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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끼장미 Aug 08. 2021

내가 가르쳐 주고 싶은 것

코로나 19 시대, 지금 학교는

나는, 학교에서 근무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학교에서 나고 자랐다.

그런 나에게 학교는 내게 집이고 놀이터이고 배움의 공간이었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마무리하고 나서, 나는 다시 학교에 갔다.

이제 학교는 내게 일터가 되었다.


결혼을 했고, 한 아이 엄마가 되었다.

남의 아이 돌보느라 내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지 모르고 살았던 내가, 아이 초등 입학할 무렵 뒤늦게 휴직을 했다.  휴직 후 나는 아이 손을 잡고 아이가 입학하는 초등학교에 갔다.

그렇게 나는 아이가 10살이 되는 해까지,

아이 학교에서 책 맘(매주 책 읽어주는 동아리), 녹색 어머니, 폴리스 어머니 활동을 하며 아이 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다시 내가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있는 일터로 돌아왔다.




나고 자란 곳이자, 놀이와 배움의 공간이고, 애정 하는 일터인 곳  '학교'

이곳을 떠난 나를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이곳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조금씩 깨닫는 요즘이다.

내가 하는 일은 아이들 앞에 서는 일,

아이들 앞에 부끄럼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자 하는가?

아이들에게 더 내어줄 수 있는 것이 내게 남아 있지 않을 때는,

미련 없이 뒤돌아 떠나오리라.

그저 밥벌이를 위해 아이들을 기만하는 내가 되지는 말아야지.'

마흔 중반에 복직하며 품었던 내 마음이 그랬다.


그러나 사람 사는 일이 어디 그리 간단하던가?

아이는 커가고, 부모님은 노쇠해지고, 들어가는 생활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더냐는 큰소리도 어느 틈엔가 조용히 사그라진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학교의 모습이 급변하고 있다.

때로는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학교의 모든 환경이 디지털화되어간다.

자주 만나야 정도 들고 관계도 형성되고 배움이 이루어진다 여겼는데,

세상은 위험하고 아이들과의 거리는 아득하기만 하다.


대면 수업보다 온라인 수업의 비중이 더 커진 올해 만난 아이들에게,

나는 과연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온라인 상황이 길어질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코로나가 잦아들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한 학기를 보냈다.

아이들이 없는 텅 빈 교정을 바라볼 때면 적막감에  쓸쓸하다.


쉬는 시간이면 북적이던 운동장도, 삼삼오오 모여들던 벤치도, 바람만 휑하니 분다.

2학기에는 나아지려나 싶었던 코로나가 2학기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다림은 길어지니, 체념이 깊어진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내 안에 차오르고,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본다.




아이들과 만남의 방법이 달라졌다고 해서,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이 달라져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19가 교육 현장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지만,

그것이 아이들의 배움을 축소시키거나 왜곡해선 안 된다고 믿는다.

가르쳐야 할 본질이 분명해졌으니, 무조건 도전이다.

방법적인 부분은 그다음의 문제라고 자신을 설득한다.

다음 주, 아이들과 첫 '쌍방향 온라인 수업' 시작이다.


'사회참여 프로젝트'를 위해 아이들이 등교했던 귀한 시간에 모둠 편성을 했다.

등교 기간이 길지 않았던 아이들이라 같은 반 친구들끼리 이름도 잘 모르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온라인 모둠 활동이라니 이건 또 어찌해야 하나? 첩첩산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이다.

불가능한 10개의 이유보다, 1개의 가능성에 희망을 건다.

나를 만나 함께 공부했던 아이들에게 내가 가르쳐주고 싶은 것,

'사회 교과'를 배운 이유가,

자신과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관심을 두고 해결해보는 과정에 자신이 배운 지식을 적용해 보는 것,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교육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방법적 문제'만 남았구나.


당장 아이들과 쌍방향으로 만나는 것부터 시작이다.

내일 처음으로 아이들과 온라인 대면 수업을 시작한다.

'잘 해낼 수 있을까? 접속이 마비되면 어떡하지?'

걱정이 태산이다.

처음은 당연히 혼란스럽겠지. 그래도 부딪쳐가며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해 가보자.

가보기 전에는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까.

나를 향한 아이들의 눈망울 덕분에 나는 오늘도 용기를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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