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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Mar 15. 2020

나의 외로움은 누군가의 밤을 채워줍니다

Dreams are everyday 4


 나의 밤은 외롭다. 처음 하루 이틀은 즐길 수 있을 정도이지만 이게 반복되면 싫증과 지침의 연속이 된다. 외로움이라는 틀 안에는 괴로움도 있고 우울함도 있고 꿈도 있다. 어떤 사물이건 사람이건 이름이 있는 단어를 반복해서 생각하다 보면 무언가의 메타포가 돼버린다. 그리고 나는 양들을 한 마리씩 세듯이 무언가를 반복하며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 과정은 마지 가시덩굴 같다. 발버둥 칠수록 괴롭고 덩굴들은 꼬이고 꼬이며 점점 증식해 나가는 것 같다. 완전한 꿈을 꾸기 전 수많은 상상력 속을 지나 내 방에서 밤의 시간을 타고 지워지는 내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 덩굴들은 다 필요하지 않다. 한 가지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거슬리는 뿌리들은 자르고 몸통만 남기도록 하자.


 그러면 결국 바다라는 몸통으로 들어가는 나 자신을 느낀다. 집중을 하지 않으면 바다인지 하늘인지 모를 정도로 푸르고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로 잰 듯이 반듯하고 희미하게 경계선이 보인다. 문제는 어떤 게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어디가 바다인지 생각하고 찾으려 하면 내 정신은 점점 아득해지고 경계선이 희미해진다. 그러면 다른 생각을 하자. 숨을 고르고 최대한 냉철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아직도 바다인지 하늘인지 모르지만 외딴섬이 하나 보인다. 나의 시선은 그 섬 근처로 바뀐다. 그리 넓지 않은 섬에 내가 덩그러니 서있다.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거 같지만 아무 곳도 보지 않는 것 같다. 초점 없는 눈동자는 오히려 눈을 감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겠다. 메말라버린 눈동자는 아무 감정이 없어 보이지만 무언가를 찾지도, 누군가를 기다리지도 않고 외로워하고 있다. 아니다. 잠시 포커스를 잃고 다시 수평선이 희미해질 뻔했다. 바다만 생각하기로 하자. 무언가에 빠져들지 말고 전체를 바라보려고 하자. 그러자 지평선이 점점 기울고 있는 게 느껴진다. 마치 자신이 기울고 있는 것도 모른 듯이 고요한 바다가 고개를 돌리듯 기울고 있다.


 다시 배경이 바뀌고 새우잠을 자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어떤 눈빛을 하고 잠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외로워 보인다. 외로워 하기에도 민망하게 방 안은 고요하고 이명조차 들리지 않는다. 외로움을 숨기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바다의 지평선을 찾으러 간지도 모른다. 그런 나의 외로움은 누군가의 밤을 채워 줄지도 모른다.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밤을 채우러 말이다. 어쩌면 나의 외로움은 나의 밤을 채워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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