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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Apr 05. 2019

미래로 가서도 보고싶지 않은 것들

Wish

 당신은 누군가의 딸이자,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친구일 것입니다. 내가 힘이 들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은 당신. 그런 당신에게 나는 복일까, 불행일까……. 내가 힘이 들 때 떠오르는 사람이 당신이라 짜증이 납니다. 그러면 반대로 당신도 짜증이 났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아무튼 처음부터 다짜고짜 힘들다고 해서 미안합니다. 이 세상은 아무리 잘 살아도 미안한 것 투성이입니다. 평생을 미안해하며 살다 죽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내 정신은 그리 맑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쳐다만 봐도 얼굴이 붉어질 것입니다.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당장은 이 글도 무의미해 보이겠지만 미래에서 봤을 때, 용기를 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인생이란 원래 버티는 거고, 누구나 다 이런 삶을 살고 있으니 너만 불행해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말들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습니다. 내게 인생이라는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일 때가 제일 무서워요. 그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데 보이지가 않아 도망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을 때 그제서야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설명하려면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이 감정을 설명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당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오직 나에게, 나 스스로에게 밖에 설명이 안되네요. 결국 도망치고 도망쳐 온 곳이 이곳입니다. 나약함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모든 글자가 눈앞에서 사라질 때, 텅 빈 공간이 가득 차 보일 때……. 그때가 당신에게도 찾아온다면 지금 내가 중얼거린 말들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나에게도 이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물론 이 글이 보인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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