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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창업을 말아먹은 이유(Feat. 박근영)

유튜버가 되는 것이 아닌 유튜브를 만들고 싶었던 오만한 놈들의 창업실패기

by 순코딩




We Are The One (WATO, 와토)

기술로 세상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개개인의 잠재력과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 및 시스템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회사,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 자아실현이라는 하나의 궁극적인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심각하게 추상적이면서 몽상가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단어는 나와 같은 비전을 갖고 있었던 공동 창업자 친구와 법인 설립할 때 며칠간 고민한 끝에 결정한 우리의 법인 이름(회사명)이었다.

회사(와토) 로고 디자인 (로고 디자인 재능 기부자 : 김혜선님)


현재 공동 창업자(근영이)와 나는 각자 다른 곳에 취직하여 일하고 있다.

우리는 2020년 01월부터 06월까지 대략 6개월간 창업을 도전하였고 결국 1차 도전은 실패로 끝을 맺었다.

창업 실패 이후 사람들이 종종 창업한 기간과 투자한 금액을 물어보며 ’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해놓고 뭘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말을 하느냐 ‘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창업을 도전한 기간은 6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내 전 재산이었어도 창업에 투자하여 잃은 액수도 크지는 않지만 우리는 6개월간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미래에, 그리고 개발하려고 했던 플랫폼에 우리의 인생과 영혼을 갈아 넣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인생의 쓴맛 단맛 매운맛을 다 맛본 것 같다.

30년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고, 가장 가슴 뛰는 순간이었으며, 가장 좌절을 많이 했던 순간이었고 돈 주고는 살 수 없을 만큼 가장 값진 경험이기도 했다.

기술로 인간의 삶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큰 포부와 야망을 가지고 넘치는 열정과 단단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채 시작했던 창업 도전이었지만 6개월 만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창업 6개월 동안 한배를 탔던 공동창업자는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나를 설득시켰지만 나는 더 이상 버틸 힘도, 멘털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도전은 6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당분간 각자 알아서 생존하기로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 친구는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 덕분에 금세 다른 회사에 취직했고, 나 또한 내 전공과 커리어를 살려 바로 취업을 할 수 있었으나, 창업 실패의 고배를 마신 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1~2개월간 폐인 생활을 하다가 결국 살던 원룸을 나가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면서 부랴부랴 구미로 내려와 공장 계약직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다.

처음 구미로 내려가 공장에 취직했을 때는 세상 모든 걸 다 잃은 기분이었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 공장 생활하면서 금전적으로나 심적으로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제정신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내 모든 걸 걸었던 6개월간의 창업 도전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느낀 나만의 고찰을 담아낼 생각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6개월간의 창업 도전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성공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창업 성공에 대한 방법론을 말할 처지가 못 되지만 분명하게 실패를 맛보았고 실패의 원인을 나름대로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 창업 실패에 대한 나의 견해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어렵고 경제가 파탄 나고 있는 상황이더라도 분명, 이 최악의 상황을 기회로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이 상황이 위기라는 걸 알고 있을지라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해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뛰어드는 분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나의 창업 실패 경험담을 통해 창업을 꿈꾸고 있는 많은 예비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의, 그리고 우리의 실패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나와 공동창업자는 2017년 6월에 서울의 한 국비 지원 아이티 교육원에서 만났다. 나와 생각과 추구하는 가치관이 비슷하여 다른 동기들도 많았지만 유독 이 친구와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둘 다 IT분야에 별로 팔자가 없었던 터라,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맨 앞자리에 앉아 누구보다 열심히 교수님 수업을 들었고 끝나고 카페에 가서 매일 밤 카페 마감 시간인 11시까지 공부했다.

우리는 주말에도 항상 카페에서 만나 IT, 인생, 철학, 미래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담소는 한번 시작하면 멈추는 법이 없었다. 카페 마감 시간이 다가와서 아르바이트생이 나가야 한다고 말할 때까지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미래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한 가지 예로 둘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바닥에 떨어진 휴지조각을 보고 우리는 5시간 동안 토크를 할 정도였다. 휴지조각으로 시작된 5시간의 대 토크 동안 IT 서비스 3개 정도는 기획했던 것 같다.

수업에 대한 열정도 대단해서 처음에는 우리의 질문 폭격에 교수님들이 귀찮아하시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수업 진도와 방향의 기준을 우리 둘에게 맞추고 있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왜냐하면, 처음 한 달 동안은 반 동기들 모두가 열정적이었지만 한 달이 지나고 나서 80% 이상이 점점 수업 태도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둘은 3~4달이 지나도 열정이 식지 않았고 끊임없이 교수님들을 괴롭혔다.

수업내용 중 이해가 안 가는 부분에 대놓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교수님을 쳐다보며 압박했고 수업시간 내내 질문 폭격으로 귀찮게 하는 우리가 교수님들 입장에서 싫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우리는 8개월간 성공적인 교육원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현업에서 충분한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고 다시 만나서 새로운 시대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약속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며 친구는 IT 프로그래머의 길로 나아갔고, 나는 IT 사업가의 길로 나아갔다.

교육원에서 다음을 기약하며 각자의 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친구는 한 회사에 취직해서 6개월간 매일 새벽까지 프로그래밍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바로 프리랜서로 전향하여 나름 커리어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처음 초급 개발자로 회사에 취직했을 때 그 친구는 월급 150 정도 받는 박봉 수준에서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나서 3년 만에 처음 월급의 3배 이상을 받는 프리랜서 개발자가 되었다.

나 또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및 서비스 사업을 배우기 위해 사물인터넷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열심히 일한 끝에 회사 사장님에게 인정받아 3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회사 신사업분야의 담당자가 되었고 3년 동안 연봉만 3번 올리기도 하였다.

(중소기업이라 가능했겠으나 연봉을 3년 안에 150% 이상 올렸다)

이렇게 승승장구하기까지 둘 다 많은 고충과 스토리가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와중에도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났던 것 같다. 만날 때마다 우리는 각자 분야에 대해서 만큼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서로 자신이 얼마나 일을 잘해왔고 변화를 이끌어왔는지 이야기하기 바빴다.

만날 때마다 느꼈지만 한 달에 한 번 우리가 만나는 그 날의 하루는 너무나도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우리의 자신감과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이제는 무언가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2020년이 시작될 때 창업을 시작하자는 결정을 내렸고 그때까지 각자 몸담고 있던 회사와 일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20년의 아침은 밝아 왔고 우리는 다시 모였다.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꿈을 향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독산에 위치했던 우리의 사무실(지금은 다른 업체가 들어감 ㅠㅠ)



자신감을 넘어 오만함으로 변해갔던 우리,
모든 사람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만한 무시무시한 IT서비스를 기획하다.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하기로 한 2020년이 되기 한 달 전부터 우리는 일주일에 2번(수, 금) 각자 다니던 회사를 마치고 항상 카페와 스터디 카페에 가서 창업 후 무엇을 만들지 고민했다.

우선 친구와 나는 각자 IT 분야에서 개발 역량과 사업역량을 길러왔기 때문에 당연히 IT 서비스 혹은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었고,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 장기간 고민하였다.

한 달 동안 이것만 고민하였고 나름 많은 리스트가 나왔다.

1) 음성인식과 인공지능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회사의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핵심만 정리해주는 서비스,

2) 지도를 기반으로 자신의 추억을 지도 위에 SNS 형태로 포스팅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추억 공유 서비스,

3) 발주부터 수주 그리고 유지보수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업관리 시스템 등

이외에도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무수히도 많은 아이디어 리스트들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수많은 쟁쟁한 아이디어들을 제치고 우리 둘 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서비스 하나가 있었고 이 IT 서비스 아이디어가 선택되었다. (선택된 서비스에 대한 설명은 뒤에 나옴..)


기술로 세상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개개인의 잠재력과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 및 시스템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회사


우리가 추구하는 회사, 와토(WATO, We Are The One)의 핵심 가치와 부합하는 서비스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이 된 이후 직업을 가지게 되고 일을 한다.

그리고 은퇴까지 인생의 절반을 직장에서 보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의 자아실현을 위해서도, 인생의 행복을 영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자신이 하는 일에서의 만족은 필수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자신이 하는 직장과 일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나머지 절반의 인생에서 아무리 만족과 행복을 찾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추구하는 직업관은 단순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치부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회에서 규정한 좋은 직장,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정해진 교과목을 공부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자격증 및 스펙을 취득한 후 원치 않는 직업을 갖고 일을 한다.

그렇게 정해진 양식의 이력서 안에서 정해진 자격증과 스펙의 리스트로 채우게 되고 그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공부만을 억지로 하는 것이 취업시장의 현주소이다. 이렇게 개개인의 능력과 잠재력과는 별개로 외우기 스킬로만 얻어진 스펙을 통해 평가받고 우리는 평생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직업과 일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으며 직장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로 정신이 병들어가고 있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우리는 이것을 바꾸고 싶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고유한 색이 있다고 믿었고 자신만의 고유한 능력과 자질을 기존 취업 시장에서 정적인 이력서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자신을 표현하여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었다. 그리고 옛날과는 다르게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밀레니얼 세대라고도 부른다)들의 직업관은 기존 세대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IT 기기 사용에 능숙하고 퇴근 후의 여가를 중요시하고 욜로(YOLO)를 외치며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태어났다.

그래서 최근 팬데믹 사태 때문에 더욱 가속화되긴 했지만, 그전부터 첨단기술(digital)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로, 첨단 디지털 장비를 구비하고 있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새로운 형태의 일하는 방식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었고 이를 반증하듯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고 있는 전 세계 프리랜서 시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커지고 있었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도 프리랜서라는 직업이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나마 IT 분야에서는 프리랜서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여럿 있지만 아직 까지는 활성화가 되고 있진 않아 보였다.

그 이유는 금전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프리랜서에 대한 편견과 문화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있고 프리랜서 시장의 성장을 막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때문이다.


첫 번째로 프리랜서 작업자를 찾는 회사의 입장에서, 프리랜서 작업자를 고용할 때 인력의 능력과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기준과 잣대가 모호하다는 점이고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인 추천과 인력 파견업체나 중개업체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프리랜서 작업자의 입장에서, 프리랜서 직업의 특성상 단기간 업무를 진행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고 수행하여야 하는데 자신이 보유한 기술과 능력에 적합한 일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프로젝트 작업자 실력 검증 문제가 있는 기존 시장에서 프로젝트 발주 회사는 점점 인맥과 부풀려진 이력서를 의존한 채 사람을 뽑기 때문에 적합한 실력을 갖춘 전문인력이라 할지라도 일거리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이점이 국내 프리랜서 시장과 새롭게 변화하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 프리랜서 시장의 성장을 방해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고 나아가 기존에 정해진 학력, 자격증, 스펙이 아닌 진정한 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증명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프리랜서가 회사에 일을 지원하고 회사는 여러 지원자를 뽑는 기존 회사 중심의 프리랜서 시장구조가 아닌, 프리랜서 작업자가 필요한 발주회사가 직접 자신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프리랜서에게 작업 요청할 수 있는 프리랜서가 회사를 고르는 프리랜서 중심의 온라인 프리랜서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 번째 프로젝트 잡수저(Job Spoon)가 탄생하게 되었다.


SNS 마케팅용 잡수저(Job Spoon) 소개 자료


요즘 금수저, 은수저라는 용어를 참고하여 잡수 저라는 이름으로 짓게 되었다.

잡수저는 “직업을 떠먹여 준다”, “직업 부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쉽게 말해서 금수저는 돈이 많은 집에서 태어난 사람을 뜻하고 잡수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다는 의미로 그만큼 프리랜서와 회사를 잘 연결시켜 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만들 IT 서비스는 정해졌고, 얼마 후 곧바로 첫 번째 프로젝트(잡수저)를 진행하였다.

이제부터 잡수저(Job Spoon) 서비스 개발과 사업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 시점부터 글의 주제인 실패의 원인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실패의 원인 1. 우리는 창업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할 날짜를 결정한 것은 창업을 시작하기 1년 전부터였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는 창업에 필요한 실질적인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고 그 기간 동안 만나서 몽상가적 담소만 주구장창 나눴었다.

솔직히 나는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무얼 준비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도 못했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창업을 시작했을 때 찾아올 고난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저 그 상황이 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팽배했다. 이것은 아마 내 창업 파트너도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창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해야 할 일들과 문제들이 보일 것이고 그 상황을 직접 맞닥뜨리면 뭐 어떻게든 해결하겠지


이런 생각과 마인드는 아주~아주~! 굉장히~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이었다.

우리는 창업을 결심한 2020년 01월에 각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본격적으로 창업에 필요한 실질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부랴부랴 법인 설립부터 사무실 선정 같은 기본적인 것에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야만 했다.

법인 설립하는데 일주일 잡아먹고, 사무실 찾는데 또 일주일 잡아먹고, 그 이후 본격적으로 IT 서비스를 만들어야 했는데 둘 다 IT 서비스를 기획 단계부터 개발 완료 후 론칭해서 사용자를 모으고 사업화하기까지의 전 주기적 과정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터라 IT 서비스 개발을 시작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시간과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여러분이 사용하는 배달의 민족, 잡코리아, 사람인, 카카오톡, 우버 그리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IT 서비스와 소셜 앱들은 그냥 세상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 기획, 화면 설계, DB 설계, 기능 정의, 사용자 분석, 시장분석, 화면 개발, 서비스 개발, DB 개발, 도메인 주소 구매, 테스트 등 수많은 과정과 기획자와 개발자의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여러분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간과하였고 창업을 시작하고 나서 부랴부랴 준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래서 각종 서적과 유튜브 등을 찾아보면서 해야 할 일에 대한 갈피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에 대한 대략적인 리스트들이 나왔다.

우리에겐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과 실행 기간을 최대한 빡빡하게 잡았고 하나하나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서비스 개발이 시작하기 전인 사전단계에서 우리는 대략 2개월이라는 시간을 잡아먹었다.

창업 전 회사 다니면서 쉬는 날에만 만나서 준비했으면 2개월이라는 시간을 벌었을 것이다.

모아둔 돈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돈을 창업 준비하는데 투자한 상황인데 수익이 나지 않는 상태로 2개월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우리에게 대단히 치명적이었다.


창업하기 전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은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창업을 시작한다고 바로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최대한 수익이 생길 때까지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더군다나 IT 서비스의 경우 개발 이후 사용자 확보부터 수익이 생길 때까지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2개월을 버렸던 셈이다.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창업 후에 인지하고 급하게 OKR(Object Key Result)이라는 실리콘 밸리 벤처기업들과 구글에서 도입한 목표 설정 프레임워크를 사용하여 우리가 우선순위로 처리해야 할 목표 5가지를 주마다 설정해서 무리해가며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때 내 기억으로 한 달 동안 밤 12시 이전에 집에 도착한 기억이 없다.(주말 포함)

그래도 급박한 상황이 우리를 철인으로 만들었는지 개발을 제외한 모든 일들을 한 달 만에 해결했다.

목표설정 프레임워크 'OKR'을 활용하여 매주 목표를 설정하고 빡시게 처리했다(구글 같은 회사들이 쓴다길래 한번 써봤음..엄청 좋은지는 잘 모르겠음)


서비스 기획, 기능 정의, 화면 설계, DB 설계, 사업계획서[정부지원사업, 투자유치용], 시장 조사, 관련 서비스 법령정보 조사, 서비스 벤치마킹, 법인 설립, 사무실 계약, 개발 환경 구축, 기초 기능 개발 등

위에 보이는 미친 듯이 많은 업무를 두 명 이서 한 달 만에 끝냈다.

관련 문서들은 아직까지 내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다.

이 문서들을 볼 때마다 다시 저 시절로 돌아가면 한 달 안에 이 일들을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창업 초기부터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정작 서비스 개발과 사업화 그리고 수익 창출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도 모자랄 판국에 우리는 자잘한 것들에 불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을 허비해버렸다. 창업 전에 필요한 요소들은 미리미리 준비하길 바란다.


위 나열된 항목 중 사업계획서와 화면 설계서만 해도 양이 엄청나다..(다른 이미지를 합치다가 너무 많아서 포기)





실패의 원인 2.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만들려면 먼저 유튜버가 되어야 한다.

# 나는 온라인 프리랜서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지만 프리랜서가 되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프렌차이저 사업가 백종원이 과연 주방에서 요리를 단 한 번도 안 해보고 프렌차이저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스타벅스 창업자들(고든 보커, 제럴드 제리 볼드원)은 커피 장사를 안 해보고 스타벅스라는 전 세계적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을까?

사업과 장사의 차이점을 간단하게 식당에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주인이 직접 가게를 차리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것이 장사이고 사업은 음식 만드는 레시피, 주방 구조, 메뉴, 서비스 교육 등 장사를 하기 위한 모든 업무체계와 노하우를 하나의 매뉴얼로 만들어 어디에 가게를 열어도 매뉴얼대로 요리를 하고 직원을 교육시키면 어느 누구든 가게를 운영해도 똑같은 맛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업무를 자동화 혹은 시스템화 시켜 확장시킬 수 있도록 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사업은 반드시 장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장사 단계에서 습득한 경험과 노하우가 없이는 고객이 원하는 맛과 서비스를 알 수가 없고, 요리를 해보지 않고는 최적의 요리 레시피를 만들어낼 수 없으며,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를 직접 사보고 사용해보지 않은 이상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비용과 원가 절감을 할 수 없다. 물론, 이론적으로 공부해서 머리로는 느낌만 알 수 있을 지라도 이론과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너무나도 갭이 크다. 결국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습득한 현장감이 있어야 그 업무를 체계화시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당연한 사실을 잡수저(Job Spoon)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난 후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서비스는 프리랜서 시장을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고객은 당연히 프리랜서였다. 그래서 기존 프리랜서 시장의 문제점과 프리랜서들이 겪는 고충과 문제점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관련 기능과 인터페이스를 설계하여야 했다. 특히 나는 기획과 설계를 주로 맡아서 했던 사람이었는데 단 한 번도 프리랜서로 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서비스 기획을 하는 과정에서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금 그들에게 직면한 문제는 무엇인지? 문제를 인지해야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나오거늘, 문제 인식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랜서 경험이 한 번도 없으면 프리랜서들을 찾아가서 인터뷰라도 해야 했지만 나는 그 과정을 건너뛰고 열심히 인터넷에서 프리랜서 시장에 대한 고찰이 담긴 논문과 보고서들만 하루 종일 찾고 정리하여 내 멋대로 해석하면서 상상 속으로 필요한 기능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실수를 범했다.

모든 기획과 설계는 나와 내 친구의 상상 속으로만 이루어졌었고 그것이 우리의 서비스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다.


내 친구는 프리랜서였지만 일반 프리랜서와는 조금 거리감이 있었다. 개발에 재능이 있었고 심지어 흥미까지 있던 친구다. 그러다 보니 친구의 개발 능력은 날이 갈수록 수직 상승하여, 프리랜서가 된 이후 비정상적인 루트로 성장했다. 친구는 일을 의뢰하고 찾아주는 사람이 많았고, 일 구하는 걱정이 없었고 보수도 자신과 비슷한 경력의 프리랜서보다 훨씬 많이 받았다.

물론 친구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대우이긴 했지만, 다른 프리랜서들을 이해하기엔 너무 다른 입장이었기도 했고, 프리랜서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불필요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장을 보는 인사이트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그 친구가 IT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 만난 동료들을 보며 느낀 생각과 문제점을 나에게 공유해줘서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그 정보만으로는 서비스를 만드는데 턱없이 부족했다.

우리는 프리랜서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관련 잠재고객들의 목소리보다는 프리랜서 시장 리서치 자료를 기반으로 한 우리의 상상 속으로 기능과 인터페이스들을 창조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는 머리를 한 번도 안 잘라보고 고객이 어떤 머리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직접 대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헤어 미용실 프렌차이저 사업에 뛰어든 꼴이나 다름없었다.


어느 정도 문서를 다 만들고 보니, 우리의 서비스 시스템 구성도는 엄청 복잡하게 변해 있었다.

기본적인 회원가입, 게시판, 회사 정보, 프리랜서 정보부터 시작해서 제안 기능, 팀빌딩 기능, 프로젝트 정보 기능 등 우리가 회의를 통해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기능을 일단 때려 넣었다.

시스템 구성으로만 보면 대기업 공정 관리 시스템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복잡했다.

그리고 우리의 잠재고객들이 사용할 화면도 이것이 있으면 좋아할 거야라고 지레짐작하면서 화면을 여러 버튼과 기능들로 빼곡히 채워 넣었다.

이렇게 우리의 상상 속 서비스 기획과 화면 정의 문서가 완성되었고, 너무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불필요한 것과 핵심적인 것을 나누어서 불필요한 것을 빼기로 했는데 프리랜서 관련 업무 경험과 현장감도 없고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고객이 직면한 최대 문제점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뇌 정지가 오기 시작했다.

잡수저(Job Spoon) 초기 세부 시스템 구성도


어쩌면 그들(프리랜서,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하나도 없었을 수도 있었다.

우리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고객이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착각한 채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시스템의 중요성과 파급력에 대해 선봉하고 살았다.

유튜버가 되는 것보다 유튜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서비스인 유튜브를 만들고 싶었고,
아프리카 BJ가 되는 것보다 아프리카 TV를 만들고 싶었으며,
프리랜서가 되는 것보다 프리랜서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이것은 나의 오만함과 교만한 생각일 뿐이었고 머리로만 사업을 배운 겁 없는 아이 같은 생각이었다. 그저 사업과 시스템이라는 상위 개념과 멋져 보이는 단어에만 현혹되어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했었던 것 같다.

만약 여러분이 어떤 사업이나 서비스 혹은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다면 먼저 생각해보라, 하려고 하는 사업분야의 업무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 사업의 고객이 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그게 아니라면 여러분이 만든 시스템은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직감과 머리를 너무 믿지 말라. 오히려 이성적이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사업을 못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오만함 때문에 고객의 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서비스를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지 말라, 당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에게 직접 피드백을 들어라.


사람들은 당신의 서비스가 어떤 기술로 만들어졌는지 관심 없다.
당신의 고객은 오로지 이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감과 이익에만 관심 있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만들고 싶으면 먼저 유튜버가 돼라.
나는 유튜버 혹은 유튜브 시청자가 되어보지 않고 유튜브를 만드려고 했다.
그래서 망했다.





실패의 원인 3. 회사에서 일 잘한다고 사업도 잘할 거라는 착각은 버려라.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할 때와 사업을 직접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내가 창업 전 IT 중소기업을 다녔을 때까지만 해도 나의 자신감과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때까지 나는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고 일을 잘 해내기도 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회사에서 주력제품에 대한 기술력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정부에서 지원받기 위한 정부지원사업을 신청하여 사업계획서를 잘 만들어서 자금을 조달받은 성과도 있었고 회사에서 새롭게 개발한 신사업(안전관리시스템) 사업담당의 역할을 맡았을 때는 해당 시스템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분야의 잠재 고객군을 분류하고 정보를 수집해서 분야별로 맞춤형 제안서를 만들고 제안 프로세스를 정립하여 많은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대다수가 외면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그냥 내가 맡아서 했지만 지금은 그 회사의 주력 사업분야 중 하나가 되었을 정도다. 그리고 여러 굵직한 프로젝트를 맡아서 많은 성과를 이뤄낸 이유로 나는 3년 동안 3번의 연봉을 올릴 수 있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자아도취 상태였다.

나는 무얼 해도 성공적으로 이뤄낼 것만 같았다.

나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고 이것은 오만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모든 것을 잘 해낼 것만 같았던 내가 창업 이후 멍청이가 되어버렸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을 해도 기대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전에 다녔던 회사의 경우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축척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었고, 회사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체계가 잡혀있는 상태였다.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진 상태에서 내가 합류하였었고, 나는 회사의 기술력과 인지도에 힘입어 전장에서 마음껏 날뛸 수 있었던 것이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도 회사의 기술력, 연구개발 인력의 역량, 유사사업 성과 등 회사가 지금까지 다져놓은 비옥한 토지 위에 마음껏 씨를 뿌려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성과를 낼 수 있었고, 그것이 나의 독보적인 실력 때문이라는 착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창업을 하고 나서는 아무것도 없는 메마른 황무지에서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축척한 기술력도 없고, 회사 운영 체계도 없으며,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도 없고, 심지어 우리의 제품 및 서비스를 사줄 고객도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다. 그저 추상적인 사업 기획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쌓아 올라가야 하는 입장이 된다.


나는 이 상태를 종종 ‘세렝게티 초원 한가운데에 떨어진 어린양과 같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나를 잡아먹으려고 두 눈을 부릅뜨고 다니는 놈들로 우글거리는 야생 한복판에 떨어져 울타리도 없이 홀로 아니, 친구와 둘이서 살아남아야 하는 척박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만큼 무기력한 순간도 없고, 막막한 순간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진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언갈 해보아도 허탕만 치기 일쑤이다.

분명 울타리 안에서는 누구보다 강했고 주인의 이쁨을 독차지할 정도로 일도 잘했지만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 보니 숨어서 사리는 것만 할 줄 아는 무기력한 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탄자니아 세렝게티 초원 (사진출처 - 픽사베이)


만약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서 인정받고 누구보다 성과를 잘 내고 있다고 해서 사업도 잘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최고의 성과를 내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것이 여러분 혼자만의 실력이 아니다. 그 베이스를 만들어갔던 창업자와 그 동료들이 열심히 일궈놓은 비옥한 토양에 당신은 씨만 뿌리고 그것을 잘했을 뿐이다. 씨를 뿌리고 키우는 것보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를 비옥한 땅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자질이 있는 것 같다.

이미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에서 크고, 온실의 화초처럼 자란 사람은 혹독한 겨울을 맞이해본 적이 없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지 않고는 그 겨울의 무서움을 체감하지 못하고 그 겨울을 경험하고 나서는 겸손이라는 미덕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첫 번째 도전에서는 그 겨울을 견디지는 못했지만 만약 내가 그 겨울을 견뎌냈더라면 사업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성숙함을 가질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쨌든 나는 내가 회사에서 이룬 성과와 성취에 취해 오만하고 교만했다.
그래서 내가 사업도 잘할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나는 망했다.





실패의 원인 4. 서비스 및 시스템 개발이 끝났다고 다가 아니다.

# 개발이 완료된 시점부터가 본격적인 사업의 시작이다.


나와 친구와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숨도 안 쉬고 달린 끝에 창업을 시작한 지 3개월 후에 어느 정도 플랫폼이라고는 부끄럽지만 그래도 여러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우리의 사이트 주소를 입력해서 들어가면 회원가입 화면, 로그인 화면, 프리랜서 정보/프로젝트 정보/회사 정보 화면 등이 보이고 등록, 수정, 삭제, 업데이트 기능까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걸 보고 굉장히 뿌듯함과 희열을 느꼈다.


잡수저(Job Spoon) 웹사이트 모습 - 우리가 원하는 모든 기능 개발은 완료되었지만 디자인이 살짝 아쉽다. 정부과제 따면 디자이너 고용 예정이었는데...ㅠㅠ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우리에게는 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품 혹은 서비스 개발 완료는 사업의 수많은 산중에 하나를 넘었을 뿐이었다.

서비스 개발만 완료되면 많은 것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을 유치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니즈와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계속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고객이 유입될 것이고 고객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서비스 내에서 수익이 창출되고 회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구실을 대충 갖추긴 했는데.. 정작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을 단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냥 사이트를 오픈했다고 해서 고객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의 사이트는 아직 완전한 상태가 아니고 나와 친구의 디자인 감각이 제로라서 사이트 모양새도 솔직히 말해서 너무 구렸다. 그래서 외부 고객이 어쩌다가 우리 사이트를 방문해도 그냥 나갈 가능성이 농후했다.

우리는 이러한 취약점을 극복하고자 우리의 서비스를 조건 없이 사용해줄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프리랜서 커뮤니티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카카오톡 단톡 방을 개설한 후에 프리랜서 인력을 커뮤니티로 끌어들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다.

홍보 자료를 만들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로 홍보를 하기도 했고, IT 프리랜서의 활동이 많은 IT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으며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어 프리랜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커뮤니티 가입을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갑자기 프리랜서 커뮤니티를 만든다고 해서 커뮤니티를 잘 이끌어나갈 수가 없었다.

우선 프리랜서 시장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정보제공이나 공감대 형성하는 것이 어려웠고 무작정 우리 사이트 좀 이용해 달라고 하면 그 의도가 불순하기 때문에 탈주 인원이 대거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그들의 마음을 사기엔 우리는 준비가 너무 안되어 있었다.

여러 홍보채널을 통해 카카오톡 단톡 방에 다수의 프리랜서들이 유입되긴 했으나 대다수가 들어왔다가 3일 안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어떻게든 그들을 붙잡아 보려고 이런저런 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탈주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계속 홍보를 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프리랜서 시장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지식이 부족하여 홍보 소스를 만들어내는데 너무 지쳐버렸다.

그리고 프리랜서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이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일자리 얻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프리랜서를 필요로 하는 기업고객을 한 군데도 알고 있지 못했다.


정말 마케팅과 고객 유치가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적어도 100명, 1000명 이상의 유입자가 있어야 했지만 우리 서비스에는 유입자가 단 1도 없었다.

유입자(고객)는 IT 서비스 혹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산소와 피와 같다. IT 플랫폼은 유입자를 통해 생명력이 생긴다. 유입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비스를 개발하기 이전부터 관련 업종의 커뮤니티 활동 및 블로그 활동을 통해 잠재고객을 확보해 놓는 걸 추천한다. 가능하다면 유튜브 활동도 좋다.

IT 서비스를 잘 만들었다고 고객이 알아서 들어오는 법은 없다.

어느 정도 유입자가 생기고 활성화가 된 이후에 입소문이 타서 유입자가 늘어나고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안정화되는 법이다.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고객 확보가 어렵다.

고객을 확보하고 나서 계속 우리 서비스에 머물게 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런 경험이 없어서 해줄 말이 없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제품 및 서비스를 판매할 때 몇 명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적어도 100명 정도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될 만큼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잠재고객을 확보해 놓고 유입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라.
이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고난을 맞이할 준비를 하시라.





실패의 원인 5. 머니 머니 해도 사업은 머니(Money)가 가장 중요했다.

# 혹독한 겨울을 버틸 정도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반드시 세워라


앞서 설명했듯이 모든 플랫폼이나 시스템이 활성화 및 안정화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인내가 요구된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조달 계획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

이건 플랫폼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 분야에서 해당하는 사항이 아닌가 싶다.

나 또한 창업 6개월 차에 백기를 들었던 가장 큰 이유가 돈이기도 했다.

여러분이 무료로 사용하는 여러 앱들이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앱들이다.

이 글을 보는 많은 사람 중에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단 한 번도 돈을 지불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들은 누구보다 돈을 여기저기서 긁어모으고 있다.

카카오톡만 보더라도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으로 금융, 쇼핑, 커머스, 택시 등 모든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이다.

사업은 머니머니 해도 머니(Money) 력 싸움이었다..ㅠㅠ 플랫폼 비즈니스는 더더욱...(사진 - 픽사 베이)


이 힘의 원천은 바로 여러분 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다.

여러분이 특정 서비스에 들어가 무엇을 보던, 어떤 대화를 하던, 무슨 글을 올리던, 누구와 대화를 하던 여러분의 하는 모든 정보는 해당 서비스 기업의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된다.

그들이 하는 일은 여러분의 선호도와 행동을 예측하여 그에 맞는 광고나 영상을 띄워준다.

그리고 그 대가로 광고주들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받는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또 서비스에 많이 체류하면 할수록 플랫폼은 광고 메리트가 높아진다. 그리고 광고주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IT 서비스 기업들이 하는 일은 단순하다. 여러분이 1분 1초라도 서비스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여러분의 심리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재미요소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무료로 질 즐거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좋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회사에도 고마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그들을 위해 쓰고 있는 셈이다.

최근 내가 넷플릭스에서 시청했던 다큐 '소셜 딜레마'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여러분이 상품이 된다"

소셜 미디어 앱(출처 - 픽사 베이)


갑자기 이야기가 산으로 가긴 했지만 이처럼 거의 모든 IT 서비스들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게 하느냐다.

유입자가 많아질수록 데이터가 늘어나고 이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많은 걸 할 수 있다.

사용자 유입과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수익모델은 저절로 만들어진다.

광고주들이 대가를 지불할 것이고, 방대한 데이터와 사용자를 기반으로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더라도 수익이 보장될 것이다. 그 이외에 유입자가 많아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IT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고객들의 눈높이는 굉장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서비스의 효용성을 느끼게 하고 오래 머물게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유입자와 잠재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비용을 감당할 자본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직접 홍보를 했고 이런 방법으로 고객을 모으고 플랫폼이 활성화되려면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었다.

이것은 1년이 걸릴 수도 있었고 2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


아무 기반 없이 서비스를 개발하여 론칭하고 유입자를 확보하면서 플랫폼이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하면서 안정화가 되기까지 나의 주관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적어도 2년은 필요하다는 사실을 창업하고 깨달았다.

플랫폼만 잘 만들면 한 두 달이면 많은 사람이 알아주고 사용해줄 것으로 착각하고 살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냉혹했다. 잠재고객 한 명을 고객으로 바꾸는 일도 처음에는 쉽지 않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그들에게 처음부터 어떤 만족이나 효용성을 줄 수 있는 노하우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정말 막막했다.

내가 3년 넘게 일한 전 회사에서 나온 퇴직금과 모아둔 돈을 합쳐보니 1,000만 원 정도가 있었고 모두 창업 준비와 기본적인 내 생활비에 사용하니까 창업 3개월 만에 돈이 바닥이 났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돈에 허덕이다 결국 2 금융권 소액 대출을 한번 더 받으려다 1,000만 원 사기까지 당했다.

기존 대출비, 휴대폰비, 생활비, 사무실 월세, 원룸 월세까지 내가 감당해야 할 고정지출은 많은데 수익은 몇 개월 동안 제로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나도 수익이 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창업 3개월 후부터 나는 매일 대출 연체와 상환 압박 전화에 시달렸고, 끼니도 제대로 못 해결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2 금융 소액 대출을 2개 받은 상황이라 내 신용등급은 8등급이어서 모든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되었고, 친구와 부모님께 조금씩 용돈을 받아가며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이렇게 2개월을 보이니까 점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멘털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열정과 불굴의 의지가 있는 사람이더라도 현실적인 어려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런 사람일수록 한번 무너질 때 걷잡을 수 없이 아예 박살이 날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든 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보(기술보증기금)에 가서 돈 좀 빌려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고 정부지원사업(예비창업패키지)을 신청해보기도 했지만 잠재고객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한 IT 서비스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정말 열심히 사업계획서를 썼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이런 방법 저런 방법도 안 통하자 결국, 우리는 부업을 하면서 끼니와 생활비라도 벌면서 버티 보자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던 고향(섬)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조개로 만든 꽃을 보고 이걸 만들어서 팔아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고향(섬)으로 내려가 일주일간 조개를 캐고 껍데기만 가지고 올라와서 조개 꽃을 만들어서 팔기도 했다.

국내 1위 핸드메이드 마켓인 ‘아이디어스’라는 곳에서 작가 신청까지 해서 아이디어스 작가까지 돼서 조개 꽃을 만들어서 팔기도 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부업으로 했던 조개 꽃 장사 (따개비라는 조개로 꽃을 만들고 조화로 장식한 인테리어 소품이다)


하지만 급한 마음으로 무언갈 하려고 하니까 모든 일이 잘 안 풀렸다.

낮에는 프리랜서 플랫폼을 만들고 밤에는 실리콘 냄새를 맡으며 조개 꽃을 만들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여전히 대출 연체와 상환 압박에 시달려야 했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으며, 심지어 휴대폰비 낼 돈도 없어서 휴대폰까지 끊기는 상황까지 왔다.

결국 집주인에게 사정해서 원룸 보증금까지 빼서 월세, 사무실비, 휴대폰비, 대출비, 생활비를 충당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그마저도 다 떨어지니 이제는 집까지 없어질 상황에 놓였다.

결국, 월세 보증금까지 다 날려 먹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 친구에게 말했다.


“더 이상은 못해먹겠다.. 나 이제 그만 하고 싶다”


그 친구는 어떻게든 자기가 돈문제를 해결해 볼 테니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나를 설득했지만 나는 더 이상 이 혹독한 겨울을 버텨낼 자신도, 이겨낼 자신도 없었다.

결국 창업을 접기로 했고 6개월간 다사다난했던 1차 도전은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다.

내가 친구에게 그만하자고 했을 때 친구의 눈물이 아직도 기억난다.

가끔 그때를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설령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버틸 자신이 없지만 만약에 그때 우리가 혹독한 겨울을 버텨낼 충분한 자금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혹독한 겨울을 딱 1년만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었더라면 지금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 여러분도 창업 혹은 장사를 하게 된다면 혹독한 겨울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 혹독한 겨울은 정신력만으로 버티는데 한계가 있다. 미래의 리스크를 충분히 고민해서 자금조달 계획을 세우고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 놓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IT 서비스 혹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꿈꾸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어차피 IT 서비스라는 게 기획과 개발 초기에는 사무실도, 사업공간도 필요하지 않다.

노트북 혹은 PC 1대만 있으면 충분하다.

당신이 직장 생활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공부하는 상황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당장 그만두지 말고 일을 하면서 틈틈이 남는 시간에 서비스를 간단하게 만들어보고 일단 배포해서 사람들이 관심이 있는지, 유입자가 생기는지, 서비스가 잘 돌아가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걸 추천한다.


충분한 유입자가 생기고 어느 정도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시점에서 제대로 시작하는 것도 늦지 않다.

사전에 충분한 검증과 테스트를 리스크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실패하더라도 다음 도전에 대해 힘을 비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무식하게 일단 들이박았다. 충분한 준비와 자금이 없어도 사무실을 구했고, 서비스를 만들었으며, 많이 접해 보지 않았던 기획, 설계, 개발, 투자 유치 시도 등 사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모든 것을 멘땅에 헤딩으로 주먹구구식으로 했었다.

그리고 그 벽의 단단함을 느꼈고 들이박고 나서 오는 고통을 헤드기어 없이 온전히 충격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주먹을 날리기도 전에 우린 쓰러졌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무모한 도전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도전은 헤드기어 없이 들이박아서 아무런 저항 못 하고 쓰러졌지만 다음에 또 도전하게 된다면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여러분이 창업 전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서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모든 상황과 위기를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사업은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불쑥불쑥 찾아오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일단 두들겨 맞는 건 각오해야 하는데, 오늘 내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두들겨 맞더라도 적어도 헤드기어 정도는 준비해서 두들겨 맞으라는 말을 하고 싶다.

막상 사업이라는 링 위에 서게 되면 헤드기어를 준비할 시간이 없이 정신없이 두들겨 맞다가 쓰러질 수도 있다.

쓰러지더라도 다음에 또 싸울 수 있을 정도로 쓰러지면 된다.

무조건 겨울이 찾아온다는 가정을 하고 자금조달 계획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수익이 1년간 안 난다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수익이 안 났을 때 어떻게 돈을 벌면서 버틸지도 생각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짧은 기간이지만 창업을 한번 해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처참하게 실패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여러분께 해줄 수 있는 말이다.

나와 공동 창업자 친구는 언제가 될지는 미정이지만 또다시 뭉치게 될 날이 올 것 같다.

그때는 조금 더 성숙하고 겸허한 자세로 2차전을 준비해서 여러분에게 찾아뵙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변하고 있다.
세계적 팬데믹 사태 인해 우리의 인생은 반강제적으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의 일도, 사업 방식도, 일하는 방식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사업 방법론과 이론은 전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급변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셈이다.
아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단순 ‘미래는 이럴 것이다 ‘라고 조심스러운 추측만 할 뿐이다.
하지만 기준을 만들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인간이다.
책이나 각종 미디어에서 말하는 사업 성공하는 법칙과 같은 말들을 참고는 하되, 너무 맹신하지 말자.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고 현시대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것을 여러분의 사업에 적용할 수만 있다면 이 급변하는 시대를 주도하는 인재로 거듭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모두에게 위기이고 최악의 상황이겠지만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 사람이 내가, 혹은 당신이 되길 염원하며 쓸데없이 길고~긴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2021년 (출처 - 픽사 베이)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1년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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