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들을 따뜻하게 대해줘야지, 많이 추웠을 테니까.
죽은 인간들의 영혼은 어디로 가는 걸까.
아마도 우주로 올라가겠지. 무엇보다 영혼은
성층권이라는 이름의 냉장고에서
신선하게 보존되는 것이니까.
그러다 때가 되면 다시금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거야.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다음 세기에는 이 세계를 찾아온 모든 인간들을
따뜻하게 대해줘야지, 라고 나는 생각했다.
추웠을 테니까.
많이 추웠을 테니까 말이다.
오직 냉장실의 정중앙에
희고 깨끗한 접시 하나가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접시 위에
한 조각의 카스테라가 있었다.
마치 하나의 세계를 다루듯
나는 조심스레 카스테라를 집어올렸다.
놀랍게도 따뜻한,
반듯하고 보드라운 직육면체가
손과 눈을 통해 거짓 없이 느껴졌다.
살짝 한입을 베어 물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이 입과 코를 지나
멀리 유스타키오관까지 퍼져나갔다.
그것은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맛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를 씹으며
나는 눈물을 흘렸다.
<카스테라>
박민규 (2014.01)
불행이 건드리고 간 사람들 늘 혼자지
헤르베르트의 시구를 자주 떠올렸다.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시집 중 시인의 말 (2022.08)
안녕하세요
순보 입니다.
저는 분기별로 연간계획을 점검하는 습관이 있는데요
2026년 1분기는 묵은 다이어리와 사진들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새 출발을 하려면 이전의 것들을 버려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1분기를 정산하는 3월의 마지막 주는
지독한 감기로 앓아 누웠습니다.
잔병치레가 잦은 편도 아닌데
일주일동안이나 아프다 보니
건강의 소중함을 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아파서 누워있는동안
브런치라는 공간에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을때가 생각 났습니다.
작가소개란에 무엇을 적을까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표현할까
많이 고민하다가 문득
박민규 작가님의 소설 ‘카스테라’가 생각 났습니다.
실패를 겪거나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현실을 살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것
‘비록 웅크린채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소설 이었습니다.
단편집 하나하나가
폭신하고 계란과 버터향이 물씬나는
카스테라 같은 위로를 주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때때로 호되게 아프고 차가운 도시 속에서도
퇴근길 차분한 목소리의 라디오처럼
카스테라 한점으로 받는 위로처럼
오픈된 공간에 나의 생각 한편을 보여주게 된다면
따뜻한 카스테라와 같은 글을 쓰고 싶다고.
가끔은 의심할 여지 없이
아주 정확한 사랑이 받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