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morebi Apr 05. 2019

미래로 가서도 보고싶지 않은 것들

Wish

 당신은 누군가의 딸이자,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친구일 것입니다. 내가 힘이 들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은 당신. 그런 당신에게 나는 복일까, 불행일까……. 내가 힘이 들 때 떠오르는 사람이 당신이라 짜증이 납니다. 그러면 반대로 당신도 짜증이 났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아무튼 처음부터 다짜고짜 힘들다고 해서 미안합니다. 이 세상은 아무리 잘 살아도 미안한 것 투성이입니다. 평생을 미안해하며 살다 죽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내 정신은 그리 맑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쳐다만 봐도 얼굴이 붉어질 것입니다.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당장은 이 글도 무의미해 보이겠지만 미래에서 봤을 때, 용기를 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인생이란 원래 버티는 거고, 누구나 다 이런 삶을 살고 있으니 너만 불행해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말들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습니다. 내게 인생이라는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일 때가 제일 무서워요. 그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데 보이지가 않아 도망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을 때 그제서야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설명하려면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이 감정을 설명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당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오직 나에게, 나 스스로에게 밖에 설명이 안되네요. 결국 도망치고 도망쳐 온 곳이 이곳입니다. 나약함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모든 글자가 눈앞에서 사라질 때, 텅 빈 공간이 가득 차 보일 때……. 그때가 당신에게도 찾아온다면 지금 내가 중얼거린 말들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나에게도 이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물론 이 글이 보인다면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dodanto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