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첫 실시간 수업 후기)
우리의 토요일을 책임졌던 장수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참 좋아했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때론 무모했고, 때론 무리했던, 그들의 도전이 좋았다.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감동이 있었고,
성공하면 성공한 대로 짜릿함이 있었다.
그들의 무리함과 무모함이 한데 어우러 무한 도전을 감행하고,
그 도전은 늘 무한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지난 2주간의 내가 그랬다.
몰라서 용감했고, 용감해서 시작했다.
무모했고 무리한 도전이었음을 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건 나도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두려움이 차올라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
미안함을 무릅쓰고 담임 선생님들께 도움을 청했다.
기꺼이 주신 도움을 감사히 받았고, 그렇게 온라인 수업 방을 열었다.
띵동 띵동~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이 녀석들이 존재하고 있기는 한지, 알 수 없었던 콘텐츠형 온라인 수업,
가끔 과제를 부여하고 받아본 아이들의 반응이 다였던 지난 수업과는 다른,
생동감이 느껴졌다.
아이들과 실시간 화상으로 만나 호흡을 맞추던 순간의 감동~
아이들이 잘 찾아 들어올까?
강의를 위한 공유 화면은 잘 보일까?
공유해준 영상은 잘 보이고 들릴까?
아이들을 초대한 나는 이래저래 걱정이 된다.
'잘 보이니?', ' 잘 들리니?' 묻는 말에
'잘 보여요', '잘 들려요' 대답해주는 아이들과 조금씩 호흡을 맞춰가며,
무사히 첫 수업을 마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러나 안도의 숨 뒤에 보이지 않는 한숨이 시작된다.
출석체크를 하고 '접속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연락을 시작한다.
모르는 번호이니 안 받는 녀석들이 제법 많다.
문자를 남겨보지만 회신율이 만족스럽지 않다.
결국은 담임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1주일은 버텨 본다.
2주 차가 되면서는 담임 선생님의 도움 없이 도전해 보기로 했다.
첫날부터 접속을 하지 않은 아이들이 속출한다.
아이들에게도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겠다 싶어 접속 못한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접속을 못한 이유를 물었다.
이 녀석들 이유도 다양하다.
그 이유들 중 단연코 1위는, '몰랐어요~!!'
온라인 클래스, 학급 밴드, 교과 클래스룸에까지 올려놓은 대문짝만 한 공지글,
제대로 읽지 않고 흘려 넘긴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제시간에 수업을 듣지 않고 개인적인 일을 하다가 놓친 녀석들이다.
2위, 잠들었어요~!!
아침에 출근하시며 깨워 주셨는데, 깜박 잠이 들어 시간을 놓쳤다는 아이들,
교과 선생님 전화에 어쩔 줄을 몰라한다.
'죄송해요 다음부터 잘 들어올게요. ' 말하는 아이들, 마음이 약해진다.
3위, 어떻게 접속하는지 몰라요~!!
접속방법을 여러 차례 오리엔테이션 해주었지만, 여전히 접속방법을 모르겠단다.
등교했을 때 휴대폰으로 함께 연습도 했었는데, 집에서는 접속 기기가 다양하다 보니,
또 헤매는 아이들이 나온다.
아이들도 처음 해보는 실시간 수업이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겠지 이해가 된다.
이 아이들을 위한 특단의 조치~
'학교로 오세요'
다른 반 실시간 수업을 진행할 때 교실로 와 함께 수업을 듣기로 했다.
교실에서 기기 접속부터 수업 듣고 과제 제출까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전 과정을 함께 체험하고,
다음 주부터는 접속을 잘하겠노라 약속을 하고서야,
녀석들을 보냈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휴대폰을 보니, 확인해야 할 문자와 카톡이 한가득이다.
아이들과 통화가 안되어 부모님과 통화를 하게 된 아이들이 여럿 있었는데,
걱정되신 부모님들의 문자도 여럿 보인다.
부모님께서 야단쳐서, 깨워서 보내주신 덕분에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수업 잘 듣고, 접속하는 방법도 배우고 귀가했다는 답과 함께,
다음 주부터는 가정에서도 살펴봐 주십사 부탁도 드려본다.
이렇게 나는 2주간 20시간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했다.
힘들었지만 열정적인 2주를 보내고 나니,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화상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함께 한다는 느낌이 좋았다.
추수지도가 시간적,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조금씩 품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찼다.
처음이란 긴장감과 두려움을 함께 경험한 우리라는 생각에,
강한 동지애도 생기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하며 우리는 또 한 뼘 성장해간다.
어찌 보면 무모했고 무리한 스케줄이었지만,
덕분에 아이들과 급~ 가까워진 느낌이다.
다음 주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차오르는 순간,
아뿔싸~!!
다음 주는 등교하는 주간이다.
다음 주에 만나게 될 나의 아이들이 기다려진다.
무모한 도전이 우리에게 준 선물 같은 시간들 감사히 여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더 많은 경험들 기쁘게 맞이해 보자.
조금 부족하고 실수해도, 함께 돕고 배우며,
그렇게 성장해가는 우리가 되어보자꾸나.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