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장은 이제 단순한 거래 채널이 아니에요. 무신사가 IPO를 추진하고 쿠팡이 럭셔리 뷰티를 공략하며 네이버가 해외 플랫폼을 사들이는 이유는 단 하나. ‘플랫폼이 브랜드화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소비자는 더 이상 가격만 보지 않고 플랫폼이 제공하는 경험과 정체성에 반응합니다.
쿠팡과 네이버는 2분기 실적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였어요. 네이버는 커머스 매출이 전년 대비 19.8% 늘어난 8,611억 원을 기록했고 쿠팡은 성장 사업 부문 매출이 33% 증가해 1조6,719억 원에 달했죠. 단순히 수치가 커진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어디에서 성장했는가’예요. 네이버는 왈라팝 같은 해외 플랫폼을 인수하며 글로벌 거점을 확보했고 쿠팡은 럭셔리 뷰티 ‘알럭스’를 통해 새로운 소비 카테고리를 확장했어요. 즉, 이커머스는 거래 규모 확대가 아니라 산업 확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무신사도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어요. 최근 글로벌 IPO를 본격 추진하면서 기업가치 10조 원을 기준으로 삼았죠. 지난해 매출 1조2천억 원으로 흑자 전환한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소비자가 무신사를 ‘패션 플랫폼’이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IPO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동시에 브랜드와 소비자를 더 강력하게 묶어내는 장치가 될 겁니다.
플랫폼이 이렇게 진화하는 배경에는 소비자 행동학의 중요한 개념이 숨어 있어요. 바로 ‘인지적 일관성(cognitive consistency)’ 이론이에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생태계를 정당화하려는 성향을 갖습니다. 무신사에서 옷을 사고 무신사머니로 결제하고 무신사가 큐레이션한 브랜드를 경험하면서 소비자는 플랫폼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처럼 받아들이죠. 쿠팡에서 새벽배송을 이용하다가 ‘알럭스’로 고가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플랫폼이 곧 신뢰 프레임으로 작동하는 겁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탐색형 커머스’라는 트렌드예요. 네이버, 토스, CJ, 유튜브까지 다양한 플랫폼이 탐색형 기능을 강화하면서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와 경험을 발견합니다. 소비 과정이 ‘검색→구매’에서 ‘탐색→체험→소속감’으로 확장되고 있는 거예요. 이건 소비자 심리학에서 말하는 ‘몰입 경험(flow experience)’과도 연결됩니다. 몰입은 단순한 충족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시간 감각을 잃는 상태를 말해요. 플랫폼이 쇼핑을 엔터테인먼트처럼 설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죠.
명품 중고 거래를 본격화한 크림의 행보도 주목할 만해요. 서비스명을 ‘부티크’에서 ‘빈티지’로 바꾸고 거래액이 1년 만에 588% 성장했어요. 전체 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이 71%를 차지한다는 건 명품 소비의 중심이 확실히 바뀌었다는 신호예요. 소비자는 이제 ‘소유의 권위’보다 ‘거래의 유연성’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 심리학에서 ‘자율성 욕구’와 맞닿아 있죠. 내가 원할 때 사고, 다시 팔 수 있다는 선택지가 주는 만족감이 이전의 소유 개념을 대체하고 있어요.
또한 무신사가 케이뱅크와 손잡고 금융 서비스를 내놓은 건 단순한 제휴가 아니에요. 패션 플랫폼이 금융사와 협업하는 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려는 시도예요. 소비자가 옷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결제, 금융 지원, 재투자까지 이어지는 ‘풀 사이클’을 만들려는 전략이죠. 플랫폼이 라이프스타일 금융으로 진화하는 건 일본의 스테이블코인 허용 움직임과도 연결 지을 수 있어요. 결국, 돈과 소비를 한 생태계 안에 묶으려는 글로벌 경쟁이 시작된 겁니다.
이런 흐름은 단순히 시장 확장이나 서비스 다양화의 차원이 아니에요. 브랜드가 플랫폼 안에 들어오면 플랫폼이 곧 브랜드의 ‘2차 무대’가 됩니다. 소비자가 무신사에서 본 브랜드와 인스타그램에서 본 브랜드를 동일하게 느낀다면 무신사라는 플랫폼이 브랜드 스토리텔링 공간이 되는 거죠. 따라서 브랜드에게 중요한 질문은 “내 브랜드는 플랫폼에서 어떻게 이야기되고 있는가?”예요.
앞으로의 경쟁은 거래량보다 경험의 깊이가 좌우할 겁니다. 소비자가 플랫폼에 들어와 단순히 구매하지 않고 머무르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브랜드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는지가 핵심 지표가 될 거예요. 결국 이커머스는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브랜드 경험과 금융, 명품, AI를 엮은 ‘생태계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Date: 2025.08.19 | Editor: Roi W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