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을 우물우물

시작하면서

by 훙훙

역사와 관련된 전공자들은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고는 한다. “과거의 일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나요?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죠?” 그럼 전공자들은 과거의 사실로 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한다는 둥의 이야기로 어떻게든 학문의 당위성을 설명하려고 한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어제 장어와 복숭아를 먹고 배탈이 난 다음 다시는 그런 조합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거나 제갈량에게 너무 당한 나머지 제갈량 인형을 보고도 도망을 친 사마의처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교훈으로 받아들여질만한 서사가 존재하는 사건에 대한 답일 뿐이다. 실제 인간, 아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의 시간으로서의 역사가 그러한 서사로 기록되기 시작한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 이전의 역사는 단편적 기록, 그리고 인간이 살아가면서 남긴 유적과 유물로 재구성될 뿐이다. 대략 49억년간 지구에는 이렇다할 서사가 없었다. 특히 고인류의 시기까지 올라가거나 공룡으로 대표되는 고생물의 영역까지 가버리게 되면 정말 어떤방식으로 학자들이 정보를 얻어내는지조차 가물가물 뜬구름잡는 소리가 되어버린다.

학문에 이유는 없다. 궁금한 사람들이 모여 궁금한것들을 들이 파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심지어 진리를 찾아내는것이 아니라 그걸 파는 행위자체에 기쁨을 느끼는 변태들이 모여있는 곳이 학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중의 덕은 양덕이 아니다. 그걸로 직업을 삼고 인생을 걸고 있는 덕후집단이 사회의 존경까지 받고 있는곳, 그곳이 학계다. 하지만 너무 심한 궁극의 덕후 집단이다보니, 비오덕인 대중들이 보기에 도대체 학계에서는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역사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미를 가지고 정보를 얻기는 하지만 역사가 기록되고 밝혀지는 방법, 혹은 역사적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할 방법은 전무하다시피하다. 간혹 학계에서 주최하는 학술대회에 쫒아다니며 최신 정보를 얻고자 노력하는 역덕들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대중서적으로 발간된 이야기나, 방송에서 인문학특강이니 뭐니 하며 민족뽕 거나하게 맞은 주모들이 건내주는 뽕 한사발을 들이키고 있는게 현실이다.

선사시대로 올라가면 이런 현상은 더더욱 심하다. 심지어 선사시대전문가는 방송에서 불러주지도 않는다. 방송용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름 유명한 선사시대 유물인 주먹도끼를 보여주면서 그걸로 30분정도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전문가는 그리 흔치 않다.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와 저게 원시인들이 쓰던 도구구나 정도의 감흥 밖에 받지 못한다. 저 유물이 도대체 왜 중요하고 무슨의미가 있는지, 저 유물이 현재의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와 대중들 사이에 소통이 너무 부족하다.

학문은 궁극적인 덕질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그 성과는 모든 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은 학문은 첫번째 질문인, “그래서 그거 배워서 뭐하는데?”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점점 도태될 것이다. 대중에게 유리된 학문은 더이상의 투자대상이 될 수 없고 대중의 관심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 전문가들이 덕질하는데 필요한 연구비나 지원금은 점차 줄어들게 될것이다.

맞다. 이건 내가 앞으로도 열심히 덕질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파이늘리기 차원에서 써보는 글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유물들외에도 많은 유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되고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앞으로 박물관에 가면 금으로 만든 장신구에 감탄하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더 다양하고 평범하게 생긴 유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살펴보는건 어떨까. 물론 이 글을 읽고 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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