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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현 May 23. 2024

마지막 남은 한 조각

문화도시 박람회 × 춘천마임축제 D-8

오늘은 영화 <웡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웡카는 7년간의 항해를 끝내고, 그동안 연구한 초콜릿을 더 많은 이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열망으로 도시에 도착합니다. 그를 아끼던 선원들이 행운을 빌며 던져준 은화 열두 닢과 모자 가득한 꿈A Hatful of Dreams을 품고 고대하던 도시에 당도하지만,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삭막한 도시의 구두닦이, 과일장수, 거지들에게 모든 은화를 다 내어주고 빈털터리가 됩니다. 친절해 보였던 여관 주인에게마저 배신당하고 엄청난 금액을 청구받아 여관의 노예가 되어 버리고 말죠. 매일 이어지는 고된 노역에도 웡카는 초콜릿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겠다는 꿈과 자부심을 잃지 않습니다. 대책도 없이 희망찬 웡카에게 친구가 된 누들은 그동안 그가 “타인의 친절에 의존하며 살았다”며 빈정거리기도 합니다.


초콜릿 업계에 갓 뛰어든 초년생에게 대기업 선배들은 잔인하고 냉정합니다. 웡카가 당면한 문제에 대응하고 고난을 헤쳐가는 과정은 결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비상식적이고, 허무맹랑하며,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시기와 질투, 욕망과 비리가 판치는 사회에서 휘황찬란한 마법의 초콜릿으로 만드는 성과들은 딱히 대단치는 않습니다. 잠시 그냥 둥둥 뜨게 하거나, 누군가의 마음을 돌보거나, 옛 기억을 되살리게 하거나, 삶의 작은 흥미거리가 되어주는 정도일 겁니다. 하지만 웡카는 딱히 신경쓰지 않습니다. 돈도 별로 벌고 싶은 것 같지 않습니다. 그는 오직 한결같은 선의와 친절, 믿음과 그간 쌓아온 실력의 탁월함만으로 초콜릿의 가치를 전합니다. 결국 그 선의는 큰 힘이 되어 도시의 구조를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분위기를 바꾸고, 사람들을 바꿉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렇듯, 관객에게 궁금증을 자아내는 장치로서 웡카가 꼭 품고 다니는 엄마의 마지막 초콜릿이 나옵니다. 영화의 말미에서 웡카는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초콜릿의 포장을 뜯습니다.


웡카는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작은 초콜릿을 여러 개로 쪼개 친구들과 나눕니다. 만족스럽게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을 입안에 넣습니다. 각박한 도시 사람들에게 순진하게 모든 은화를 나눠주던 첫 장면과 대비됩니다. 초콜릿과 함께 웡카의 엄마가 남긴 편지에는 이렇게 써 있습니다.


”비밀은 이거야, 중요한 건 초콜릿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란다.“


선한 사람들이 갈등과 위기에도 서로 도우며 좋은 마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힘내서 좋은 결과를 얻는 이야기. 저는 이런 단순하고 희망찬 이야기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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