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조절, 충동성은 초등학교에서 흔히 보이는 어려움 중 하나다. 아이들이 행동조절을 못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이전 글에 작성했듯 통제가 잘 안되는 아이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줌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도 상처를 남기게 된다. 이런 아이들을 돕지 않는 것은 아이 개인 뿐만 아니라 학교 더 나아가 사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있을 때 ADHD아이들을 정말 많이 만났었다. ADHD는 대표적으로 충동조절이 어려운 질병이다. 이렇게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경미한 충동 조절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상담과 가정에서의 조력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지난 글에 등장한 A를 도왔던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실제로도 아이에게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고, 이 방법은(여러 활동 중 하나를 소개하려 함) A뿐 아니라 내가 ADHD아이들과 프로그램을 할 때에도 많이 사용했던 활동이다. 이 활동이 아이들에게 유의미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어떠한 활동이나 상담 모두 동일하다).
첫째, 재미있어야 한다.
우리의 초등학생들은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효과적인 치료기법도 무력화시켜버리는 귀여운 존재들이다. 재미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고, 재미 요소가 있어야 참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주제로 상담을 하던 재미 요소가 조금이라도 포함되어야만 한다.
둘째, 발달 수준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초등학생 1학년과 6학년은 같은 초등학생임에도, 전혀 다른 발달 수준을 보인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아이들마다 발달의 수준이 저마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꼭! 발달 수준에 맞는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가정에서 아이를 가르칠 때도 우리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는 개별화된 활동을 실시하는 것이 아이에게 효과적이고 유의미하다. 1학년 수준이라고 하여 적용했을 때, 어떤 아이에게는 너무 쉬운 활동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아이에게는 너무 어려운 활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명확한 목표가 선행되어야 한다.
재미요소와 발달요소를 고려하여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이거 왜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명확한 목표가 중요하다. 이 활동을 통해 내가 이 아이에게 어떤 부분을 가르쳐주고 싶은지 확실하게 하고 활동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다고 목표가 명확한 단 한 가지만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도 하겠지만. 하나의 활동에는 정말 여러 요소가 있어서 아이의 여러 능력을 한 번에 up 시켜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막연히 "친구 때리지 않기"와 같은 목표보다는. 이 아이는 "작은 행동 조절 성공 경험을 통한 일상생활에서 통제력 회복"과 같이 구체적이면 좋고, 사실 좀 더 명확하고 행동으로 드러나는 목표가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이제 내가 활용한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활동은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여러 영역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1번으로 소개한다. 추가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인지치료 워크북, ADHD 치료 워크북 등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이 하나의 활동을 여러 방법으로 변형하여 진행하였다. 위의 요소들을 고려하여!
<똑같이 칠해요>
1. 상담자 또는 보호자는 그림 도안을 사전에 준비한다. 해당 도안에 미리 색을 칠해둔다(우)
2. 아이에게는 색이 칠해져있지 않은 도안을 제시한다.(좌)
3. 아이에게 약 10초간 미리 채색된 도안을 보여주고 기억해서 칠해보도록 한다
*수월하게 하는 아이에게는 더 많은 색이 포함된 도안을 보여주고 색칠하게 한다. (발달 수준에 맞게)
*채색 시 도안의 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안내한다.
*색연필이 아닌 클레이를 활용하면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다.
해당 활동은 저학년에게 적합하다(고학년에게는 조금 재미 없을 수 있음). 글을 쓰거나,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설명하여 실천하게 하는 것보다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해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 활동에서 기대되는 효과는, 도안을 암기하는 암기력, 주의를 집중하는 주의력, 그리고 색연필을 사용했을 때 소근육을 통제하는 능력, 마지막으로 선을 넘지 않게 칠하는 행동 통제력이 함께 길러질 수 있다. 더불어 가장 좋은 것은 아이가 성공해냈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 설명했듯 통제력 결여로 인해 경험하는 낮은 자존감이나 비난, 적은 성공경험이라는 문제점도 함께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성공했을 땐 확실한 보상을 제시해 주고, 만약 실패할 것 같으면 힌트를 제공해 주어 아이가 끝까지 해당 행동을 수행해 볼 수 있도록 격려한다. 나는 도안을 3개 정도 준비해서 한 활동이 끝나면 두 번째 도안을 제시할 땐 첫 번째보다 선 밖으로 색이 나오지 않게 하기라는 규칙을 추가하여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좀 더 조심히 통제해 보는 경험을 하도록 한다.
아이에게는 분명히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화가 나거나, 특정 상황에서는 이성의 힘이 약해져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화가 나는 상황이나, 급발진 버튼이 눌리는 상황에서는 이성의 끈을 놓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특히 아이들은 아직 성장 중이기에 이성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자신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통제에 대한 효능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일반적인 자기 행동 통제를 경험하고 이후에는 특정 상황에서의 통제 성공 경험을 채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 내용은 너무나도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고작 색칠하기로? 아이의 통제력을 길러주라고? 하지만 내가 이 활동을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이런 간단한 활동 속에서도 아이들이 배울수 있는 점이 굉장히 많다라는 것이다. 더불어 활동이 종료된 후에는 어떤 목표로 이런 활동을 했는지 다시 상기시켜주고 아이에게도 배운점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도록 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더불어, 일상에서 아이와 했던 활동에 작은 요소를 더하여 응용해보는 것도 가능하므로 첫 번째는 이렇게 간단한 활동을 소개한다.
3학년 아이가 <똑같이 칠해요> 활동을 하고 아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저 원래는 선에 맞게 색칠을 못했는데 생각하면서 하니까 선에 맞게 색칠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이 활동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그때 더 깨달았다.
'그래 넌 이미 그런 힘을 가지고 있어, 그 힘을 쓰는 연습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야, 앞으로 선생님이랑 계속 연습해 보자, 그리고 일상에서 네가 생각을 더 많이 한다면 네가 원하는대로 행동할수 있게 된단다.'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넌 이미 많은 가능성이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