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차이

by 파란 해밀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나서 처음으로 야외 어반 스케치 모임에 나가 보았다. 모임 장소가 마침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이동에 따른 부담이 없어 쉽게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만나기로 한 시각 보다 30분가량 일찍 도착해서 마을을 둘러보았다. 손바닥만 한 동네라서 갔던 길을 다시 오가며 그림 그릴 때 사용할 풍경 사진을 찍었다.


알록달록한 빌딩을 퍼즐처럼 빼곡히 꽂아 놓은 것 같은 도시에만 살다가 모처럼 한적한 들판으로 나오니 속이 뻥 뚫렸다. 이곳으로 오고 나서 공짜로 꽤 쓸만한 사은품을 받은 것 같아서 벌름거리는 콧구멍으로 자꾸 달콤한 봄바람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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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nterest



이리저리 걷다 보니 어느새 갔던 길이고, 다시 되돌아 나오기를 몇 번 반복해도 아직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 다람쥐처럼 원을 그리며 돌아다녔다. 때로는 가면서 보았던 것보다 오면서 보이는 풍경이 더 매력 있고, 그리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구간이 있었다.


한두 번 그러려니 했는데 같은 건물, 같은 나무, 같은 구역인데도 내가 보는 각도와 위치에 따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그림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디테일한 것까지 마음에 담지 않았을 텐데 그림을 그릴 주제를 대상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그 작은 차이가 매우 다른 결과물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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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nterest



갔던 길을 돌아 나오면서 그냥 무심히 지나쳤다면 쉽게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결국 똑같은 풍경을 두고 내가 어디에서 바라보느냐?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냐에 따라 피사체는 엄청나게 다르게 새겨졌다.


사람의 생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내가 오로지 한 방향에만 꽂혀서 바라본다면 나는 그 생각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릴 것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위에서 아래에서, 때로는 비스듬히 바라보면 미처 내가 알지 못한 다른 면을 보고 깨달을 수 있을 텐데, 오랫동안 익숙한 내 위치에서만 바라보며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사진을 찍으며 내게 물음표를 던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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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nterest



건강을 위해 여러 운동을 하고, 갖은 영양소의 음식을 섭취하듯 생각도 다양한 각도로 시도해 봄으로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여행지에서 느끼는 신선한 깨달음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로지 내 위치에서만 상대를 바라보고, 상황을 판단하려고 했던 건 아닌지......


그날 나는 그림 보다 더 소중한 생각 하나를 꽁꽁 여며 챙겨 왔다. 그때의 그 차이를 그림처럼,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해 두었다가 내 삶에 색이 잘 입혀지도록 사부작사부작 붓질을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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