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마음가짐
Rosenthal Effect
한 초등학교에 20% 학생을 무작위로 뽑아 교사에게 명단을 주면서 지능지수가 높은 아이들이라고 이야기했다. 8개월 후 이 20%의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학업 성취가 높았다고 한다. 교사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것이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로젠탈의 이론이다.
20%의 학생들은 무작위로 뽑혔기에 실제로 지능 지수가 높은 아이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학업 성취가 높았던 것은 교사의 믿음 덕분일 것이다. 처음 이 이론을 접한 것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였다. 로젠탈 효과는 암기해야만 하는 수많은 효과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러나 교사가 되어 학교 현장에 있는 지금. 누구보다 로젠탈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이번에는 로젠탈 효과의 엄청난 효과에 대해 작성해보려 한다.
학교에서는 말끝마다 못해요를 달고 사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선생님 이거 너무 많아서 저 못해요"
"선생님 저 이거 어려워서 못해요"
"선생님 글씨가 작아서 못해요"
"선생님 저 이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어떻게 해요"
나는 로젠탈 효과와는 상관없이, 그 아이가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내가 의식적으로 그 아이를 믿어주어야지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그 아이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내 안에 있었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수행하고 싶어 하는 경향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수행하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아이에게
"그래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어, 그런데 선생님은 네가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라고 이야기하고 그 아이가 끝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처음 몇 분을 망설이고 투덜거리다가 결국 끝까지 수행하고는 누구보다 밝은 미소를 짓는다. 성취는 학생이 했는데, 나까지도 너무나도 성취감이 드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의 말이 더 놀랍다
"선생님 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해볼래요"
"선생님 다음에 더 어려운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다음 시간에 실제로 더 어려운 활동을 가지고 오면 또 못하겠다는 말을 반복하지만, 해내는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는 자기 존중감과 자기 효능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런 작은 경험은 아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게 하는 나비효과로 작용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반면 초등 2학년 남자 ADHD 치료 중이라는 정보를 들은 아이와의 상담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아이는 위의 아이와는 상반되게 무엇이든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날은 4학년 누나가 활동했던 비즈 활용 활동이 채 정리되지 않은 날이었다. 상담실에 들어서자마자 작은 비즈를 보고는 저도 비즈 할래요!! 저 할 수 있어요!! 저 비즈 만들어볼래요!라고 이야기했다. 위의 아이와는 참 상반된 모습이다.
그러나 손가락도 아주 조그맣고, 4학년 누나도 겨우겨우 하는 비즈를 활용한 활동을 이 아이는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더욱이 ADHD라며! 저런 섬세한 작업은 아이에게 무리야.라는 마음의 소리가 점점 강하게 들려왔다. 아이를 회유했다. "이건 좀 어려운 활동이라 좀 더 크면 해보자"라고, 그러나 아이는 좀처럼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10분의 제한시간을 두고 활동을 '시도'만 해보자고 타협 후 활동이 시작되었다.
나는 아이를 기다릴 수 없었다. 작은 비즈를 집어 들려고 하면, 좀 더 큰 비즈를 활용하면 쉬울 것 같은데?라고 이야기했고, 아이를 끊임없이 바라보면서 조금이라도 못할 것 같으면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으니 도움을 요청하라고 이야기했다. 끝내 비즈로 반지를 완성했을 때 나는 그제야 아이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아이였구나...
학부 실습부터 시작해서 정신건강 전문요원 수련, 그리고 정신건강복지센터를 거치면서 ADHD 아동은 정말 많이 만나왔고,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짜고 기능을 향상하는 것이 내 업이었다. 그래서 너무 확신해 버렸다. 아이를 그 자체로 보지 못하고 'ADHD' 프레임을 씌우고 본 것이다. 너무나도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 아이는 이미 너무 멋진 아이여서 선생님의 간섭에도 꿋꿋이 자신의 수행을 지속했고 결국 멋지게 완성했다. 어쩌면 더 작은 비즈로도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교사인 내가 못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아이의 성장 잠재력을 완전하게 이끌어주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나는 전문가의 시선으로 아이에게 난이도 조절을 해주려 시도했던 것은 맞지만, 그전에 아이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어떤 아이를 길러내든 우리는 아이가 좋은 수행을 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히 아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보호자, 교사는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