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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해밀 Jul 28. 2022

마음 가는 대로 달랏



달랏의 첫 느낌은 안온했다. 사람을 압도하는 높은 빌딩도 없고, 하노이처럼 눈 뜨고 코 베어 가는 곳도 아닌 듯했다.


오토바이를 탈 수 있으면 빌려서 구석구석 동네를 훑으며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뚜벅이의 한계가 무척 아쉬운 곳이다.






번잡한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언덕 아래로 펼쳐져 있는 동네가 그림처럼 예쁘다. 골목마다 걸어보고 싶지만 그저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그랩 기사 등 뒤에서 바람처럼 지나는 풍경을 하나라도 더 눈에 담으려고 애만 쓸 뿐이다.


저기 가 봤으면.....

저길 걸어 봤으면.....

카페에 가 보고 싶은데....


하며 놓쳐버린 곳이 부지기수지만 얼굴을 스치는 시원하고, 맑은 바람에 많은 위안을 얻었다.






달랏에서는 이동할 때마다 그랩으로 오토바이를 이용했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바람과 풍경을 느끼기에 자동차보다 더 좋았다.


몇 년 전, 하노이에서 처음 오토바이를 탈 때는 많이 긴장했는데, 사파에서 몇 번 타 본 경험이 있어 이후로는 제법 익숙해졌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오토바이로 50분을 넘게 가야 하는 메린 커피농장이나 링언사를 갈 때는 엉덩이가 불편해서 살짝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또 어느새 적응이 되어 갈 때보다 더 빨리 돌아오는 것 같았다.


교통 흐름을 막으며 느리게  달리는 대형트럭을 날렵하게 따돌리고 추월할 때는 뒤에 앉아서 쾌재를 불렀으니 겁도 없이 간이 많이 커진 것 같다.







메린 커피농장은 달랏에서 상당히 규모가 크고 커피 관광명소로 체계가 잡혀 있는 곳 같았다. 하루에 한두 잔 꼬박꼬박 커피를 마시면서도 커피나무를 본 적이 없었는데 교외로 바람도 쐴 겸 해서 아침부터 서둘러 나섰다.


7월의 달랏은 우기라서 날씨 예보를 반드시 확인하고 움직여야 했다. 대체적으로 오후에 비가 많이 오는 편이라 필요한 일정은 오전에 하는 것이 나름 그동안의 요령이다.







이 날도 11시경에는 비 예보가 있어 일찌감치 서둘러 8시에 집을 나섰는데도 도착해보니 대형 관광버스 몇 대는 벌써 관광객들을 토해 놓고 속을 텅 비워놓고 있었다.


농장 곳곳에 사진 찍기 좋은 스팟을 꾸며 놓아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포즈를 취하느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짙푸른 초록 사이사이 인위적인 조형물들이 다소 이질감이 들었지만  멋진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커피농장 한 켠에 사람들이 덜 찾는 다소 외진 곳까지 와서 선명하게 새기고 간 이들의 자신 있는 사랑이 대나무처럼 꺾이지 않고 잘 뻗어가길 속으로 바랬다.







메린 커피농장에서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15분가량 외곽으로 나가면 링언사가 있다. 친절한 외국어 설명이 없어 유래를 알 수 없지만 곱게 생긴 석상 앞에는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 현지인들이 줄을 잇고 있었고, 그 모습은 자녀들의 수능을 앞둔 한국의 어머니들처럼 진지해 보였다.


멀리서 왔다고 혹시 나의 기원을 들어줄지도 몰라 나도 해볼까 하다가 딱히 빌 소원 거리가 없어 그냥 지나쳐 왔다.







또다시 50분가량을 달려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12시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랩 기사에게 3시간을 쓰기로 했는데 링언사 앞 가게에서 망고를 사 먹으며 주인 딸내미와 노닥거리다 보니 좀 지체가 되었다.


그때까지 다행히 하늘은 비를 참아주었다. 간혹 일기예보가 다소 빗나가는 날은 덤으로 돌아다니기 딱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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