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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Jan 21. 2020

Dawn

Phobia and Hollow

권순찬 - Dawn 2019.05.26 12PM released

‘Dawn’이 발매되었습니다. 모든 음원사이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미미한 진동이 점점 파도가 되어 내 마음을 쓸어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만큼의 여파는 없을 것 같지만 그 당시에는 나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했다. 아무리 이별의 준비를 한다 한들 중요한 존재란 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이유는 별 시답지 않았다. 사실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유는 사라지고 결과만 남았다. 어쩌면 지금에서야 생각하니 시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무언가를 반복하고 반복하면 의미 있는 것도 무의미해지는 것처럼.


 "그녀는 나로 인해 그만하자는 말을 또 꺼내었고 서로의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나도 그만하자 말해버렸어."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다. 일을 할 때는 기계적이고 밥을 먹을 때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지금 숨을 쉬고는 있는지, 어제는 몇 시간을 잤는지, 그녀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기가 싫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최악의 상황은 피하는 거였다. 나의 공허함을 보여주기 싫었고 그녀의 새벽을 들여다보기에도 이미 지쳐있었다.


 "나는 너로 인해 새로운 습관이 생겼고 서로의 추억이 떠오르기 전에 마른 눈물을 닦아내고는 해."


 누구를 탓하기 싫었는데 인정해야겠다. 나는 속 좁고 한심한 인간이란걸. 새벽이란 고독하고 조용함과 동시에 아무것도 생각을 안 할 수 있어서 좋다. 어느 날엔 너무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시간과 함께 잠들곤 하는데 요즘엔 그 고요함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하루 중에 유일하게 내가 텅 비어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는 새로운 결과가 따라온다고 나도 모르게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무언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거나 애도하거나 슬프지도 않은데도 어느새 울고 있다. 새벽을 타고 나 자신마저 사라져버리는 텅 비어있는 곳으로 빠져들 땐 무언가를 비교할 대상이 없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쁜 것도 없고 좋은 것도 없고 빛도 없고 어둠도 없는, 더군다나 유일한 존재도 없는 무(無). 하지만 그런 새벽은 영원할 수 없었다. 어느새 유일한 존재가 나타나고 나는 그 유일함에 어떤것도 대항할 수 없는 존재로 비춰진다. 그 존재는 털끝만한 어떤것이든지 비교할 대상을 만들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나는 또 다시 그렇게 다른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현재일 뿐이다. 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초점을 맞추고 바라만 보고있던 나는 그제서야 주위에 시선을 둔다. 나는 또 다시 울고있다. 울고 있다고 자각할 때에는 이미 눈물은 내 얼굴을 타고 말라서 볼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으려 할 땐 벌써 그녀 생각을 하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감각해서 나는 오늘도 슬퍼야 살아있음을 느껴. 아직은 나의 세상에 네가 남아서 이렇게 망설이는지도 몰라."

 "내일이 오기 전에 후회하지 않게 가녀린 내 마음 위에 그늘이 되어줘"


 어둠도 삼킬 것 같은 새벽이 오고 나는 무(無)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비어있는 곳으로 빠져들어 갈 땐 내 볼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눈물이 흐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내 몸은 무감각 해지고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온몸이 텅 비어있게 된다. 나는 왜 무(無) 속으로 가라앉으려 하는 것일까. 무언가를 찾으려 하는 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가. 그녀를 기다리는 건가. 인정하기 싫었다. 인정을 하면 후회가 따라오기 때문이었다. 그 후회의 여파가 어느 정도의 크기일지 가늠이 안 가서, 후회의 잔향을 그리워하며 새벽을 방황할까봐 그리움 속에서 무(無)를 찾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움 속에서 찾아봤자 그리움일 텐데... 언제까지 이곳에 빠져있을지 나는 모른다. 아마 당분간은 깊은 새벽이 지나고 한줄기씩 쌓여가는 빛을 볼 때마다 새벽을 되찾아줄 그늘을 그리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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