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 Spagnuolo 의 책 <하이브리드 목공 Hybrid Woodworking>을 보면, 목공계의 두 진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터넷 세상에선 수공구를 고집하는 집단과 기계만을 고집하는 집단의 논쟁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공구파는 Neander, 기계파는 Normite로 불리는데, 각각은 '원시인'과 '놈빠'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비효율적이고 고생스러운 수공구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한심하다며 그들을 네안데르탈인에 빗대 줄인 말이 'Neander'이고, 목공의 전통과 수공구의 매력을 모르는 얼치기 같은 기계 중심주의자들을 Norm Abram의 '빠'라고 비난하며 만든 말이 Normite입니다.
Norm Abram은 미국 유명 TV 쇼였던 <The New Yankee Workshop>이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였습니다. 알아보니 이 프로그램이 아주 유명했던 국민 목공 프로그램이었나 봅니다. PBS라는 공영방송에서 1989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20년이나 방송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는데, 'The New Yankee Workshop'이라는 채널에 예전 회차들이 하나씩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마치 KBS 같은 방송사가 옛날 드라마를 유튜브에 다시 올려주는 것처럼요.
댓글을 살펴보면 '이 쇼와 함께 자랐다.' 'Norm은 미국의 보물이다.'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쇼다.'
등 호평이 많이 적혀 있습니다. Jim Henson이나 Julia Child처럼 추억의 TV프로그램 진행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프로그램은 Norm Abram이 목공 작업을 하는 모습을 그의 설명과 함께 천천히 보여줍니다. 요즘은 유튜브에 수많은 만들기 영상이 있지만 이때는 이 프로그램 말고는 저런 작업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겁니다. 주말마다 아침을 먹으며 홀린 듯 이 프로그램을 보았던 어린이들은 DIY 세대로 자라났죠. 그들은 미국 목공 문화 발전에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책의 저자가 자신도 어렸을 때 The New Yankee Workshop을 탐닉했다고 밝힌 것처럼요.
Norm Abram은 TV 쇼에서 수공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기계 중독자라서, 수공구를 무시해서 사용하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목공을 하다 보면 수공구가 필요한 부분이 반드시 생기게 마련이고, 필요 때문이 아니더라도 수공구를 사용하는 즐거움을 Norm Abram 정도 되는 목수가 몰랐을 리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목공 기계 광고 때문일 수도 있고, 시청자들이 기계 사용을 더 좋아한다고 방송 PD가 판단했을 수도 있다'라는 저자의 판단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수공구파와 기계파의 다툼을 읽다가 Norm Abram이라는 사람까지 알게 된 하루였습니다. 수공구 광신도와 기계 광신도라는 건 그저 인터넷에서 싸우는 게 일인 악플러들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목공인들은 수공구와 기계를 잘 섞어 사용하고 있을 테니까요. 각각 장단점이 명확한 두 분야이기 때문에 우월을 가리는 건 아무 의미가 없겠죠. 그보다는 목공에 관해 저런 논쟁이 일어날 수 있는, 20년 가까운 목공 프로그램이 존재할 수 있는 미국이란 나라의 목공 시장과 문화가 새삼 거대하구나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위주의 주거생활을 하는 우리나라에선 앞으로도 보기 힘든 모습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