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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청학련 조작 사건

1974년 4월 3일, 대한민국

by 훙훙

오늘은 제주 4.3 사건이 발생한 날입니다. 최근에 4.3 사건을 왜곡하려는 일부 역알못들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4.3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있는 수많은 매체들이 있기에, 진상규명 자료를 받아 볼 수 있는 곳을 링크하겠습니다.
http://www.jeju43.go.kr/


그리고 오늘의 역사 본편은 4월 3일에 일어났던 또 하나의 대한민국 흑역사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1972년, 대한민국은 유신이라는 희대의 독재 상태에 돌입하게 됩니다. 유신체제 하에서는 대통령인 박정희를 법적으로 퇴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사실상 종신 대통령 체제가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서슬 퍼런 유신체제 하에서도 많은 정치인과 학생들은 유신의 부당함을 이야기하며 집회와 시위를 이어 갔지만, 유신체제하에서의 정부는 이들을 철저하게 탄압했습니다.

1973년에는 박정희의 최대 정적이었던 김대중을 납치 살해하려 한 김대중 납치사건까지 일어되면서 반정부 운동은 점점 격화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은 유신 타도를 위해 반 유신 투쟁을 주도하고, 재야의 지식인들이 모여 유신개헌을 위한 100만 인 서명운동을 전개해 나갔습니다. 의회가 박정희에 의해 장악된 이상 개헌은 국민투표를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박정희는 긴급조치를 공표하면서, 개헌 논의를 위한 활동을 금지시켜 버립니다.



긴급조치 제1호
1.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2. 대한민국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발의,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3.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4. 전 1, 2, 3호에서 금한 행위를 권유, 선동, 선전하거나 방송, 보도, 출판, 기타 방법으로 이를 타인에게 알리는 일체의 언동을 금한다.

5.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 할 수 있다.

6.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

7. 이 조치는 1974년 1월 8일 17시부터 시행한다.


긴급조치 제2호

긴급조치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비상군법회의 설치
중앙정보부 부장이 사건의 정보, 조사, 보안업무를 조정, 감독


개헌 논의를 위한 모임 자체가 금지되자 학생들은 지하조직을 만들어 활동하였고, 유인물 배포를 통해 계속해서 서명을 받게 됩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유신정부는 1974년 4월 3일, 긴급조치 4호를 공표합니다.


긴급조치 제4호

1. 전국민주청소년학생총연맹과 이에 관련되는 제 단체(이하"단체"라 한다)를 조직하거나 또는 이에 가입하거나, 그 구성원과 회합, 또는 통신 기타 방법으로 연락하거나, 그 구성원의 잠복, 회합·연락 그 밖의 활동을 위하여 장소·물건·금품 기타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단체나 구성원의 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2. 단체나 그 구성원의 활동에 관한 문서, 도화·음반 기타 표현물을 출판·제작·소지·배포·전시 또는 판매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3. 제1항, 제2항에서 금한 행위를 권유, 선동 또는 선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4. 이 조치 선포 전에 제1항 내지 제3항에서 금한 행위를 한 자는 1974년 4월 8일까지 그 행위 내용의 전부를 수사·정보기관에 출석하여 숨김없이 고지하여야 한다. 위 기간 내에 출석·고지한 행위에 대하여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5. 학생의 부당한 이유 없는 출석·수업 또는 시험의 거부, 학교 관계자 지도·감독하의 정당적 수업·연구활동을 제외한 학교 내외의 집회·시위·성토·롱성 기타 일체의 개별적·집단적 행위를 금한다. 단, 의례적·비정치적 활동은 예외로 한다.

6. 이 조치에서 금한 행위를 권유, 선동 또는 선전하거나 방송·보도·출판 기타 방법으로 타인에게 알리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7. 문교부장관은 대통령 긴급조치에 위반한 학생에 대한 퇴학 또는 정학의 처분이나 학생의 조직, 결사 기타 학생단체의 해산 또는 이 조치 위반자가 소속된 학교의 폐교처분을 할 수 있다. 학교의 폐교에 따르는 제반 조치는 따로 문교부장관이 정한다.

8. 제1항 내지 제6항에 위반한 자, 제7항에 의한 문교부장관의 처분에 위반한 자 및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유기징역에 처하는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병과 할 수 있다. 제1항 내지 제3항, 제5항, 제6항 위반의 경우에는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음모한 자도 처벌한다.

9. 이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며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

10. 비상군법회의 검찰관은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자에 대하여 소추를 하지 아니할 때에도 압수한 서류 또는 물품의 국고 귀속을 명할 수 있다.

11. 군지역 사령관은 서울특별시장, 부산시장 또는 도지사로부터 치안질서 유지를 위한 병력출동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이에 응하여 지원하여야 한다.


이렇게 민청학련 사건이 시작됩니다.


애초에 긴급조치 4호의 대상이 된 '전국민주청소년학생총연맹' 이라는 단체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정부는 단순히 자신에게 반대하는 학생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단체를 만들고, 이들이 불순한 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으며 현재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이에 선동된 불순분자로 몰아붙였습니다.

htm_2003021218393913001310-001.JPG 민청학련으로 구속된 학생과 민주화 인사들, 한명숙 전 총리와 같은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하여 1200여 명이 구속되었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과 감금을 당한 인원은 180여 명에 달하게 됩니다. 그중에는 전 대통령을 지냈던 윤보선이 끼어있을 정도니, 얼마나 무차별적이고 말도 안 되는 조작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는 이들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문과 조작을 가하였고, 인혁당과 연루시킨 8명에게 사형을 선고(인혁당재건위 사건)하고, 민청학련의 주동자(라고 조작한) 사람들에게 무기징역, 20년 형 등을 선고하였습니다.

다운로드 (1).jpg 민청학련 사건에서 이어지는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사법 살인을 당한 희생자들.

그러나 당시에도 이는 말이 안 되는 조치였고, 민청학련을 뒤에서 조종한 불법단체가 도대체 누구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박정희 정부는 희대의 사법 살인 사건인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다시 조작하여, 관련자를 사형에 처하고 맙니다. 1차 인혁당 사건 이후 사라진 인혁당 관련자들이 민청학련을 뒤에서 조종하였고, 이를 계기로 인혁당을 재건하려고 하였다며 조작한 것입니다.

민청학련 사건은 희대의 기록을 남겼는데, 민청학련 연루자들을 변호하기 위해 재판에 참여한 변호사를 재판 과정에서 법정 구속해버리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일어난 일로, 국제법학자회에서는 '사법 암흑의 날'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유신정부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멀쩡한 사람을 간첩이나 용공분자로 조작하고, 이들의 변호권도 박탈하였으며, 정부의 대한 비판은 간첩이나 불순분자의 선동으로 매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말에 대한 비판이 거세어지자, 더 큰 거짓말로 이를 막고자 하였고, 사법사의 비극인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정부는 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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