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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보 Oct 12. 2024

작가의 여정 DAY 17 이별

꼭 필요했던 이별에 대하여.  미워하지도, 미안해하지도 않기로.

지나고 보니 나에게 꼭 필요했던 이별에 대하여.  

미워하지도, 미안해 하지도 않기로. 


이 계절 몇 사람이 온 몸으로 헤어졌다고 하여 무덤을 차려야 하는게 아니듯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찔렀다고 천막을 걷어치우고 끝내자는 것은 아닌데  

봄날은 간다


만약 당신이 한 사람인 나를 잊는다 하여 불이 꺼질까 아슬아슬해 할 것도,  

피의 사발을 비우고 다 말라갈 일만도 아니다  

별이 몇 떨어지고 떨어진 별은 순식간에 삭고 그러는 것과 무관하지 못하고  

봄날은 간다


시 '당신이라는 제국' 중에서,

<바람의 사생활> (2006.11.20) / 창비 / 이병률


--


안녕하세요. 순보 입니다.


이별이라는건 겪을때마다 쓰리고 아픈 것 같아요.

하지만 아프고 힘들다고 해서 외면하기만 해서는 안되고,

꼭 끊어내야만 하는 관계가 있습니다.

헤어지고 싶지 않았고, 오래도록 관계를 이어가고 싶었고,  

그랬기에 함께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 왔다고 생각 했음에

반드시 이별이 필요한 관계.


저는 이별이 꼭 필요한 관계란  

함께일때 서로 고통을 주는,

서로를 다치게 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의 관계가 될 수 도 있고,

여러명이 있는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나오게 될수 도 있겠죠.


관계의 형태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이별을 하게되면,

잠시동안 '나혼자'가 되는 순간이 찾아 옵니다.

오롯이 나혼자 마주하게 되는 이별의 단계에서는  

이별을 선고한 사람도, 이별에 찔린사람도

모두 관계의 무덤위에 서게 됩니다.


이별은 추모와 애도의 형태로 자리잡아 우리를 괴롭히다가,  

어느순간 계절이 바뀌듯 잠시 모습을 바꾸기도 합니다.


하지만 형태에 상관없이

혼자서 겪는 이별의 숙성시간을 보내다보면

피가 마를일도 아니고,

불이 꺼질까 아슬아슬해 할일도 아니라는걸 깨닫고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이별을 말하는 사람도

이별을 듣는이 만큼이나 힘들었을꺼에요.

언제나 떠나야 하는쪽은 강자가 아니라 약자이니까요.


그러니

저에게 이별을 선고한 사람을

너무 미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보다 약한 상대였기에.


더불어

제가 이별을 전한 이들에게도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보다 더 오랫동안,

가는 봄날을 보내지 못하고 무덤위에서

찔린 이별에 아파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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