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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Dec 20. 2020

Dear

The Letter

권순찬 - Dear 2020.11.18 12PM released

‘Dear’이 발매되었습니다.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Dear. ()


 아직 편지에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있습니다. 가슴속에 나 혼자 묻어둬도 될 수 있지만 시간에 둘러싸여 먼지가 소복이 가라앉아 있는 이 글을 우연히 꺼내 볼 상상을 하니 꼭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내 기억엔 정말 오랜만에 갔던 곳이었던 거 같습니다. 몇 년 전 결혼식 축가 때문에 갔던 일 이후입니다.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제게 그곳은 조금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이상한 꿈을 꾸는 꿈과 이상을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현실을 생각해야 하고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즐비했습니다. 그곳에서의 나는 이 사람들과 절대로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본 적도 없습니다. 어떤 게 더 잘나고 못난 게 아니지만 다르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와 닿았습니다. 오랜만에 간 그곳은 그때와 별 다른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때는 당신이 그곳에 있었고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지만 쓸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왠지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제가 아닌 당신과 어울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 같은 이상한 꿈을 꾸는 사람이 아닌 하루하루 착실히 살아가는 사람이 필요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당신이 알지 못하게 금방 마음을 감추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는 편이 저에게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솔직한 마음인 거 같기도 하네요. 물론 저도 똑같이 정장을 입고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바쁜 발걸음으로 지하철을 타러 갈 수 있지만 이상한 꿈이 멈추지 않는 이상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걸 바라지 않단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은연중에 제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어느 날 밤에 혼자 걷다가 하늘에 별이 많이 보일 때가 있었는데 서로 같은 하늘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보고 싶은 풍경을 같이 보고 싶어 하는 제 마음을 담아 당신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보이지 않는 별들만큼 서로를 생각하고 보이는 별은 같이 보자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당신은 어떤 마음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그 말을 믿으며 내뱉은 마음입니다.


 서로 전화통화를 하다가 당신이 잠이 들었을 때 속삭였던 말들이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처음 알았을 때 흔하다면 흔할 수 있는 그 이름이 예쁘게 들린 적이 처음이었습니다. 더 웃긴 건 그 이름이 점점 더 예쁘게 들린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를 때 제 마음이 혹여나 들키기 부끄러워서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이름을 너무 아끼게 됐고 제대로 불러주지 못했습니다. 어리석었습니다. 당신이 잘 때만 용기 내서 그 이름을 부른 게 후회됩니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만큼 돌아오지 않는 대답임을 알기에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저도 침묵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재가되어 불타 없어지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살아본 적도 없고 흔적이 없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앞으로 저를 더욱더 멀리하세요. 지금보다 더 멀리 도망치세요. 그렇게 해서 행복을 찾는다면 좋겠네요. 저는 그동안 몰랐던 부분을 이제야 알았다고 생각하겠습니다. 근데 저는 이 말이 거짓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앞으로는 저 멀리 보이는 별처럼 저도 멀리서도 보인다는 걸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제가 별이 된다면 보이지 않는 나머지 별들은 제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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