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제 행동을 조절할 수 없다고요

by 최한솔

'ㅇㅇㅇ 교사로부터 메신저가 도착했습니다'

클릭하니 장문의 메신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선생님, 0학년 담임입니다. 저희 반 A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요.

지난번에 간단히 말씀드린 적 있긴 한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최근에는 친구를 때리기까지 해서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네요.

아 그리고 사물함 정리도 안되어있고, 수업시간에 책상도 엉망이에요

최근에는 교과서를 갑자기 찢고 그러네요? 상담 좀 부탁드려요.

매주 화요일 1교시에 보내도 될까요?



네 보내주세요.




그렇게 아이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아이는 자발적으로 상담실에 찾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담임선생님의 의뢰로 상담실에 찾아오게 된다. 그런 아이들의 노크 소리는 세상 작고 움츠러있다. 노크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주눅 들어있는지가 느껴진다.



'들어와~'



문을 살짝 열고 들어온 아이의 모습은 젖은 이불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축 쳐져있었고 시선은 바닥에 고정되어 있다. 아이의 모습을 처음 마주한 나는 혹시 다른 아이가 시간을 착각해서 잘못 왔나? 내가 들은 설명이랑은 너무 다른 모습인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이후 아이의 이야기를 빨리 들어보고 싶었다.



'선생님 저는 그냥 학교생활을 잘하고 싶어요. 선생님이랑 엄마한테 안 혼나면서 그렇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고요. 제가 상담실에 오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예요. 최근에 친구랑 다툰 적이 있는데요. 친구가 저한테 먼저 공을 주워오라고 명령하듯이 이야기했어요. 제가 떨어뜨린 것은 맞지만, 걔랑은 상관없는 일이었거든요. 공놀이하는 다른 친구들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멀리서 구경하는 애가 그걸 주워오라고 하니까 참을 수가 없었어요. 저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갔어요... 그리고 나니까 마음도 안 좋고 슬프고 그랬는데, 저도 그러고 싶지 않아요. 마치 몸이 하라는 대로 움직이는 느낌이에요. 저는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맨날 혼나요.'



메신저를 통해 간접적으로 먼저 만난 A는 공격적이고, 부주의하며, 산만하고, 정돈 안 되는 아이였다. 물론 그 역시도 A의 모습이 맞다. 그런데 A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마주하자 A안에 있는 깊은 죄책감과 주눅 듦, 그리고 누구보다 남을 때리고 싶지 않은 아이의 진짜 마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이는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머리가 아닌 몸이 하라는 대로 움직이는 느낌' 그 느낌을 알고 있었다. 자기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아이는 그 느낌을 알지 못한다. 이 아이도 나름대로 답답하고 속상했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전형적으로 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이다. 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 것 자체로도 문제지만, 이 아이처럼 자신의 충동이 조절되지 않으면 2차적으로 정서적인 위축감을 경험하게 된다. 늘 혼나기 일쑤라 실패감이나 열등감도 크게 가지고 있다. 그런 부정적인 정서는 다시금 충동조절을 어렵게 하여 부정적인 하강 나선을 타게 된다. 그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상담교사의 임무!


정신과에서 acting out이라고 하는데 억압된 감정이나, 무의식적인 측면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신병원에서는 acting out이 나타나면 보호사가 환자를 즉각 격리시키는데, 주변을 보호하는 목적뿐 아니라 환자가 타인을 공격하게 되었을 때 경험할 죄책감이나 부정 정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다. 이 아이의 충동성도 일종의 acting out과 유사하다. 그래서 아이의 주변인과 아이를 위해 즉각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이를 돕는 방법은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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