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지면 나의 세계가 끝나는 그날까지 부모의 역할이 부여된다. 학교나 직장처럼 내가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둘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 번 부모가 되면 영원히 부모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수반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처럼 어마어마한 일이다. 아이를 양육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애 낳으면 내 삶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애 낳으면 이제 끝이야."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참으로 씁쓸하다. 부모가 되는 순간 영원히 부모로서 살아가게 될 텐데, 애 낳으면 자신의 삶이 없어진다니! 그럼 아이는 왜 낳아 기르는 걸까? 물론 그런 말들이 진짜 삶이 없어진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그만큼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전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일면에는 특히 어머니의 경우에는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고 개인을 위한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은 팩트이다. 그런데 어머니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내 삶이 아닌 것일까? 내가 선택한 또 다른 나의 삶일 뿐이다.
유치원 교사인 동생과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전혀 부모의 역할을 하지 않는 부모부터, 너무 과잉 역할을 하여 자녀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부모까지 아이를 힘들게 하는 부모의 유형은 다양하다. 각자의 사정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부모들이 너무 미울 때가 있다. 그런 부모들의 공통점은 부모로서의 '소명'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소명이란 무엇일까? 소명은 개인의 일을 의미와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일에 헌신하려는 태도(네이버 사전)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렇다면 부모소명이란 부모가 부모로서 역할하는 것을 의미 있다고 여기고 그 역할에 책임감 있게 헌신하려고 하는 열정적인 태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근무처의 한 부모는 아이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경향이 있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도록 학교에서 급식 한 번 먹이지 않고 있다. 당연히 그 아이는 사회성과 적응력이 떨어지고, 발달하지 못한 적응력으로 인해 학교 등교를 거부하고 학교에 잘 나오지 않으니 당연 학습에도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담임교사, 관리자, 상담교사가 모두 이야기했음에도 부모로서의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는데, 이 부모는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정의부터 잘못 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이가 발달단계에 맞게 성장해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그 역할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부모 소명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케이스이다.
부모소명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아이가 적응적으로 성장하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소명의식과 부모의 행복감 사이에 정적 상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소명의식이 높을수록 부모 개인의 행복도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작은 반응도 긍정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아이에게도 건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부모-자녀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즉 부모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부모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 세상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깨닫고 그 역할에 충실할 때 부모 개인의 삶도 행복해진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부모는 직업만큼이나 부모의 역할에 의미를 두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려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 삶이니까.
우리는 종종 '부모로서의 삶' '직장에서의 삶' '아내로서의 삶'등을 분리하여 생각할 때가 많다. 결국 이것들이 모여 내가 되는 것인데 그 점을 망각하는 때가 꽤 많은 것 같다.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설렁설렁 일 할 때, 개인의 행복이 찾아온다고 할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면 자존감을 챙길 수 있을까? 개인의 의미 있는 성장은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하려고 애쓰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부모로서의 역할도 마찬가지이다. 건강한 부모의 의미가 무엇인지 숙고하고 그런 부모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 과정에서 물론 좌절도 있고 실패도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선택한 삶에 몰두하고 그 역할을 최대한 해내려고 하는 데에서 자존감이 생기고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고민되는 지점은 부모상 담을 할 때 부모들이 소명을 가지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부모 자신의 행복을 위한 일임을 알 수 있게 하는지이다. 그것은 내가 직업적인 소명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색하여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설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자녀를 출산하기 전에 끊임없는 숙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부모로서의 삶 역시 나의 삶임을 그 역할에 충실할 때에야 비로소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