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상권이 브랜드 전략 무대가 되는 이유
광장시장과 북촌이 최근 패션 브랜드의 핵심 실험 무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가 소비자의 행동과 문화를 시험하고 학습하는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광장시장은 전통시장이지만 동시에 이질적 소비자 세그먼트(heterogeneous consumer segments)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코닥어패럴, 오프뷰티 같은 브랜드가 매장을 연 이유는 단순 판매가 아니라 MZ세대 로컬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상이한 집단의 반응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전통시장은 신뢰와 친숙함을 제공하고 새로운 브랜드 매장은 신선한 발견을 제공합니다. 소비자 행동 연구에서는 이를 양가적 욕망(paradoxical desire)이라고 부르는데 서로 다른 가치가 동시에 충족될 때 소비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북촌은 조금 다른 맥락에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옥 건축물과 문화유산이 주는 독특한 정체성 덕분에 브랜드는 북촌을 ‘스토리 자본’으로 활용합니다.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기록하고 체험하며 SNS를 통해 공유합니다. 이때 체험 가치(experiential value)가 곧 브랜드 마케팅 자산으로 전환됩니다. 북촌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판매 공간’이라기보다 ‘기억을 설계하는 무대’에 가깝습니다.
강남역과 가로수길의 상반된 흐름은 이런 공간 전략의 필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강남역은 대형 브랜드 입점 효과로 회복세를 보이지만 가로수길은 공실률 40%라는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죠. 두 곳의 차이는 ‘방문 동기’ 설계 여부입니다. 강남역은 여전히 목적성 쇼핑이 가능한 반면, 가로수길은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해 매력이 줄어든 거예요. 압구정이 외국인 소비자 구매력에 의존해 버티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전략 측면에서 광장시장과 북촌은 ‘저비용 고학습’의 테스트베드입니다. 대규모 상권 진입 전, 이런 로컬 공간에서 신상품 반응과 협업 효과를 빠르게 검증할 수 있죠. 스타트업 경영학에서 말하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접근과 유사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작은 규모에서 실험한 뒤, 성공 모델만 확장하는 방식이에요. 실패 비용은 낮고 학습 속도는 빠른 환경이라는 점에서 브랜드에게는 매우 유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가 주목하는 KPI도 달라집니다. 단순 매출보다 체류시간, 재방문율, SNS 언급량, 협업 상품 리오더 비율 같은 경험 기반 지표가 중요해지고 있어요. 소비자 행동 연구에서는 체류시간이 늘어날수록 전환율이 높아진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입증됐습니다. 광장시장의 먹거리, 패션, 뷰티 결합이나 북촌의 스토리텔링형 플래그십은 이러한 ‘시간 경제학’을 잘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컬 상권의 실험은 단순한 입점 전략이 아니라 브랜드가 이질적 소비자 세그먼트를 어떻게 동시에 만족시키고 문화를 차용, 재구성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광장시장과 북촌은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브랜드가 새로운 가치 제안을 시험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장하는 ‘리테일 실험실’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죠.
� 시사점
전통시장과 역사적 장소는 브랜드 테스트베드 → 저비용으로 신상품과 협업을 검증할 수 있음
소비자 경험 핵심은 ‘체류시간’ → 오래 머물수록 구매 전환율이 높아짐
공간은 단순 상권이 아니라 ‘스토리 자본’ → 기억과 공유가 브랜드 자산이 됨
KPI는 매출보다 경험 지표 중심으로 이동 → SNS 확산, 재방문율, 콘텐츠 생산성이 핵심
Date: 2025.08.20 | Editor: Roi W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