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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Mar 15. 2019

dodanto

앵무새

 dodanto. 지금 내 눈앞에 앵무새 한 마리가 있다. 친구 하나 없어 보이는, 그 새에게 날개는 더 이상 날아가는 기능을 다했다. 눈길을 안 주려해도 계속 울어대는 바람에 난 미간을 찌푸리게 되고, "저 앵무새는 관심종자가 분명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durlsms 카페다. 주인분께서 키우시는 앵무새 같은데 처음에 봤을 땐 귀엽고 신기한, 그게 다였다. 동네 근처에 우연하게 이 카페를 발견했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들렀지만 지금은 단골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이젠 주인이 먼저 매뉴얼 같은 '안녕하세요.' 말고 좀 더 개인적인 얘기를 꺼내 주시니 말이다.


 zkvpsms 따뜻한 조명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이곳을 자주 찾게 되는 제일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간. 사람은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그런 카페. 보이는 모든 부분들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 같다.


 dhfostlrks 자리에서 가만히 멍을 때리고 있었다. 유자차를 시켰고, 한 모금 마시니 추워진 날씨를 알려주듯 몸이 녹아내렸다. 새를 보면서 오랜 시간 멍을 때린 것 같다. 철장 안에 있는 앵무새를 보자니 새는 새처럼 안 보이고, 영혼 없는 인형처럼 보였다. 혹은 날갯짓을 못하는 새는 흔하지 않은 동물처럼 다가오는 신비함도 있었다.


 ckdans 밖을 보니 뿌연 미세먼지가 가득했고,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는 사람도 몇몇 보였다. 따뜻한 유자차는 한 모금뿐, 식어버린 유자차가 내 멍을 깨워주었다. 그저 그런 주말도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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