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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끼장미 Aug 10. 2021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며칠 전 지난해 순회 나갔던 학교의 선배에게 연락이 왔었다.  

이번 2월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는데, 확정이 되었다고 했다. 

이리저리 신경 쓰실 일이 많을 텐데 나에게까지 마음을 써주시니 감사했다. 


코로나가 조금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함께 식사하고 차 한잔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제 그만 퇴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 

그 뒤로 주변을 정리하며 발견한 소중한 추억들, 

기억에 남는 제자들과의 에피소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선배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의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열정이 가득했던 초임 시절, 

마음은 앞섰지만 '이해'의 폭이 부족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부족함보다는 '열정'을 봐주었다. 




시간은 흘렀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일과 육아로 시간은 늘 부족했지만 '열정'은 변함없기를 바랐다. 

시간의 부족함이 '열정'을 감당하지 못할 때 몸도 아프고 마음도 힘들었다. 


4년의 휴직 후 복직을 했다. 

열정 넘치는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예전 같지 않는 체력이 발목을 잡았다. 

눈은 쉽게 피로해졌고, 잠을 이기지 못해 쓰러져 잠든 날이 많았다. 

계속되는 두통과 구내염에 먹는 것도 쉽지 않은 날들이 이어졌다. 


코로나가 찾아왔다. 

급작스런 변화를 따라가는 것에 현기증이 났다. 

'열정'만으로는 아이들을 만날 수 없음을 알았을 때, 두려움이 다가왔다. 


그 두려움을 이겨낸 자는 남았고, 이겨내지 못한 자는 떠났다. 

나는 남았고, 선배는 떠났다. 

다음은 내 차례가 되겠구나....

슬픔이 밀려왔다. 




선배는, 더 이상 후회는 없다고 했다. 

열정을 다해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던 만남이 아이들의 삶을 꽃피우게 한 기쁨, 

그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떠나는 순간이 되었을 때, 더 이상 후회가 없도록,

마지막까지 열정을 다해 아이들 앞에 섰던 선배가 고맙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나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 

무너져 내리는 체력, 변화의 흐름에 느껴지는 현기증이 두렵지만, 

아직은 떠나올 때가 아님을 안다. 

뒤돌아 떠나오기에는 후회가 많다. 


앞으로 몇 년이 될지 나도 알지 못한다. 

내가 나 자신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남아 있지 못할 때, 

그때는 망설임 없이 뒤돌아 나오자 다짐한다. 

그러기 위해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 치열히 고민하고, 실천하고 싶다. 


그래서 나도, 선배의 기억 속에 살아 숨 쉬는 이야기처럼, 

마음속의 작은 꽃씨를 심어주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선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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