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해밀 Jul 22. 2022

다시 나서며




퇴직 전, 복잡한 코시국에 특별한 절차 없이 가장 먼저 부산에서 출발할 수 있는 나트랑 항공권을 구매했다. 내가 하는 퇴직 선물이다. 거의 3년 만에 나와 본 공항은 예전에 비해 모든 것이 간단하게 진행되는 이점을 감안하더라도 생각보다 훨씬 을씨년스러웠다.


4시간 반가량 걸린 비행시간은 남미를 날아간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 온몸이 뻐근했다. 아마도 짧은 비행시간이라 아무런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마음을 미리 먹는다는 게 예방접종 같은 것일 텐데 야반도주하듯 그저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 나왔다.






나트랑으로 향하면서 나는 또 나를 미로 속으로 던진다. 낯선 곳에 나를 풀어놓았다. 어둠 속에서도 가만히 있다 보면 차츰 사방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처럼, 이리저리 헤매다 스스로 갈 길을 찾아간다. 언제부터인가 그것이 좋아졌다. 그래서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을 자꾸 기웃거린다. 그것이 내가 하는 여행의 의미일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종내 스스로 찾아내고 선택하는 여정이 아니던가?

매거진의 이전글 강아지풀의 기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