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걷었다

by 파란 해밀




주렁주렁 온갖 줄을 몸에 달고 빨래처럼 걸려 있던 언니는 끝내 빨래를 걷어갔다. "미안하다"라는 말만 사력을 다해 쏟아내고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인 양 덩그러니 빈자리만 남겨 놓고 떠났다.

오랜 병원 생활동안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서도 그랬던 마음은 온 데 간 데 흔적도 없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하늘나라에 태어나는 두 번째 탄생이라는 어느 시인의 시구도 한낮 말장난처럼 들릴 뿐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는다.


"꼭 너네 집에 놀러 갈게......"
"아들 결혼식에 갈게......"
"그래. 종종 만나자......"
"또 전화할게......"


지키지도 못할 약속만 잔뜩 늘어놓고 사기꾼처럼 하나도 지키지 못하고 갔다. 저 세상 가는 길목에는 10년 전에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마중 나오셨으려나?

"아이고! 언니, 오빠들도 아직 안 왔는데 어쩐다고 네가 벌써 왔어?"

하고 엄마한테 혼구녕이나 났으면 좋겠다. 등짝이나 실컷 두들겨 맞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 생에서 앓으며 했던 그 고생보다는 낫겠지.......

그래서 내가 용서한다......
그래서 내가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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