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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해밀 Jul 15. 2023

위험한 착각





나이가 들면서 찾아온 안구건조증은 대책 없는 오랜 골칫거리이다. 온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일을 해야 했던 터라 눈은 하루종일 혹사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안약과 인공 눈물을 넣기도 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심하게 눈이 아프거나 인공 눈물이 떨어지면 집 근처에 있는 안과를 찾았다. 옛날에는 의사 선생님 혼자 운영했는데 지금은 제법 규모가 커져서 세 명의 의사가 진료를 하고 있다. 그 병원을 다닌 지 꽤 되어서 원조(?) 선생님도 이제는 어느새 나처럼 많이 늙었다.  

젊은 의사 선생님도 있지만 첫 정(?)이 무섭다고 나는 노년의 의사 선생님한테서 처치받는 것이 편했다. 병원에서 해 주는 것이라고는 침대에 눕혀 놓고 눈을 씻어낸 다음 안약 두세 가지를 눈에 넣어주는 것이 전부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고 나면 눈이 뻑뻑하고 아픈 것이 훨씬 가벼워졌다. 아무리 인공 눈물을 넣어도 좋아지지 않던 것이 병원에서 그 처치를 받으면 한결 눈이 시원하고 편안해졌다. 마치 누군가 내 귀 청소를 해주는 것처럼 시원했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 계속 그렇게 눈을 씻겨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침대에 누워 그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똑같은 처치를 받는데 눈이 시원했다. 계속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불쑥 내 속마을을 털어놓았다. 


"선생님이 제 남편이면 참 좋겠어요. 그러면 이걸 매일 해주실 텐데......"
"아이고~~~~. 마누라면 이런 것 해 주는가요? 안 해주지....."
"?????????"


눈이 시원해서 한순간 정신줄을 놓는 바람에 만고불변의 진리(?)를 깜빡했다. 남편은 남의 편이라는 것을...... 눈에서 뚝뚝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일어나 생각했다. 머리 하러 미용실에 갈 때마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다음번에는 더 강력하게 힘주어 말을 해야겠다. 


'남편이 알아보지 못하는 여자로 만들어주세요'
'낯선 여자로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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