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새벽 수영 가는 사람의 일상을 묘사한 짧은 영상을 보았다. 아직 아침 해도 일어나지 않은 시각, 따뜻한 이부자리를 박차고 차가운 바람 속으로 나서기까지 끊임없이 자신을 흔드는 "오늘, 수영 가지 말까?" 하고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혈서로 맺은 동지 같은 독립투사(?) 만큼의 끈끈한 동질감을 느꼈다.
영상에 달린 수백 개의 댓글에도 모두가 절실히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어쩜 내가 느끼는 것을 저렇게 찰떡같이 표현했을까? 하는 대목에서는 나도 빙긋 웃었다. 세상 곳곳에서 다들 저렇게 나와 비슷하게 살고 있구나....., 나만 툴툴거린 게 아니고, 나만 용쓰며 사는 게 아니구나......
다들 제 위치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거나, 혹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잠시 흔들리더라도 자신을 달래거나 위로하기도 하고 질책하면서 잘 이끌어 가고 있었다. 나는 비록 새벽 수영은 아니었지만 퇴근 후에 가는 저녁 수영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피곤한 데 가지 말까?'
'가서 샤워만 하고 집에 갈까?'
하루쯤 빼먹는다고, 며칠 안 간다고 누가 뭐라 하는 건 아닌데 가끔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면서부터 시작해 세찬 샤워기 물줄기로도 갈등은 쉽게 씻어내지 못할 때가 있었다.
같이 근무한 직원 중에 사내 결혼을 한 30대 중반 커플이 있었다. 그들은 아침 6시 수영을 몇 년째하고 출근을 했다. 아침잠이 없는 나이도 아닌데 어떻게 새벽 수영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샤워를 하고 풀에 들어갈 때는 정말 춥고 싫은데, 그래도 아침에 샤워를 안 해도 되니까 장점도 있어요."라고 했다.
내가 하는 저녁 수영은 집에 가서 따로 샤워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 점을 꾸역꾸역 장점으로 밀고 있었는데, 그들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래도 특히 추운 겨울, 캄캄한 새벽어둠을 뚫고 나서기까지는 저녁 수영을 하는 나보다 훨씬 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금요일은 그동안 잘 안되던 그림이 모처럼 잘 그려져서 수영을 빼먹었다. 마음 한 편으로 불편하기는 했지만 후딱 그려낸 그림 한 장으로 그것을 덮었다. 토요일에도 잠시 '그냥 쉴까?' 하는 유혹에 흔들렸지만, 가방을 꾸려 나갔다. 일단 현관만 나서면 수영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뜻한 물로 벅벅 머리를 감으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샴푸와 한데 섞여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가뿐해진 몸과 마음으로 돌아와 젖은 수영복을 빨랫줄에 널며 '다녀오길 잘했다'는 칭찬을 해주었다. 나를 위한 돼지 저금통에 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넣은 것 같다.
나라는 존재가 완벽한 일체인 줄 알지만 의외로 번번이 어근버근하게 된다. 오히려 나와 대척점에서 끝없이 나를 시험하고 흔든다. 내 팔로 물을 밀어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듯이 우리의 삶도 그런 것 같다. 나를 온통 뒤덮고 있는 거대한 물의 일렁임 속에서도 코어에 힘을 주고 곧게 쭉쭉 나아갈 때,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극한의 짜릿함이 어디 수영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연일 추운 날씨가 이어지지만 오늘은 갈등 없이 수영을 가볼까 한다. 백 원짜리 동전을 꾹 눌러 저금통에 하나 더 넣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