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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Jul 11. 2019

My Landscape

Dreams are everyday 3

 무심한 알람 소리에 눈을 비볐습니다. 


 사실은 눈 비비기 전 무심한 알람 소리가 순간 너무 괘씸해서 여러 번 소리를 껐습니다. 하지만 너 따위에게 질 수 없단 듯이 누구보다 냉정하게 같은 시간, 같은 간격으로 울려댔습니다.  나는 순간 몇 시간 뒤 일어날 일에 미리 겁을 먹고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겁을 먹었다는 마음을 나 스스로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태연한 척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하며 여유로운 척 기지개를 폈습니다. 그리고 망할 알람을 전부 껐습니다.


 새벽은 그 어느 때보다 피곤하고 길었습니다.


 어제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말 해봤자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밤 12시에 침대에 누웠습니다. 평소에 잠을 제대로 자본적이 없는 나로서 그날은 뭔가 싸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오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길겠구나."라고 혼자 중얼거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간단히 밖에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아무리 누워있어도 잠이 오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으니까요. 어떤 것이든지 오랫동안 반복하다 보면 출발점에 섰을 때 도착점이 어디더라도 얼마나 걸릴지 가늠이 가기 마련입니다. 그저 도착점에 맞춰 내가 뛸지, 걸을지, 쉬었다 갈지 그날의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정하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어디 갈 곳이 있는 건 아닙니다. 마침 이대로 누워있고 싶지도 않았고, 이 집에 있고 싶지도 않았습니다.라고 합리화하면 좋은 핑계가 될 것 같습니다. 다리에 통풍이 잘 되는 펑퍼짐한 운동복 바지와 여름이지만 새벽이라 쌀쌀할 것 같아 긴 셔츠를 입었습니다. 안경을 쓰고 혹시 모르니 체크카드 한 장을 넣으며 에어팟을 귀에 꽂았습니다. 편한 반스 신발을 신고 누구보다 조심히 집 밖을 나섰습니다. 딱히 그럴 필요는 없지만 조용한 새벽에 나도 물들고 싶었습니다. 밖은 생각보다 더 추웠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습니다. 일이 끝나고 늦게까지 회식하다 이제서야 집에 들어가고 있는 사람도 보였고, 이제 막 하루가 시작돼 보이는 네온사인이 아직 강하게 비친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청춘도 보였고, 여기 반경 1m는 내 땅이다.라고 외치는 것 같이 휘청거리는 사람도 보였고, 단순히 돌아갈 집이 없어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도 보였다. 왠지 그 안에서 나는 쉽게 물들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걸었을까요. 모든 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낮과 다르게 바람소리 이외엔 숨죽여 있었고 마치 딱 한 명의 야간근무를 하는 달이라는 관리자가 이 새벽을 통제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새벽을 관리하며 내가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비라도 내려 구름이 하늘을 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다시 문득 내일이 걱정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해보니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사실 미리 일어나지도 않은 일 가지고 걱정을 하는 게 하니라 지금 이렇게 지내면 내일이 어떻게 변할지 세월과 경험이 알려주었습니다. 지금 걱정을 해야 내일이 걱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몸이 피곤합니다. 발목이 쑤시고 눈이 따갑습니다. 하지만 육체는 피곤하다며 반응하지만 정신은 아직이라며 몸을 달래고 있습니다. 아마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 같습니다.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심한 알람 소리에 눈을 비볐습니다. 


 사실은 눈 비비기 전 무심한 알람 소리가 순간 너무 괘씸해서 여러 번 소리를 껐습니다. 하지만 너 따위에게 질 수 없단 듯이 누구보다 냉정하게 같은 시간, 같은 간격으로 울려댔습니다.  나는 순간 몇 시간 뒤 일어날 일에 미리 겁을 먹고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겁을 먹었다는 마음을 나 스스로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태연한 척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하며 여유로운 척 기지개를 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같은 꿈은 꾸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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