트랙은 새롭게 단장을 했는지 예전보다 더 탄탄해 보였다. 나는 그때처럼 다시 달릴 수도 없는데 빛을 받은 트랙은 지나간 세월이 무색하도록 활기찬 청년처럼 쌩쌩하다. 운동장을 삥 둘러 심어진 나무에는 어느새 깊은 가을이 내려와 있다.
느릿느릿 걸으며 곳곳에 스며있는 작은 추억들과 눈 맞춤을 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안녕, 벤치야'
'안녕, 나무야'
'안녕, 운동장'
'너도 안녕, 푸른 하늘아'
'잘 있어, 교육원아!
'이게 마지막이겠구나'
'잘 지내고 간다'
'그동안 고마웠어'
하나, 둘, 눈으로 인사를 하다 문득 생각에 잠긴다. 언젠가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도 지금처럼 낯익은 사람들과 익숙한 것들에게 눈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갈 수 있으면...... 그동안 고마웠다고, 잘 지내다 간다고 이 짧은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갈 수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