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ve
권순찬 - Dive 2021.08.18 relea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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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마다 우리의 추억을 비추어 봤고, 잔잔했던 마음에는 물결이 일렁였다. 소중했던 두 번째 단추는 어느새 사라졌고, 하얗던 셔츠는 어느새 파란색으로 물들어갔다.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함께 미래를 바라볼 줄 알았다. 같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깊이가 가늠이 안 가는 짙은 남청색이다. 우린 분명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긴 했다. 하지만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다. 나는 바다의 수평선 너머를 보고 있었고, 그녀는 바다의 깊이를 재고 있었다. 같은 바다를 보고 있는 건 맞았다. 우린 종종 그 바다에 대해 얘기를 했었다. 조금이라도 파도가 일렁일 때 그 파도에 대해 속삭이고 귀를 기울였다. 깊이가 있는 바다일수록 파도의 소리는 안정감 있는 울림을 줬다. 눈을 감고 파도소리에 집중을 하면 나도 모르게 그 파도 안에 잠겨있는 듯했다. 파도에 잠긴 줄도 모르고 눈을 감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땐 이미 늦었다. 조용히 바다에 잠기는 방법밖에 없다. 두려워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망설였다간 허우적거릴, 조금이라도 비명을 지를 여유조차 파도는 나에게 주질 않았다. 수평선만 바라보던 나에게 바다는 더 이상 나에게 꿈이 아닌 두려움의 존재였다. 나의 꿈과 사랑에 눈이 멀어 깊은 파도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바다를 그녀는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것이다.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것이다. 내가 바다에 잠겨도 그녀는 바라만 보고 있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같은 곳을 보면 안 됐다. 나는 바다를 보면 안 됐고, 그녀를 바라봤어야 했다. 그녀가 당연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리라는 착각은 눈을 멀게 하고 파도가 치는 바다 한가운데 잠기게 만들었다. 그녀와 함께 봤던 꿈들은 수증기처럼 흩날려갔다. 손에 쥘 순 없었지만 풍성함을 피부로 느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위로를 해본다. 그걸로 충분 할리가 없었다. 이미 내 몸은 다 젖어있었고 내 셔츠는 파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