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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Jan 23. 2021

Freedom

Dreams are everyday 5


 오랜만이다. 긴 검은 머리에 왠지 키도 더 큰 것처럼 보였어. 아마도 조금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진 마음을 가진 거겠지. 게다가 너의 외모는 예전 그대로이면서 그때보다 조금 더 익었고 물든 느낌이었어. 무엇보다 내가 알던 너의 모습을 잃지 않아 줘서 너무 반가웠고 설렜어. 젊음의 예기가 되살아나는 기분이었어. 나는 우연히 만난 널 보고 많이 놀랐어. 겉으론 아닌 척, 속으론 횡설수설하며 나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네 안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안 보이는 거 같았어. 행동이나 말에서 나오는 기백은 거침없고 당당해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너는 전에는 안 피던 담배도 나와 피면서까지 당당했지만 나는 오히려 더 소심하고 멍청하게 담배를 펴댔지. 사실 그 자리에서 연락처를 물어볼까 속으로 많은 고민을 했지만 끝내 나는 내 감정을 숨기고 말았어. 그때 너는 그런 말을 내게 했었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중에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있어? 안부라도 말이야.” 어떤 말을 골라야 할지 차마 다 생각하기도 전에 너는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후회되는 부분은 있다고 말하고 끝에는 나를 만난 게 후회된다고 했어. 나의 자유를 잃기 싫었다고, 너무 갑갑했다고... 아무런 고민도 없이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질문을 한 것 같았어. 그동안 얼마나 참고 간직했던 말이었을까. 마침내 너는 그 말 까지도 자유롭게 나에게 말을 했고 나는 모든 걸 다시 짊어진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네가 말하는 자유는 이 세상에 없는 느낌이었거든. 내가 알지 못하는 곳의 자유는 인생이 끝난 후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 같았어. 나는 그걸 죽음이라 결론지었고, 그런 자유를 내뿜는 너의 미소는 여전했어. 그래도 마지막으로 너에게 반가웠다는 말을 했다는 건 기억이 나서 다행이다. 너의 마지막 말은 끝내 듣지 못한 채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다시 만나서 반가웠어.


 근데 그런 것들이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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